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글·사진/김종화기자]유난히도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겨울이 가고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늘 그래왔듯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광양의 매화마을과 구례의 산수유마을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소식으로 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 한반도 남단에서 매화가 피기 시작하고 유채가 꽃망울을 터트리기도 했지만 봄을 즐기기에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렇다고 집안에만 있기에는 아쉽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기지개 켜기에 좋은 봄 햇살이 창문 유리 사이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 기억속의 남해, 그리고 다랭이마을

남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무엇인가요?

맑고 청정한 바다, 남해대교, 다랭이마을, 많은 전설이 서려 있는 금산 보리암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남해안과 동해안의 여느 해안이 그렇듯 남해도 청정한 바다가 일품이다.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해 층층이 만든 계단식 논을 지칭하는 다랭이논. 다랭이논을 생각하면 남해가 떠오르지만 사실 다랭이논은 강원도를 비롯한 한반도 전역 산세가 험한 곳에서 볼 수 있다.

다랭이마을도 마찬가지다.

남해대교의 야경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인근 여수 돌산대교도 남해대교 못지않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어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에게 인기를 끈다. 남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왜 남해로 발길이 가는걸까?

그건 이런 다양한 풍경들이 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 추억 속으로 이끄는 길 '다랭이 지겟길'

바랫길의 4개 코스 중 '다랭이 지겟길'을 선택한 것은 남해의 아름다운 해안 절경과 한적한 어촌마을을 즐기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남해를 대표하는 관광자원 중 하나인 가천 다랭이마을을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다랭이 지겟길'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이른 아침 남해에 도착해 '다랭이 지겟길'을 시작하는 평산항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30여분 남해 대표 특산물인 파밭, 파종을 기다리는 밭과 논을 지나 평산항에 도착했다.

평산항은 조선시대 수군을 다스리던 종사품 무관인 만호가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군대와 함께 머물던 곳이다.

조선시대 만호가 머물 당시 번잡했을 법한 곳이지만 지금은 조그마한 어항으로 한적하기만 했다.

한적한 평산항을 뒤로 하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다랭이밭을 끼고 오르는 언덕이 나왔다. 바다 한가운데에는 큰 배들이 오고가고 있었고 그 너머에는 여수 시내가 어렴풋이 보였다. 바다와 다랭이밭을 감상하며 한동안 거닐다 유구진달래군락지 황톳길을 거닐었다.


그리고 사촌해수욕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선돌몽돌해변을 지나 향촌전망대에 올라 해안 풍경을 즐겼다. 바다와 한적한 어촌마을, 소나무가 울창한 조그마한 산, 해변 등이 이어져 감상할 수 있어 수시간의 트래킹이 지루하지 않았다.

이후 2시간여 동안 해안가에 자리한 예쁜 펜션과 집들을 감상하며 거닐자 명승 제15호로 지정된 가천다랭이마을이 나타났다.

설흘산과 응봉산 산비탈에 위치한 가천다랑이마을은 급경사지에 100여층의 곡선 형태 논이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있는 곳이다.

자세한 여행 정보와 지면에 실리지 못한 다양한 사진들이 펼쳐집니다.

■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문화자원이 어우러진 남해 '바랫길'

남해군은 다리로 이어져 있는 남해와 창선 두 섬의 아름다운 길을 이어서 트래킹 코스인 바랫길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랫길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자원이 잘 어우러져 있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전국 10선 중에 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트래커들을 기다리는 코스는 4개 코스다.

1코스인 '다랭이 지겟길'에서는 다랭이논과 밭 주변을 거닐며 선조들의 억척스러운 삶을 느껴볼 수 있고 말발굽길(2코스)에서는 해안을 중심으로 이뤄진 어촌마을의 인심과 맛을 즐기며 고려시대 군마를 기르던 유적들을 감상할 수 있다.

고사리밭길(3코스)은 고사리로 유명한 창선도의 정취를 느끼고, 산과 밭으로 거미줄처럼 이어진 고사리밭길을 통해 아름다운 해안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고 진지리(잘피)길(4코스)은 냉천오촌체험마을에서 갯벌체험과 창선삼천포대교 관광을 할 수 있다.

바랫길 각각의 코스에서 남해만의 특색을 즐길 수 있지만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남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 가는 방법

- 대중교통 : 수원(서수원터미널 08시30분, 14시, 18시)→남해터미널→평산항
-자가용 : 경부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남해

※ 취재협조 : 남해군, 남해 바랫길 바래지기 백상연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