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대담:최우영 정치부장/정리:이호승/사진:전두현기자]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선에 걸쳐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국회 상임위(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를 한 차례도 바꾸지 않았다. '준비된 장관'이라는 수식어가 정 장관에게 붙는 이유다. 2018년 동계올림픽 후보도시인 강원도 평창을 방문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조사평가위원회가 현지실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정 장관의 치밀한 사전준비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정 장관을 지난 25일 문광부 장관실에서 만났다.

-평창 IOC실사단의 현지실사를 어떻게 보는가. 기대를 해도 되겠는가.

"1차 시험을 본 셈이다. 틀리지는 않고 잘 봤다는 생각이다. 실사단이 실사결과를 110여명의 IOC위원들에게 전달하고, 7월 6일 더반에서 결과가 나오는 만큼 그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평창이 타 후보 도시에 비해 우월한 부분은 무엇인가.

"이미 대회 시설의 절반 이상이 완성됐다는 점을 실사단도 높게 평가했다. 또 정부의 강력한 지지가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도 현장에 내려갔고, 국무총리도 프레젠테이션에 직접 참여하고 저도 일주일 내내 평창에 있었다. 실사단도 우리 정부의 열의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점도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특히 아시아 동계스포츠의 활성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일주일간 실사단과 함께 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의 '느낌'은 어떤가.

"구닐라 린드버그 위원장이 마지막 현장 실사할 때 수준 높은 프레젠테이션을 해 만족스럽다는 말을 했고, 실사단은 2천18명의 대합창단 합창을 보면서 감동받고 눈물을 글썽였을 정도였다. 140만명 국민들의 유치 서명에도 감동을 받았다. 실사를 잘 받는다고 유치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1차 관문을 잘 통과했다고 본다. 아직 수많은 프레젠테이션이 남아있고, 특히 5월 런던에서 IOC위원을 상대로 하는 테크니컬 프레젠테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갈 길이 멀다."

-실사기간 중 정 장관이 크로스컨트리 시범을 보인 장면도 보도됐는데 평소에 동계 스포츠를 즐기는 편인가.

"스키는 타지만 크로스컨트리는 처음이었다. 굉장히 힘들었다. 운동이라면 모두 좋아한다. 요즘엔 테니스를 하지만 이전에는 인라인스케이트·자전거도 타는 등 운동이라면 닥치는 대로 한다."

-실사를 끝내고 아쉬운 점은 없었는가.

"전혀 없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의 실무진과 대통령으로부터 장·차관, 지방정부, 지역 주민 등 국민 모두가 혼연일체됐다고 생각한다. 정말 준비를 잘했다."

-정 장관은 이번에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하면 국가적 수치라고까지 했다. 오히려 부담되지 않나.

"3~4년 전만 해도 누가 피겨스케이팅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딴다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걸 넘어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금메달이 나오고, 심지어 봅슬레이·루지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등 우리나라의 동계스포츠 경기력이 급상승했다. 이 자체가 국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다. 경제력 역시 세계 수준급으로 올라섰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유치가 안 된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그런 생각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평창은 세 번째 도전이다. 세 차례나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일각의 비판도 있다.

"일단은 한번 칼을 뺐으면 끝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한 번, 두 번 안 됐다고 해서 세 번째 도전할 가치가 없다는 건 언어도단이다. 가치가 있다.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65조원의 직·간접 효과가 있다고 하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원도에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두 번의 실패를 했지만 헛된 실패는 아니다. 그런 과정이 있었으니 국민들이 동계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런 관심이 지난 동계올림픽 메달 순위 5위라는 성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 지금만 해도 동남아 관광객들이 스키 등을 즐기기 위해 한국을 많이 찾고 있다. 관광산업에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화제를 바꾸겠다. 청문회 당시 제기된 남한강 예술특구 사업과 관련, 장관의 취임으로 오히려 사업정비에 역차별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문회에서도 나왔지만 무슨 문제가 있었나. 우리 지역구 사업이라 해서 안 된다면 할 수 있는 사업이 없다. 양평이 제 지역구가 아니라고 해도 했을 것이다. 그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국민들에게 좋은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남한강 예술특구 일대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600~700명의 예술인들이 자연발생적으로 창작 스튜디오를 갖고 활동하고 있다. 인적 인프라가 마련돼 있는 지역을 특구로 지정, 발전시키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 이미 많은 화가, 작가들 수백명이 활동한다. 그런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당연하다."

-정치적 시각에서 보면 장관의 지역구인 가평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불만도 있을 것 같다.

"이미 가평은 2008년 세계 캠핑 캐러반을 유치했다. 내가 이탈리아 등을 2년간 다니면서 유치했고, 250억원을 투자해 자라섬·연인산 캠핑장을 조성하지 않았는가. 인프라를 구축해서 우리나라 레저문화의 트렌드를 바꿨고, 그 중심지가 가평이 됐다.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캠핑장이 가평에 몰려 있다. 더불어 재즈페스티벌과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냈다. 또 관광공사에서 가까운 서울 근교에 당일코스가 가능한 관광코스를 개발 중인 곳 중 하나가 가평 와인밸리다. 지금까지는 양평군민들이 오히려 불만을 가졌다. 우리나라 미술의 발전을 위해 진행한 것이지만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정병국이가)그런 일도 했구나라는 게 알려진 셈이다."

