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이준배기자]"새로운 사극영화 도전, 부끄럽지 않습니다."
화제작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를 쓴 박훈정 작가의 야심찬 감독 데뷔작 '혈투'가 지난 15일 CGV왕십리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혈투'는 명나라의 강압으로 청나라와의 전쟁에 파병된 조선군의 생존자 헌명(박희순), 도영(진구), 두수(고창석)가 아수라장이 된 객잔 안에서 벌이는 치열한 혈투를 긴장감있게 풀어낸 영화다.
청과의 전쟁에 파병된 조선 군장 '헌명' 역으로 사극 영화에 처음 도전한 박희순을 만났다. 그는 사극 도전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연극할 때 사극을 많이 했지만 영화에서는 처음이에요. 기존 사극과 다를 바 없는 사극이었다면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새롭고 시도를 하는 느낌이어서 도전했습니다."
손에 땀을 쥐고 볼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영화라 배우들이 고생을 많이 한 것이 역력했다. 어떤 장면이 가장 힘들었을까. 그는 오히려 여배우와의 촬영이 어려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세 명이 혈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창자가 터질 듯 아프기도 하는 등 제일 힘들었죠. 하지만 장희진씨 뺨을 쓰다듬는 장면을 찍을 때 오랜만에 여자배우와의 촬영이라 그런지 손이 너무 많이 떨려서 가장 많은 NG를 냈죠."
극중 박희순이 맡은 헌명과 진구가 연기한 도영은 친구 설정인데 실제는 선후배 사이다.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을지 궁금했다.
"감독님이 처음 캐스팅 이후 진구에게 한 말이 '희순이 형이랑 친하게 지내지 마라'였어요. 긴장감을 가지고 있어야 해서 그러라고 하셨겠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첫 술자리에서 벌써 막역지우가 되어 촬영 내내 친하게 지냈고 서로 연기하는 데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동료들이었습니다. 촬영장은 혈투가 아닌 의리로 즐겁게 촬영했어요."
극 중 2인자의 설움을 지우기 위해 권력을 좇는 '헌명' 역을 맡은 박희순은 진한 남자의 냄새 이전에 찌질한 남자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는 질문에 대범하게 인정해 웃음을 자아냈다.
"찌질한 모습을 인정합니다. 가장 찌질했던 장면으로 '나이도 세 살이나 어린 게'라는 대사를 할 때는 제 자신도 우스웠어요."

세 역할 중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는 누구였을까. 그의 대답에선 의외의 인물이 튀어나왔다. "현장 스태프들은 배우 헌명, 두수, 도영 각자 캐릭터를 지지하는 그룹이 있었을 정도였는데 감독님은 중립을 유지하셨어요. 제일 사랑받는 캐릭터는 역시 여배우 장희진씨였죠. 장희진씨 촬영 날은 장희진 오신 날이라고 해서 잔치 분위기였어요. 대형 반사판을 동원할 정도로 특별 대우를 해줬죠."
마지막으로 박희순은 새로운 사극 '혈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숨기지 않았다.
"작품 자체로 봤을 때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스태프들이 아끼고 아껴서 피땀 흘리며 찍은 영화죠. 좋은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기파 배우 박희순의 첫 사극 출연작 '혈투'가 관객에게 어떻게 어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