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수유 군락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이천시 백사면 원적산로. 노랗게 물들어가는 산수유와 황톳빛 흙길이 조화를 이뤄 탐방객들을 유혹 하고 있다.

[경인일보=글┃이천/서인범·이윤희기자]봄의 전령이라 불리는 산수유.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오랜 전통의 산수유 군락이 이천에 자리하고 있다. 이천시 백사면 일원(경사리, 도립리, 송말리)은 100년에서 500년 이상 수령의 산수유나무 1만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3, 4월이면 노란 산수유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룬다. 이 산수유를 따라 길게 펼쳐진 길이 이천 원적산로다. 봄엔 노란 설렘으로, 가을엔 새빨간 열매로 원적산 단풍과 어우러져 탐방객들을 유혹한다. 8일부터는 산수유꽃축제가 펼쳐져 볼거리와 함께 다채로운 즐길거리도 제공한다.

# 산골마을에 1만여 산수유가 장관

원적산로의 시작은 통상 도립마을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남한강에서 한발짝 물러선 산골로, 서울에서 자동차를 이용하면 1시간 남짓 걸린다. 10만여㎡ 남짓한 산골마을에 1만여 그루의 산수유가 온 마을을 물들이는 장관이 시작되는 곳으로 여기서 이천의 최고봉인 원적산 천덕봉까지 해발 634m가 된다.

해마다 3월 말이면 원적산 자락을 타고 산수유꽃이 샛노랗게 물들어 가는데 올해는 기후탓에 4월 접어들어서야 그 빛깔을 드러내고 있다. 마을회관과 그 옆 아름드리 느티나무 사이로 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길을 나섰다. 10분 정도 걷고나니 마을 뒤편으로 넓은 밭고랑이 나타났고 일렬로 늘어선 산수유가 가로수를 이루고 있다. 조금더 가니 그야말로 산수유가 밭을 이루고 있고, 자그마한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치 동화속 풍경같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두세명이 나란히 걷기 좋은 황톳빛 흙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좌우로 공동묘지가 나타난다. 산행을 시작해서 20분쯤 지나니 '이천 최고봉-원적산'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여기에 이르면 지금껏 따르던 넓은 길을 버리고 오른쪽 밤나무숲 사이로 난 산길로 접어든다. 그러자 6m 높이의 '낙수재폭포'가 나타난다. 이 폭포는 여름날이면 시원한 폭포수가 장관을 이룬다.

산길은 폭포수가 만들어 놓은 탕을 가로질러 오른편 나무계단길을 따라 오른다. 여기서부터 길이 가팔라진다. 리기다소나무가 군락을 이뤘나 싶더니 아카시숲, 졸참나무숲이 이어진다. 숨을 고를 겸 크게 공기를 들이마시니 삼림욕이 따로 없다. 정겨운 산길을 따라 걷길 1시간. 첫번째 능선이 나타났는데 여기서 뒤돌아보자 이천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방으로 확 트인 넓은 들판과 야트막한 구릉들이 포근해 보인다. 파릇한 나무, 풀들의 빛깔이 노란 산수유와 더해져 봄날의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곳에서부터 원적산은 민둥산으로 바뀐다. 천덕봉에 이르기까지 능선상에서 나무를 볼 수가 없는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군부대 훈련장이 있어 민둥산처럼 변해있다. 원적산 천덕봉에 이르기 전 전초기지 같이 들어선 해발 563m 원적봉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봉우리에 오르면 반듯한 헬기장이 나타나는데 이천시내를 조망하기엔 최고의 명당. 산수유마을의 모습도 이곳에서 전체적으로 한눈에 다 들어온다.

천덕봉은 이곳에서 북쪽으로 가파르게 솟은 능선으로 이어진다. 역시나 초원지대로 이어진 길. 왼편으로는 아래쪽의 군부대 사격장이 보이고, 그곳까지 산은 나무가 자라지 않는 초원으로만 이루어졌다. 반대로 오른편으로는 긴 계곡을 따라 잘 자란 시퍼런 잣나무숲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빈틈없이 빽빽한 잣나무 숲이 끝나는 곳부터는 낙엽송이 능선까지 촘촘히 자라고 있다.

원적산 정상 천덕봉에 도착했다. 북쪽은 여주·양평으로 멀리 용문산까지, 서쪽으로는 광주시를 경계로 원적봉은 이천, 천덕봉은 광주시로 이어져있다. 여기서 다시 우리는 북동쪽으로 뻗은 능선길을 따라 내려갔다 영원사로 향했다.

▲ 산골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돌담길이 옛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원적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영원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의 말사로, 638년(신라 선덕여왕 7년) 해호(海浩) 선사가 창건했다. 창건 당시에는 영원암이라 했으며 당시의 절은 지금의 절터보다 약간 위쪽에 있었다. 초창때부터 일제시대까지는 영원암이라 불렸으며 당시 수마노석으로 조성한 약사여래좌상을 봉안했다. 1068년(고려 문종 22년)에 혜거국사가 불타버린 영원암을 중창했으며, 6·25전쟁 이후 폐허로 남아 있던 것을 1968년 비구니 선혜가 중창해 오늘에 이른다고 한다. 건물로 대웅전과·약사전·종각·보적원과 요사채 2동 등이 있다. 유물로 대웅전 내의 범종이 유명한데, 1769년(영조 45) 광주의 대진사에서 만든 것으로, 높이가 58㎝, 입지름이 38㎝다. 경내에는 혜거가 중창할 때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남아 있다. 높이 25m에 무려 800년의 수령을 자랑한다.

영원사에서 내려오다 도립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81호인 반룡송을 찾았다. 하늘로 오르기 전 또아리를 트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해 반룡송이라 이름 붙여진 것으로, 신라말 도선국사가 심었다고 한다. 풍수의 대가였던 도선국사가 명당으로 지목한 5곳에 나무를 심었는데 그중 하나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영험이 깃든 나무이기 때문에 가지를 꺾거나 껍질을 벗기는 따위로 나무에 해를 입히는 사람은 심한 피부병을 앓게 된다는 속설도 전해오고 있다. 수령은 480년 정도되며, 나무 높이는 4.2m, 둘레는 1.8m 가량이다. 산수유마을과 함께 이천 9경중 하나로 꼽힌다.

 
 

# 8~10일까지 산수유꽃 축제도 열려

산자락이면 산자락대로 숲길이면 숲길대로 산수유가 만발한 산수유마을. 그야말로 노란 꽃이 바다를 이뤄 무릉도원 부럽지 않은 이곳에서 산수유꽃축제가 열린다. 산수유 마을은 조선 중종때 낙향한 신진사류 엄용순이 건립한 전통건축물 육괴정(六槐亭)이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와 함께 남아있고 지금도 옛 서당 방식으로 효와 예를 가르치는 도립서당이 운영되고 있다.

이천의 대표축제중 하나로 지금 이천시내 곳곳은 축제분위기다. 제12회 이천백사산수유꽃축제가 그것으로 8∼10일 백사면 도립, 송말, 경사리 일대 산수유꽃길에서 개최된다. 축제는 봄이 시작된다는 의미의 시춘목(始春木)이라는 칭호를 갖고 있는 산수유 고목단지 앞 제단에서 한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고유제로 막이 오른다. 산수유 꽃길 곳곳에서는 태극무, 비보이, 사물놀이 공연과 자연관찰장, 사진·시화 전시, 추억의 엽서 보내기, 전통놀이, 도자기·목공예 체험 등이 마련된다고 하니 기대된다.

※ 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