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진오기자]"죽산은 (신념의 실현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습니다. 바로 그 자신감때문에 죽었습니다."
박태균 서울대 교수는 죽산 조봉암 선생이 진보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비동맹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했다. 조봉암 사상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진보당 정책의 초점은 어디에 맞춰져 있었을까. 죽산은 왜 그렇게 낙관적이었을까.
1958년 창당한 진보당의 정책은 9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대강은 ▲통일정책=대한민국 주권하에 UN을 통한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조국통일 ▲국방·외교정책=호혜평등의 원칙에 입각한 강력한 국민외교로써 모든 우방과 선린우호의 관계를 수립하고 긴밀한 국제협력을 통해 집단안전보장, 자주적 국방력의 조직 강화 ▲정치체제=대통령중심제 정부 형태를 반대하고 책임있는 의원내각책임제 확립 ▲행정분야=국민에 대한 정부의 유해무익한 간섭(도민증, 시민증, 유숙계, 야간통금) 등 허가제도를 일소하고 사회안전·복지상 필요 범위내에서 감독권 발동, 경찰의 중립, 행정감찰경찰제 확립, 중앙정부의 행정권 축소,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확대,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선제, 공무원 시험제도 확립 ▲경제정책=급속한 경제 건설, 공정한 분배에 의한 사회정의 실현, 계획과 통제에 의한 경제의 무정부성 극복, 사회간접자본 부문 국유화, 민족자본 육성, 농지개혁, 농업협동조합의 조직화, 중소기업·원양어업 활성화 ▲광업정책=계획적인 통제체제 하에 대규모 광업을 원칙적으로 국유화해 국가자본 투자하에 관민합동위원회 설치 ▲재정정책=국고수지균형의 확립, 다액 소득자에 대한 고율누진세 적용, 면세율 인상, 금융기관의 국가 관리 ▲사회정책=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존중, 노동자의 경영참가·이익균등, 대중의 문맹퇴치와 계몽사업, 상이군경·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의 생활보장, 실업자 구제, 국민의료제도 확립, 국민연금제 확립 ▲문교정책=교육의 국가보장제, 실업과 전문교육의 분리, 교육사무의 전담으로 일반 행정과 분리된 교육원의 설치, 민족 문화 창조, 과학교육의 육성, 진보적 사상이론 체계화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왜 이를 놓고 지금 판단해도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내리는지 쉽게 이해가 된다.
'문맹퇴치'가 사회정책의 목표였던 시대에 내놓은 정당정책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선진적이다. 바로 이 점이 이승만 정권으로 하여금, 죽산이 최대 정치적 라이벌로 생각하게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를 꿰뚫은 죽산은 자신의 신념이 곧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죽산은 자신을 죽이려는 독아(毒牙)에 먼저 갇혔고, 빠져 나오지 못했다.
※ 市, 조봉암 선생 '생가' 발굴·복원사업 추진
[경인일보=김명호기자]인천시가 죽산 조봉암 선생의 생가 발굴과 복원 사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25일 열린 인천시의회 업무보고에서 조동암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조봉암 선생의 무죄판결 이후 지역에서 죽산 선생에 대한 재조명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시는 우선 지역 시민단체 등과 함께 죽산 선생의 생가 발굴 작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조 국장은 "죽산 선생의 생가 발굴작업에 시가 직접나서는 것 보다는 전문가나 관련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이 사업을 추진시키겠다"며 "송영길 인천시장도 이 부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했다.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정확한 생가터 발굴을 위해 관련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만약 생가터가 발굴되면 시가 이 땅을 매수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죽산 선생의 출생지는 인천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 일대로 알려져 있으나, 당시 간첩죄로 사형을 당했다는 이유로 그의 제적등본에는 출생지 등이 삭제돼 있다. 이 때문에 아직도 그의 정확한 출생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박승희(한·서구4)시의원은 "죽산 선생의 재조명 사업에 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의회에서도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