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준배기자]임 감독은 판소리를 소재로 한 '서편제'와 '천년학', 천재화가 장승업의 삶과 열정을 담아낸 '취화선' 등에 이어 새롭게 잊혀져가는 우리 문화인 '한지'에 대한 관심을 스크린에 부활시켰다.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는 시청 공무원(박중훈)과 그의 아픈 아내(예지원),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강수연)이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는 작업에 관여하게 되면서 얽히고 부딪히고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101번째 영화를 선보이게 된 임 감독은 "누군가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남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먼저 소재인 한지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은 뒤 "'달빛 길어올리기'는 나의 101번째 작품이 아니라 새롭게 데뷔하는 신인감독의 첫번째 작품으로 불리고 싶다"고 남다른 열정을 전했다.

이어 임 감독은 "난 판소리, 동양화 이런 것을 통해서 우리 선조들이 해놓은 한국인의 문화가 갖는 흥이나 정서, 아름다움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과 함께 다음 영화를 걱정하던 중 이때 한지를 소재로 하자는 제의를 들으면서 앞 뒤 없이 들어가서 찾으면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촬영이 끝날 무렵까지도 새로운 한지 얘기를 들으면서, 내가 섣불리 한지의 깊고 넓은 세계를 겁도 없이 영화를 한다고 대들었다는 경솔함에 굉장히 후회를 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우리 한지를 알릴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는 점에서 한쪽으로 좋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후일담을 털어놨다. 또한 단순히 한지에 대해서만 다룬 영화가 아니라 인간 군상의 드라마에 대한 의외성에 대해서는 "우리의 한지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 그 안으로 빠져들어가는 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표현했다.


특히 임 감독은 연기자 박중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영화에서 내가 연기자와 영화의 큰 틀을 정해놓고 어떻게 가야 될지를 계속 열어놓고 늘 대화를 했던 연기자는 박중훈씨"라고 소개한 임 감독은 "전에는 내 틀을 미리 정해놓고 완강하게 그 틀 안을 살곤 했다. 그런데 매번 서로 상의를 하면서 영화를 완성하면서 이렇게 많이 열어놓고 영화를 해도 되는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린 계기가 됐다"고 항상 신인같이 배우는 겸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