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래기자]"제가 잡고 누님이 만듭니다".
인천 남구 학익동 법조타운 먹거리골목 초입에 자리잡은 '이정수어가'는 메뉴판이 없는 식당이다. 사장 이정옥(49·여) 씨는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이 덕적도 앞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생선으로 음식상을 차린다. 금어기여서 생선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올린 날도 있다고 했다. 식당 문 앞에는 '오늘 남수호에서 들어온 특선 해물'이 적혀 있는데, 이게 그 날의 메뉴다. 남수호는 이정옥 사장의 오빠와 남동생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따 지은 이름이다. 주인장이 주는대로 손님이 먹어야 하는 식당이지만, 늘 예약 손님들로 붐빈다.
법조타운 먹거리골목에 들어서면 양 편에 주차장이 있다. 그 사이를 지나 왼편에 바로 보이는 동태탕집 2층(학익동 240의6 금정빌딩)이 이정수어가다.
건물내 식당으로 올라가는 복도에는 이 식당의 재료를 공급하는 동생 이정수씨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아래 "덕적도 앞바다, 아버지 때부터 그곳에서 고깃배를 띄웠습니다. 철마다 제철 생선으로 만드는 맛깔스런 요리. 이제 제가 잡고 누님이 전해드립니다"는 말이 적혀 있다. 한국전쟁 피란민이었던 아버지는 북성포구에서 고깃배를 부렸다고 한다. 대한제분 뒤에 있는 뱃공장에서 제작된 목선으로 고기를 잡았다.
16일 메인 메뉴는 농어였다. 농어알찜과 농어 껍데기 등 '부산물'이 상에 올랐다. 북성포구에서 아주머니들이 깐 굴과 간재미찜, 시금치, 도라지, 잡채가 곁들여져 풍성한 상을 이뤘다. 탕은 생선뼈를 우려낸 사골국물에 미역을 넣어 끓였다. 이 식당에는 이른바 '스키다시'가 없다. 양이 많지는 않지만 "집에서 먹는 음식처럼 대접한다"는 게 이정옥 사장의 신조다. 보통 식당과 달리 소스를 사용하지 않고 소금과 마늘로 간을 맞춘다. 음식맛은 깔끔했다.
이정옥씨는 매일 아침 8시에 식당에 나와 음식을 준비한다고 했다. 메뉴와 반찬이 매일매일 다르다. 냉장고에 보관돼 있다가 나오는 건 김치 하나뿐이라고 했다. 이정옥씨는 인천의 한 사회단체에서 일하다가 2003년 이곳에 식당을 개업했다. "왜 이정옥어가로 이름짓지 않았냐"고 묻자 "동생 이름이 더 듣기 좋아서"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인근 법원, 검찰청, 변호사사무실, 인하대에서 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했다. '자연산이 아닌 것 같다'는 손님에게는 '나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할 정도로 자기 일에 자부심이 강하다.
이정수어가는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매주 토·일요일은 문을 닫지만, 예약이 있으면 문을 연다. 1인당 가격은 3만~5만원으로 조금 비싸다. 철따라 변하는 해산물의 맛과 주인장의 정성이 담긴 음식 솜씨를 느끼고 싶은 이들은 한번 찾아가 보길 권한다. (032)873-6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