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글┃양평/박승용·이윤희기자]봄이 오는 듯하다 갑작스러운 꽃샘추위로 다시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조금만 귀를 기울여보면 봄이 머지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겨우내 꽁꽁 얼어 도통 움직임을 알 수 없던 냇물이 빗장을 풀고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물고기들의 군무를 선사하며,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이름모를 나무며 풀들에선 푸른 기운이 돋아난다.
양평군 단월면 보룡리의 아담한 산책길, '단월로'를 걷다 보면 느껴지는 바람과 공기에서 어딘가 따듯함이 전해지는 듯하다. 역사적 배경과 의미심장한 얘기를 갖춘 길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더 정감있고, 애틋함이 느껴지는 길이 바로 단월로다.
# 목교에서 일상을 바라보다!
지난 2009년 단장을 마친 단월로는 양평군 단월면사무소에서 레포츠공원 쪽으로 오면 만날 수 있다.
양평 단월면은 경기도의 끝단으로 강원도(홍천군 서면)와 접하고, 국도 6호선을 통해 대명 비발디(국지도 70호)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국도 6호선을 이용해 강원도나 스키장을 찾았던 이들이라면 스쳐 지나갔으리라.
총 3㎞ 구간의 단월 산책로는 단월면 보룡리 일원의 부안천과 괘일산을 중심으로 하천과 산림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화려한 시설을 갖추고 한눈에 이목을 끄는 길은 아니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보행목교는 270m 구간에 걸쳐 조성됐으며, 밤에는 LED조명시설을 갖춰 가로등과 함께 조명이 장관을 자아낸다.
단월 레포츠공원에 들어서면 단월로가 바로 시작된다. 처음 만나게 되는 보행로는 보행목교다. 자연훼손 없이 경관을 그대로 살려 조성된 천연목재데크의 보행목교는 단월로의 그야말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나무들도 앙상하지만 보행목교는 나름의 운치를 자아낸다. 목교를 등지고 있는 야트막한 산자락에서 퍼져나오는 은은한 소나무향이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발길을 붙잡는다.
목교에 서서 발 아래를 내려다보면 어린 시절 냇가에서 보던 송사리떼를 비롯해 이름은 잘 모르지만 낯익은 민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1급수의 하천답게 물 밑의 돌 하나, 떨어진 나뭇잎 하나까지도 소소히 보인다. 아직 체감온도는 영하의 날씨지만 물고기들의 움직임은 힘차기만 하다. 부안천은 흘러흘러 남한강과 만나게 된다. 단월로는 부안천을 자연석을 이용, 여울형 수중보와 어도를 설치해 물고기 등 수생동물 생태환경 보호 등 자연친화적 디자인으로 조성해 관광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시골의 유유자적한 풍경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왠지 모를 편안함마저 느껴지게 된다. 멀리 보이는 마당 넓은 농가의 집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가 왠지 아랫목을 뜨끈히 데우는 느낌이다.
목교가 끝나고 조금만 걷다 보면 괘일산 등반을 알리는 표지판이 우뚝 서 있다. 해발 468m의 괘일산은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야말로 양평사람들만 아는 명소 중 하나다. 단월로에서 괘일산 정상까지 3.1㎞가량 등산할 수 있는 등산로가 조성돼 있는데, 일반인은 1시간 반 정도면 완만한 능선을 타고 오를 수 있다. 다소 거리가 짧은 단월로를 걷는 것이 뭔가 아쉽다면 괘일산 등산을 권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높이에다 삼림욕이 따로 필요없을 만큼 소나무가 전해주는 시원함이 피로까지 풀어주는 듯하다.
괘일산을 위시해 해마다 3월이면 양평단월고로쇠 축제가 단월면 레포츠공원 일원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구제역의 여파로 행사가 취소돼 아쉬움이 크다. 봄에 열리는 고로쇠축제는 뼈에 이롭다 해 골리수라 불리는 고로쇠 수액을 맘껏 마실 수 있는 축제로, 각종 볼거리와 먹을거리들이 풍부해 가족 또는 연인이 많이 찾던 행사다.
부안천변 좌우로 조성된 단월로는 자전거길과 함께 조성돼 힘이 들면 자전거를 타고 쉽게 한바퀴를 돌아나올 수도 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지금은 앙상한 터널뼈대만 남았지만 봄이 되면 장미나 수세미가 터널을 가득 메워 장관을 이루는 터널길이 눈길을 끈다. 인근에는 갈대밭이 군락을 이루며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단월로를 걷다 보면 산책로 인근 곳곳에서 노란 지붕의 점포를 볼 수 있다. 바로 농산물직판장으로 이곳에선 각종 나물류(참취, 곰취, 참나물 등), 산더덕, 상추, 표고버섯, 토종꿀, 칡청 등과 여름이면 참외 등 농가에서 바로 공수한 신선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1시간가량 길을 걷고 나면 입이 심심해지게 마련. 하지만 이곳에선 생각보다 입맛을 충족시켜줄 곳이 많지 않다.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피크닉 삼아 이곳을 찾으려는 이라면 간단한 간식거리를 지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길을 걸으며 체력을 단련할 목적이라면 오는 7월을 기대하시라. 단월로 입구에 공사가 한창인 단월면 다목적 강당이 7월 완공 예정으로 체육관식 강당이 지어지면 더 많은 체력 단련기구들이 들어서게 된다.
단월로와 멀지 않은 곳에 산음·석산계곡, 소리산, 봉미산 등이 있고, 단월산림휴양림은 이미 널리 알려진 곳으로 이용객이 많다. 단월면에는 전통문화학교(산음리 소재)와 전통무예원(명성리 소재)도 운영돼 전통체험도 가능하다.
한편 단월로는 길이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문화관광체육부와 행정안전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 2010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공모전에서 공간디자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길을 함께 한 양평 단월면사무소 이승수 주무관은 "사계절 매력을 갖춘 곳이 이곳 단월로로, 공무원으로 이곳에서 2년 넘게 생활하면서 든든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며 "지쳐버린 심신에 활력을 주고, 계절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이곳 단월로를 시민들이 많이 찾아오셔서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