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대담/장철순 인천본사 경제부장·사진/김범준기자·정리/김명래기자]1차 공모에서 탈락한 후 2차 공모에서 단독추천으로 제3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임명된 이종철(51) 청장. 감사원 출신이 투자 유치, 국제비즈니스, 도시 개발 등의 업무를 과연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섞인 자질시비에 이어 2차 공모 당시 임용 부적정이라는 행정안전부의 감사결과로 적격시비까지 일었던 인물. 그러나 최근 송도국제도시에 삼성 바이오메디파크 유치에 이어 세계대학평가 90위의 벨기에 겐트대학교와 송도분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는가 하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대형프로젝트들이 하나하나씩 풀리면서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젊은 패기와 열정을 갖고 꼬여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산적한 현안과 씨름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의 걸림돌, 해법 등을 들어봤다.

- 이 청장은 감사원 출신으로 외부에서 경제자유구역문제를 들여다본 경험이 있다. 인천경제청장이 돼서 보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나.

"감사원에 있을 때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입장이 아니었다. 추진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것을 따지는 입장이었다. 이제는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풀어가야하는 입장이다. 와서 보니까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많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생각도 한다. 무엇보다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당하지 않게 일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규정만 바라보면 문제가 안 풀리겠다는 생각도 있다. 어찌됐건 과감해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정부의 통상적인 업무가 아니다.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고 개척하는 업무다."

- 경제자유구역 개발과정에서 기관간 업무협조가 안되는 게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원 출신의 청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청라지구 첨단산업단지(IHP) 예정 부지 매각 문제가 대표적으로 업무 협조가 안 되는 부분이다. IHP 예정지의 절반가량(57만㎡)은 땅주인이 농어촌공사다. 2006~2007년까지만 해도 농어촌공사가 이 땅을 '취득원가로 LH에 넘기는 합의가 있었다. 그때 LH가 매입하지 않고 질질 끌다가 2008년부터 인수하려니까 농어촌공사가 감정평가 얘기를 하고 있다. 이로인해 기반시설도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이 땅은 과거 쓰레기매립장이었다. 두 기관의 명분싸움 때문에 사업만 골병드는 양상이다. 제 3연륙교 문제도 그렇다. 2009년 감사원에 있을 당시, 국토부는 무조건 안 된다고 했고, 인천시는 무조건 하자고 했다. 감사원이 협의를 부쳐 타당성용역 조사를 한 뒤 결정하자고 조정했다. 하지만 MRG(최소운영수입보장)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이 사업을 착수할 수 없다. 해결구조가 복잡하고 쉽지 않다. 솔직히 영종도가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하는 데 민자사업을 적용한 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공항고속도로는 재정사업으로 추진되다가 민자유치법이 제정되면서 1호 사업으로 적용됐다. 그때 교통량이 부풀려졌고, 민자협약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 국내 1위의 글로벌 기업 삼성이 신수종사업 적합지로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를 선택했다. 유치과정을 설명해 달라.

"경제청장 임명 직전인 지난해 6월 말 국회가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퍼뜩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됐으니, 대기업들이 세종시로 안 가도 되겠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김태한 삼성 미래전략실 부사장을 만나 점심식사를 했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됐는데, (신수종사업 부지는)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물었더니 김 부사장은 '갈 데 많이 있다'고 답했다. 5대 신수종 사업 중 바이오 사업 입지에 대해 물었더니, '기흥에 땅이 확보됐고 설계까지 해 송도는 어려울 것 같다'고 김 부사장이 말했다. 삼성이 처음부터 송도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 삼성과 접촉한 뒤 송영길 인천시장께 '확률은 높지 않은데, 계속 대화해보자'고 했다. 이후 송 시장이 직접 삼성쪽에 연락해 송도 입주 의사를 타진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9월이 되자 삼성이 '송도를 대안 중 하나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9월 말께 삼성측에서 인천경제청에 처음 찾아왔다. 삼성은 보안 유지를 강조했다. 그래서 모든 회의는 경제청 직원들이 삼성 본사에 찾아가서 했다. 삼성이 어마어마한 자료를 요구했다. 트럭 한 대분에 채울 정도의 자료가 작성됐다. 수도권 규제법 때문에 삼성 단독입주보다는 외국기업과의 합작을 유도했다. 고심끝에 삼성은 12월 말에 사실상 송도행을 결정했다."

- 삼성 유치 이후 송도국제도시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 다른 대기업의 러브콜은 있나.

