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11일 오후 중북부를 강타한 최악의 지진과 대형 쓰나미로 일본 열도가 아비규환에 빠졌다.
오후 10시 현재 7개 도현(都縣)에서 사망자가 60여명을 넘어섰으며 실종자는 100여명을 넘는 등 인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또 선박과 차량, 건물이 쓰나미로 역류하는 바닷물에 휩쓸려 큰 피해가 발생하고 원전의 가동이 중단됐으며, 정유공장에 화재가 발생하고, 교통과 통신이 두절되는 등 일본 열도가 최악의 혼란을 빚고 있다.
전력공급 중단으로 동북부 해안 지역이 야간 암흑천지다. 도후쿠(東北) 지방 440만가구, 간토(關東)지역은 405만호의 전기공급이 끊겼다. 정부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 상황 파악과 구조에 나서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140년만의 강진..최고 10m 쓰나미 = 지진은 오후 2시46분 도쿄(東京)에서 북동쪽으로 243마일 떨어진 도후쿠 지방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의 규모를 7.9로 발표했다가 8.8로 수정했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8.9라고 밝혔다. 도호쿠 지방의 진도는 최고 7로 관측됐다.
이날 지진의 규모는 일본에서 140년만에 가장 강력한 것이다. 지난 1995년 1월 발생한 고베 대지진 당시 규모는 7.2였으며, 지난 1923년 9월 무려 14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간토 대지진은 7.8이었다.
지진으로 대형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고 이와테, 미야기, 아오모리는 물론 도쿄 부근인 이바라키(茨城)현 연안에 10m 높이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특히 센다이 지역의 경우 쓰나미가 해안 지역의 가옥과 이동 중인 차량을 덮쳤으며 공항이 침수되는 등 엄청난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미야기현과 이와테현 등에서도 쓰나미가 밀려들면서 선박과 차량, 가옥이 휩쓸렸으며, 도쿄에서 동북부 도심을 잇는 신칸센 등 철도 운행이 전면 중단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또 미야기현 센다이와 이와테현 등 강진과 쓰나미가 휩쓴 지역은 전력 송신이 끊겨 밤이 되면서 암흑천지로 변했으며, 통신두절로 피해상황이 제대로 집계되지않고 있다.
이날 지진으로 도쿄 도심 고층빌딩에서도 수분에 걸쳐 선반의 물건이 쏟아져 내릴 정도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고층 빌딩의 엘리베이터 운행이 중단됐고, 도쿄 시내에서는 한동안 전화가 불통됐다.
◇ 사망 60명, 실종 100여명 = 이날 강진으로 오후 10시 현재 60여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실종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부상자는 250명이 넘고 있다.
후쿠시마(福島)현에서는 모두 8명이 사망하고 26명이 행방불명이다. 이 지역 시라카와 지역에서는 토사붕괴로 주택이 매몰돼 14명이 행방불명됐다.
이와테(岩手)현에서는 1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 오후나토(大船渡)시의 마쓰자키(松崎) 지역은 마을이 통째로 쓰나미에 휩쓸렸다. 도치기(檜木)현과 지바(千葉)현 등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石券) 앞바다에서는 100명이 승선한 선박이 쓰나미에 휩쓸려 당국이 행방불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미야기현에서는 이 시간 현재 9명이 사망했다. 이 지역 센다이는 해안에서 10㎞ 지점까지 쓰나미가 덮쳐 사망.실종자가 대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후쿠 지역 5개 도현(都縣)에서 53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지진 지역은 정전과 통신, 교통불통으로 정확한 피해 상황이 집계되지않고 있다. 정전 가구는 도후쿠 440만 가구, 간토 405만 가구 등 845만 가구로 잠정 집계됐다.
경제산업성 원자력 안전.보안원은 이날 지진의 영향으로 도쿄전력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1, 2호기(후쿠시마현 오쿠마초<大熊町> )가 자동 정지한데 이어 냉각기능에 이상을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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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부근 해저에서 일어난 대규모 강진으로 도쿄 인근 이치가와 화학단지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도) |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2호기의 연료봉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있다며 반경 3km 이내의 주민들에게 신속 대피를 요청했다
지진과 쓰나미로 수도권의 나리타공항에서 관광객 등 1명의 발이 묶였고 센다이공항은 침수돼 1천100명이 대피했다.
◇공장 가동중단..금융시장 `쇼크' = 일본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전자, 철강 등 업계 피해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후지쓰중공업은 군마현 5개 공장 비롯, 도치기, 사이타마에서 모두 8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세계최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는 직접적인 지진 영향권에 든 미야기(宮城)현 공장과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다면서 피해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도요타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인 `도요타 보쇼쿠'도 미야기현 공장에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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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부근 해저에서 일어난 대규모 강진으로 센다이 시내 건물과 도로에 덮친 쓰나미로 파괴된 마을에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도) |
소니도 도호쿠 지방에 위치한 6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뒤 현지 공장 근로자들을 모두 대피시켰으며, 정전 등으로 인한 피해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동통신 업체인 KDDI는 일부지역에서 휴대전화 통화연결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면서 통신시설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며, 도쿄 외곽에 위치한 정유업체인 코스모 오일에는 화재가 발생했다.
일본 최대 정유업체인 JX니폰오일앤드에너지는 센다이, 카시마, 네기시 등의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호쿠리쿠 전력은 북부에 있는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의 3개 원자로를 자동적으로 모두 폐쇄했다고 밝혔다.
도쿄 증시와 외환시장을 비롯한 전세계 금융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진 소식이 알려진 이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83.29엔을 기록, 82.80엔을 기록했던 지난달 22일 이후 엔화 가치가 가장 낮아졌다.
도쿄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도 전날보다 179.95포인트(1.72%) 하락한 10,254.43, 토픽스지수는 15.33포인트(1.65%) 내린 915.51로 각각 마감했다.
이날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 100 지수도 전날보다 0.63% 내린 5,808.41,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30 지수는 0.86% 내린 7,002.26,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 40 지수는 0.94% 떨어진 3,926.72로 장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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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11일 오후 일본 간토(關東). 도호쿠(東北) 지방을 강타한 지진과 관련,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교도) |
◇日 정부 `비상상황' = 일본 정부는 전 각료에게 부처별로 지진과 쓰나미 피해 축소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고, 방위성도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NHK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지진 재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오후 4시 10분께 전 각료를 소집해 긴급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상황을 보고받는 한편 피해대책을 논의했다. 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부는 전심전력을 기울여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은 냉정하고, 신속하게 행동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치권도 오는 14일 예정된 정기국회 심의를 중단키로 하는 등 피해 대책을 위해 `정치 휴전'에 합의했다.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지진대책본부 회의에서 "미증유의 대지진이다. 영상을 통해 볼때 큰 피해가 예상된다. 당으로서 가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는 '대지진 긴급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가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우리도 협력하겠다"고 강조한 뒤 "긴급 예산편성이 필요하다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도 오카다 간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야당으로서 재해대책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大熊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