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톰 후퍼
출연 : 콜린 퍼스, 제프리 러쉬, 헬레나 본햄 카터, 가이 피어스
개봉일: 2011.3.17. 목. 12세 관람가
별점:★★★★★(5/8개 만점)


[경인일보=이준배기자]'콤플렉스는 국왕마저 얼어붙게 한다'.

지난달 말 2011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바로 이 영화 '킹스 스피치'였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주요 4개 부문을 석권한 것.

이 영화는 말더듬이 국왕 조지 6세, 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인 그의 인간승리를 다룬 영화다. 더 자세히 풀면 왕이 될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았던 조지 5세의 차남 '버티'와 평생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일은 꿈에도 없을 줄 알았던 호주 연극배우 출신의 괴짜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의 이야기다. 1936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여인의 사랑과 도움 없이는 무거운 책임을 감당해 나갈 수가 없다"며 왕관을 버리고 미국인 이혼녀 심슨 부인과의 사랑을 택한 '세기의 스캔들'로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형 에드워드 8세의 퇴위로 왕위에 오르게 된 조지 6세. 그는 세계 제2차 대전 중 폭격에도 궁을 떠나지 않고 국민들 곁에 남아 영국민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그런 용기있는 왕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말더듬기. 사람들 앞에만 서면 혀가 긴장되는 그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듣는 라디오 연설은 더없이 힘든 고난의 시간이다. 특히 당시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세기의 선동가' 히틀러에게 맞서려면 그도 이런 작은 고난쯤은 스스로 헤쳐 나가야만 한다. 그는 여러 학위를 가진 명의들을 만나 말더듬기 치료에 힘써 보지만 번번이 실패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필요한 건 모든 격식을 깬 특단의 조치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가 왕으로서 권위나 자리에 연연하기보단 자기 스스로의 결점을 고치기 위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괴짜 언어치료사가 그가 최초로 만난 민간인이었다는 영화 속 내용을 보면 그가 왕족과 귀족의 폐쇄된 사회에서 살아오며 얼마나 많은 압박감을 받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로열패밀리인 그에게 가장 큰 바리케이드는 바로 그 신분이었던 것. 그가 연약한 한 인간으로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콤플렉스를 통해 만났지만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우정을 쌓는 모습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