[경인일보=정운기자]"이제는 한국도 세계문학에서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1일 인천시 연수구청 북카페 개소를 기념해 열린 고은 시인의 초청강연회에서 고 시인은 "한국문학이 한반도내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활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 고 시인은 한글이 탄생되기까지의 배경과 한글의 우수성, 또 한글이 한반도에서 자리잡기까지의 어려움 등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한글은 한 천재의 구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당시의 세계언어라고 할 수 있는 산스크리트어와 티베트어, 한자 중에서도 황하 하류 지역과 사천성 일대의 언어를 연구한 결과 나온 것이 바로 한글이라는 것이 시인의 설명이다.
그는 "여러 언어를 하나도 모방하지 않고 완벽히 소화해서 한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당시의 시대 상황도 한글을 만들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한자 이외에 다른 언어를 만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에 궁중에서 몰래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한글이 창제된 이후, 널리 사용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창제 이후에 '똥글'이라고 불리는 등 양반들은 한글을 외면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한글은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 왔다.
고종 때가 되어서야 서재필이 독립신문을 한글로 창간하는 등 한글이 활성화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한글이 체계화 되지 못했다. 최남선의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제목부터 불완전한 근대어로 쓰인 시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곧 일제강점기가 찾아왔고, 또다시 한글에 시련이 찾아왔다.
고 시인은 "내가 초등학교 들어갔던 때부터 조선어 시간이 없어졌다"며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문학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 시인의 설명.
그는 "100여년전 최남선이 서투른 시각으로 바다를 부르는 시대가 아니다"며 "세계 20여개국에서 읽히고 있고, 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곳도 있는 등 한국문학은 세계속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고 시인은 강연내내 큰 몸짓과 이따금씩 강력한 목소리로 자리를 채운 300여명의 청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