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전 한국 대 일본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배한 한국 선수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년5개월 만에 한국에 이겼다"

   26일 오전 1시를 조금 넘긴 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안컵 축구대회 준결승에서 일본 축구대표팀이 승부차기에서 3-0으로 한국을 이겼다는 소식에 일본 열도의 축구팬들이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양국 축구대표팀의 74차례 대결 중 한국에 40번을 지고 21번은 비기고, 13번 이긴 게 역대전적이고 이날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이겼을 뿐이지만, 일본 국내의 반응은 우승 이상으로 뜨거웠다.

   워낙 오랜만에 한국에 이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일전 역대 전적에서 한국에 크게 뒤지는 일본은 2005년 8월7일 대구에서 동아시아연맹 선수권 대회에서 1-0으로 승리를 경험한 뒤로는 한국과 다섯 번 만나 3무2패를 기록했다. 65개월 만에 승리를 거둔 셈이다.

   일본이 이번 경기에 앞서 무엇보다 중시한 건 지난해 5월24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한국에 0-2로 진 기억을 털어낼 기회라는 점이었다.

   당시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이끌던 일본 대표팀은 "월드컵 4강이 목표"라고 공언했다가 한국과 친선경기에서 참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서 공격수 혼다 게이스케의 활약에 힘입어 16강에 진출하며 자신감을 되찾았고, 이번 대회에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왼쪽 날개 가가와 신지까지 가세하자 "이번에야말로 한국을 이길 기회"라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남미 강호 파라과이에 맞서 잘 싸우고도 승부차기에서 3-5로 져 8강 꿈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도 함께 털어냈다는 점도 기쁨을 더한 듯했다.

   1993년 한국에는 '기적', 일본에는 '비극'을 안겼던 도하의 알아흘리 구장에서 얻은 승리라는 점도 일본의 축구팬들을 흥분에 빠뜨렸다. 일본은 당시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열렸던 도하에서 한국에 1-0으로 이기고도 예선 리그 골 득실차에서 뒤져 본선 티켓을 한국에 내준 뼈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