"지금도 굉장히 중요한 딜이 진행되고 있다. 이게 되면 송도는 바이오 메카로 자리잡을 것이다. 또 삼성 이외의 다른 대기업을 유치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 분야의 대기업이 들어오면, 단순히 기업 사무실만 제공하는 게 아니고 기업 타운을 조성하려고 한다. 오피스 빌딩이 대규모로 들어오고, 필요한 만큼 땅을 주고, 직원들이 여기와서 살 수 있도록 특별분양과 직원용 임대주택을 허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규제를 풀어야 한다. 작년에 인천으로 서울본사를 옮긴 포스코건설도 이 문제로 애 먹었다."

- 최근 경제청장 채용 과정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가 있었는데.

"당락을 바꿀 정도로 중요한 오류였다면, 이건 문제를 삼고 해당 직원을 징계해야 한다. 그런데 고의성이 없고, 순위가 안 바뀌었다. 일부 행정 실수가 있었으니 기관주의 정도 하면 될 사안이었다. 실체적 내용 변경이 없었기 때문이다."

- 청라경제자유구역은 아파트만 들어서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은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우선 사업시행자인 LH는 하우징과 도시개발업무를 주로 하지 투자유치는 전문이 아니다. 큰일이다.(긴 한숨) LH는 택지개발하고 도시개발해서 투입한 비용 이상만 갖고 나가면 끝인 기업이다.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에 열정을 바치고 헌신할 기업 구조가 안 돼 있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청라 개발 콘셉트가 비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너무 앞서나가 있다. 국제금융단지 조성은 지금 현실로는 어렵다. 사업시행자는 LH고, 지구 활성화 책임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있다. 서로 다른 동기를 가진 두 개 기관이 이중적으로 중첩돼 있다. 이게 청라지구를 답답하게 하는 구조다."

-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 인천경제청장에 오자마자 LH에 '청라지구 땅을 무상으로 주든지 싸게 내달라'고 요구했다. 청라지구에서 LH는 이미 조성비 이상의 돈을 확보했다. 수천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LH측은 '청라지구와 영종지구 계정이 통합돼 있다'고 했다. 청라에서 남은 돈을 영종에 쓰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땅에 대한 소유권은 못 받더라도 투자유치는 인천경제청이 전담하는 구조를 짜보려고 한다. LH는 기반시설 조성과 택지분양까지만 하고, 나머지 개발계획, 실시계획, 투자유치 등은 인천경제청이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LH의 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조직이 어디에 있나 보라. 인천이 아닌 분당에 있다. 될 수가 없는 구조다."

 
 

- 경제자유구역인 영종지구도 정체돼 있다. 대표적으로 용유무의복합도시 조성사업은 10년이 지나도 해법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용유무의사업은 일단 지금 청사진대로 끌고나갈 생각이다. 이 사업을 위한 SPC(특수목적회사) 조성이 목표다. 인천도시개발공사가 SPC에 출자를 승인받은 날로부터 2개월 안에 구성하겠다고 주민들에게도 말했다. 절차가 빨리 진행돼야 하는데 너무 더디다. 그래서 외국 투자자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다. 투자유치 행정을 하는 사람은 '시민 신뢰'와 '투자자 반응'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번복되면 안 된다. 투자의 맨 밑마닥은 신뢰다."

- 밀라노 디자인 시티 사업은 이탈리아 대통령까지 행사에 참석할 정도로 국제적 관심이 모아진 프로젝트였는데, 무산됐다. 어디서부터 망가진 건가.

"외자유치에 실패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피에라인천전시복합단지주식회사(FIEX)가 제시한 조건으로 거대한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시장에서 판단했다. 이탈리아측에서는 '상당히 실망스럽다'는 의사를 우리쪽에 여러차례 전달했다. 하지만 주식회사가 처한 문제에 인천시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일을 풀어가기 어려운 구조란 것이다."

- 이 청장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국가 프로젝트'로 끌고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무슨 뜻인가.

"청장에 응모했을 때부터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내셔널 프로젝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모든 돈과 리스크를 인천시가 책임지는 구조로 돼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용빼는 재주가 없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내셔널 프로젝트가 되면 청라·영종지구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부지를 매입한다든지 LH와 딜을 할 수 있다. 투자유치용지를 싸게 공급해야 한다. 지금은 토지가격이 비싸고, 땅이 LH소유다보니 인천시는 중간 거간꾼 비슷하게 돼 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 실무형 업무스타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전과 다르게 도입한 건 무엇이 있나.

"현안조정회의를 만들었다. 주요 결정을 여기서 다 한다. 간부들 사이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의사결정이 빨라졌다. 8개월정도 했는데, 잘 정착이 돼 많은 안건이 올라온다. 무엇인가를 요구했을 때 리스판스(대응)를 빨리 해주는 것을 원한다. 제 성격 자체가 리버럴하고 액티브하다. 권위의식같은 게 없다. 아무리 폼을 잡으려해도 폼이 안 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