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의 2011회계연도(2010년 10월 ∼2011년 9월)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8일 자정(미국 현지시간) 이후 미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사태가 빚어진다.

   시한을 이틀 남짓 남겨 두고 백악관의 독려 속에 의회 지도부가 6일 오후에도 막판 협상을 계속하고 있으나 예산안 통과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날 연방정부 폐쇄가 가져올 파급효과와 함께 비상대응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예산안이 시한 내 처리되지 못하면 연방정부는 국가안보와 인명의 안전, 국유재산의 보호 등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재정지출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 폐쇄와 함께 전체 연방공무원 약 440만명 가운데 80여만명이 강제휴가를 떠나야 한다. 이들의 급여지급이 중단되며, 휴가기간에 지급되지 않은 급여는 의회가 소급지급 규정을 의결하지 않는 한 받을 수 없다.

   국립공원은 문을 닫고 국가가 운영하는 박물관도 문을 닫는다. 이번 주말 워싱턴D.C.에서 예정된 벚꽃 축제도 취소될 수 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과 리비아 군사개입에 투입된 병력을 포함해 미군 병사들은 계속 근무를 하고, 급여도 받게 되지만 월급이 늦게 지급되는 상황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국립보건원(NIH)은 임상 연구에 참여할 신규 환자를 더 이상 받을 수 없으며, 신규 임상실험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국세청(IRS)의 세금환급 서류 신청 및 지급이 중단됨으로써 오프라인으로 환급을 신청한 이들 중 30%가량은 환급이 지연되는 피해를 보게 된다. 다만 인터넷을 통한 환급 신청 및 지급은 계속된다.

   법원의 파산보호 신청 심리도 지연되고 국토안보부의 공무원 채용을 위한 자격심사 업무도 늦춰진다.

   유독성 폐기물 처리장 가운데 일부는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이며, 여권발급 업무도 중단된다.

   1995년 연방정부 폐쇄 기간에는 약 20만명의 미국여권 신청건이 처리되지 못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청(SBA)의 기업대출 및 보증 관련 업무와 연방주택청(FHA)의 대출 보증 업무도 각각 중단된다.

   그러나 공항관제 업무와 국경순찰, 연방교도소 관리를 포함한 법무 당국의 법집행 업무, 응급 의료 서비스 등과 같이 인명과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업무는 계속 수행된다. 이와 함께 정부가 관장하는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 혜택은 계속 제공된다.

   또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우체국은 우편물 집배송 업무를 중단없이 수행한다.

   한편 비밀리에 추진하는 업무가 숱한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도 이번 사태의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FBI까지 포함한 미국 정보기관들은 연방정부 폐쇄시에 대비,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에 대한 강제휴가 실시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고 정보 당국자들은 전했다.

   때문에 시급한 현안을 다루는 직원들은 연방정부 폐쇄 기간에도 근무하게 되겠지만 장기적인 국가안보 위협을 평가.검토하거나 광범위한 전략적 문제를 연구하는 인력은 본의와 관계없이 쉬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기관장들은 동요하는 조직을 추스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은 직원들에게 발송한 메시지에서 "테러리스트나 핵무기 확산 분자들이 CIA가 손을 놓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CIA는 국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방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로버트 뮬러 FBI 국장은 "직원 중 다수가 다음주 월요일에 근무를 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현 상황은) 조직의 기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우리의 수사는 방해받지 않은 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12월 이후 15년여 연방정부가 폐쇄된 사례가 없었지만 70, 80년대에는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7일까지 지속된 정부폐쇄 사태가 심심찮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