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선회기자]수원 남수동 거리는 팔달문과 이웃해 있고, 주변에는 수원천, 화성행궁, 오래된 전통시장, 가구거리 등이 연결돼 있는 수원의 아주 오래된 골목 중 하나다. 예전엔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번화한 곳이었지만, 현재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수원영동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문화기반 시설이 낙후된 편이다.
이렇게 후미진 골목 한 편에 가격대 성능비가 놀라운 맛집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돌게장 백반'이라는 정식 명칭보다는 예전 명칭인 '호남회관'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회관'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이 그렇듯, 일단 가게가 오래돼 보이고 음식도 투박할 것만 같다. 실제로 이곳을 들어가보면 인테리어가 허름하기 짝이 없고 테이블도 4개 밖에 없다. 10명 앉으면 이내 손님이 차버리고 만다.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식당 이름처럼 '돌게장 백반'. 일명 밥도둑이라는 간장게장은 게 뚜껑에 붙은 알에 밥을 비벼먹는 재미로 홈쇼핑에서도 상당히 인기를 모았던 아이템이다.
여기서 7천원짜리 돌게장 백반을 시키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간장게장과 푸짐한 해물된장찌개, 주인이 직접 만든 낙지젓, 조개젓, 물미역, 꼬막무침, 샐러드 등 10여가지의 반찬이 나온다. 우선 된장찌개 한 술 뜨면 그 시원한 맛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찌개에 꽃게를 넣은 것이 된장의 텁텁한 맛을 싹 가시게 해 구수하면서도 무척 개운하다. 메인 요리인 돌게장을 한 점 집어들면, 왜 이 집에서 공기밥을 이다지도 많이 주는지 저절로 이해가 간다. 많이 짜지 않으면서도 달콤 짭조름한 간장게장을 입에 넣는 순간 밥 반공기는 뚝딱 사라진다.
이 집의 사장은 고향이 전남 강진인 황옥애(65)씨. 그는 22년전 수원으로 올라와 통닭집, 백반집, 함바집, 과일가게 운영 등 산전수전 다 거치며 7남매를 키웠다고 한다. 9년째 이곳에서 '돌게장 백반'을 운영하고 있는 황씨는 그의 어머니로 부터 게장 비법을 전수받은 후 수차례 실험을 거쳐 오늘날의 돌게장을 만들어냈다.
싱싱한 돌게를 공급받아 냉동고를 살어름판으로 만든 후 4일정도 숙성시킨 뒤에 5일째가 되면 비로소 요리를 한다. 이것이 맛을 내는 가장 큰 비법이며, 게장에 넣는 양념도 7~8가지면 충분하다는 게 황씨의 설명.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 음식값을 올리려고 생각도 해봤지만, 손님들의 요청에 7천원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전라도에 사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가 "전라도에서 먹는 게장보다 훨씬 맛있다"는 극찬을 하기도 했으며, 황씨의 음식 솜씨에 인근 모 병원에서는 직원들의 점심밥을 대달라는 요청을 했고, 까다로운 병원 식구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황씨는 몇년째 그곳에 반찬을 공급하고 있다. 주소: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132의 8 (031)245-6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