-장관 취임 이후 대국민 업무보고는 어떤 취지에서 시작했는가.

"같은 분야 상임위를 10년간 해 왔다. 하지만 내가 초선 때 지적했던 것이 고쳐지지 않고 있었다. 정부에서 좋은 정책을 내놓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문제를 제기하고 불만이 있다. 첫째는 공무원 인사시스템이 순환보직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2년이면 담당자가 바뀌고, 장관·의원이 바뀌니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현장의 소리와 늘 괴리가 있는 측면도 있어 그런 측면을 좁혀 보고자 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공무원들이 장관을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인 만큼 정책 고객인 국민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취지다. 정책을 입안하면 국민이 생각하는 방향과 맞는지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하고 의견을 수렴하니 고민하고 만든 것인데도 보완할 게 있다. 큰 성과가 있다고 본다."

-대국민 업무보고를 정례화할 생각인가.

"깊이 들어가야 하는 건 분야별로 더 깊이 들어가려 한다. 콘텐츠 분야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화계의 불만이 많고, 최고은 작가의 사망으로 불거진 문화예술인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도 현안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오늘 저녁에는 영화 현장 스태프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얘기를 듣고자 한다. 의정활동을 10년 하면서 느낀 건 답은 현장에 있다는 거다."

-문광부 장관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방향이 있다면.

"모두 다 중요하다. 크게 봤을 때 문화·예술이 지니고 있는 본연의 힘을 발휘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문화예술의 힘은 강하다. 생각·이념·종교·언어는 달라도 예술을 감상하는 것은 모두 같다. 그게 예술의 힘이다. 문화예술은 사회를 통합하는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선 예술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문화 예술의 사회통합기능을 회복시킨다면 예술가들은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다. 그 환경을 조성하는 게 내 역할이다. 또 다른 현안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문화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선택·집중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 바탕하에 예술가들에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실제 환경은 엄청난 규제가 상존하고 문화·예술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모든 산업에 있어서 발목 잡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문광부 관련 규제 중 개선해야 할 것을 살펴보니 약 130건에 달한다. TF팀을 구성해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 그게 시급하다. 또 다른 하나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문화 소외감이라는 건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 문화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그쪽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문화 예술인의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이 있는가.

"문화예술인들의 80%가 월 100만원이 안 되는 수입으로 산다. 연극인들의 50%는 월 수입이 25만원에 불과하다. 문화예술로 인해 부를 얻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정부가 출연해서 기금 혹은 예술인 복지재단을 만들 생각이다. 우선 4대보험을 처리해야 하고, 여러 기준을 정비해 어느 정도 활동하다 은퇴한 사람들에게 생활보호대상자에 준하는 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다."

-한류의 세계화를 위한 별도의 구상이 있는가.

"정부가 어떻게 해서 되는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전적으로 대중예술인들의 노력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러가지 대중예술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노력을 현실성 없는 규제로 발목잡는 건 아니라고 본다. 이런 걸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한류가 지속되려면 일방적으로 우리 것만 나가려고 하고, 들어오는 걸 막는 것도 안 된다. 상호교류의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일본드라마 개방을 언급했다.

"개인적 입장에서 말한 것이지만 처음 대중문화를 개방할 때 얼마나 논란이 많았는가.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당당할 수 있다.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일본문화에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 우리 대중문화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누가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가. 요즘 할리우드 영화도 국내 관객수가 크게 줄었다. 우리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이유로 시한부 장관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장관이 임기가 있는가. 아니다. 그런데 왜 시한부라는 말이 나오는가. 3일짜리 장관도, 한 달짜리 장관도 있다. 지난 청문회 때 평균을 내 보니 장관의 임기가 1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왔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판단이 중요한 것이다. 지금은 장관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양평·가평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하면서 맹주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기초자치단체장은 무소속이 많이 당선됐다.

"그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 또는 보수성향의 후보들이 난립해 표를 갈라 먹는다. 반면 진보성향의 인사들은 아예 당 공천없이 무소속으로 입후보해 차별화한다. 한나라당 호감도가 강한 민심에 부응하기 위한 자성책 또는 대응책은 필요하다고 본다."

-경기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구제역으로 도민들이 상당히 많은 피해를 입었고, 이제는 침출수 등으로 환경오염을 걱정하는데 한 명의 국무위원으로서 도민여러분께 염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 하지만 정부에서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동원해 대비책을 추진 중이다.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국제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물가 특히 유가 폭등 등으로 도민들이 많이 고통받고 있다. 이 부분도 정부에선 최우선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만큼 저희들이 더 노력하겠다. 또 문광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부분은 더 이상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