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글┃하남/조영상기자·사진┃김종택기자]
# 역사길-유적지에서 느끼는 그 평화로움
역사의 도시, 하남은 숨겨진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이성산성을 중심으로 여전히 백제시절 각종 유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하남은 역사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조선시대까지 소중히 남겨진 역사 유물들이 여러 곳에 산재해 있고 역사의 발자취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역사길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의 소풍은 물론 가족간 하루코스 여행으로도 더없이 좋다.
백제의 도읍지를 두고 학자들간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성산성을 중심으로 무궁무진한 수수께끼를 푸는 것 또한 즐거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선법사에 있는 '하남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은 보물 제981호로, 하남시 교산동 산10의3에 있다. 높이 93㎝로 큰 편은 아니지만 광배와 대좌를 겸비하고 있으며, 삼각형 바위에 조각된 마애불로 조각술이 정교하고 불신의 비례도 훌륭하다. 왼손에 약그릇을 들고 있다.
바로 옆에는 객산폭포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이천년 동안 쉼없이 흐르고 있다는, 여기에다 온조왕이 마셨기에 온조왕의 영혼의 기까지 느낄 수 있다는 '온조왕 어용샘'도 있다. '남한비사'에는 풍병에 특효가 있는 약수터로 기술돼 있다. 왕이 마셨던 약수라 그럴까. 부드러운 목넘김이 그 어느 약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탁월했다.
광주향교는 문화재자료 제13호이며 하남시 춘궁동 466에 있다. 정확한 창건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조선후기 숙종29년(1703년) 이성산성 아래에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는 기록이 있다. 서당에서 공부한 15세 이상의 양반자제를 교육하던 시설로 경내에는 대성전, 명륜당, 동무, 서무를 비롯한 6동의 건물이 있다. 대성전에는 공자와 4성(聖), 송나라와 우리나라 18현(賢)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광주향교는 조선시대때(지금의 수원, 화성, 의왕, 성남, 광주, 남양주, 강동, 강남, 송파까지 관장하던) 전국에서 제일 큰 향교였다.
광주향교 입구에는 조선시대 종묘나 대궐문, 왕이나 고관 성현의 출생지나 무덤 앞에 세워 누구든지 말(馬)에서 내려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했던 '하마비(下馬碑)'가 있으며, 이것은 광주향교가 이곳으로 이축될 때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기 위해 세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향교 주변에는 5본의 은행나무 보호수가 있다. 이중 4본은 암나무이고, 1본은 수나무이다. 수령이 모두 500년 이상으로 광주향교가 1703년 이곳으로 이전하기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이곳의 역사성, 문화성, 전통성을 알 수 있는 지표라 할 것이다. 은행나무는 가장 오래 사는 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그래서 기념식수에 많이 쓰이고 있다.
하남 동사지 오층석탑은 보물 제12호로 하남시 춘궁동 466에 있다. 동사지 3층 석탑 서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려시대 석탑으로 높이가 7.5m, 2층의 기단과 5층의 탑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석탑도 몸돌 비율이 상층에 이를수록 급속히 줄어들고 있으며 1층의 몸돌이 2단으로 이루어진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날렵하고, 경쾌해 신라 석탑의 양식을 엿볼 수 있다.
이밖에 고려 초기에 창건된 거대규모의 절터인 춘궁동 동사지와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하남 동사지 삼층석탑, 세계에서 유일한 옥수수알처럼 생긴 타원형의 석축성인 이성산성은 역사길을 둘러보며 빼놓지 말아야 할 장소다.
특히 이들 유적을 중심으로 많은 낚시꾼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고골낚시터 주변의 맛집들 또한 추천할만하다.
# 사랑길-풍류와 사랑이 물길 따라 굽이굽이 흐르는 곳… 과거로의 산책
팔당댐은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여름에는 폭우로 거대한 물줄기를 뿜어내더니 어느새 추운 겨울이 돼 수문은 굳게 닫힌 채 청둥오리와 큰고니만 줄지어 객들을 반기고 있다.
팔당댐의 물길을 품고 걷는 '사랑길'. 아직 명칭만 주어진 채 풀과 나무들로 채워져 있지만 사랑하는 연인들과 가족들에게는 더없는 장소로 새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산곡천에서 팔당대교, 그리고 창모루나루터와 도미나루터를 지나 팔당댐으로 이어지는 사랑길은 5㎞ 밖에 안되는 둘레길중 가장 짧은 코스다. 지난 2004년 45호선 국도가 연결되기 전까지 숨겨졌던 아랫배알미까지 연결됐던 옛길을 다시 복원하기로 한 사랑길은 1시간20분이면 코스를 모두 둘러볼 정도로 그 길이는 짧고 평탄하다. 그러나 길의 의미를 알고 한발한발 내디디면 마음속 한구석 가슴 아린 느낌을 받게 된다.
사랑길은 이미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잘 알려진 '도미부인 설화'가 시작된 곳이다. 옛날 이곳 마을에 신분이 보잘 것 없던 도미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도미의 부인은 매우 아름다웠고, 이를 전해들은 백제 개로왕은 신하를 시켜 수청을 들게 했다. 그러나 이를 거역했고, 결국 도미의 눈을 뽑아 작은 배에 태워 강물에 띄워 보내게 되고 부인은 개로왕으로부터 도망쳐 그 길을 따라 수년을 헤맸고 도미를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지금의 배알미동 한강변은 이러한 설화를 가진 도미부부가 이곳을 떠났다해 '도미나루'라는 지명으로 불리고 있다.
새단장을 준비중인 사랑길은 이런 얘기를 바탕으로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사랑의 자물쇠'를 걸어두는 이벤트 공간도 준비중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사랑길을 걸으며 서로의 건강도 챙기고, 100일 기념, 프러포즈 기념, 신혼여행 기념 등 기념일에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랑길이 있는 한강변은 아름다운 다양한 새가 많아 탐조(探鳥) 여행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특히 겨울철새중 백조(큰고니)는 많을 때는 100여 마리씩 날아와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그외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청둥오리도 장관을 이루고 있다.
팔당댐에서 사랑길을 따라 2㎞ 정도 내려오면 두꺼비 모양의 커다란 '두껍바위'가 있다. 이곳은 지금은 할아버지가 돼 있을 아랫배알미에 사는 동네 개구쟁이들이 학교를 파하고 돌아오는 길, 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놀이터 삼아 올라가 다이빙을 하며 놀던 곳이기도 하다.
코흘리개 시절 매일 같이 이 길을 걸었다는 하남시 김창배 개발사업단장은 "아랫배알미 동네에 살면서 동네 친구들과 수영하고 자라와 붕어 등을 잡았던 옛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사라졌던 그 옛길이 다시 복원된다면 연인들에게는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