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윤희기자]군포시 속달동 4통에 위치한 납덕골 마을이 탐방객들로 붐비고 있다. 마을 담벼락의 벽화를 보기 위해서다.
이들은 언제 왜 누가 벽화를 그렸는지 사연은 모르지만, 낡은 담장의 벽화를 보며 동화속 한페이지의 그림을 보는 듯한 감성에 젖곤 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면 그만이지요. 누가 알아달라고 그린 것도 아닌데 아름답게 감상하고, 좋은 느낌을 이 마을에서 가져간다면 그것 만으로도 보람을 느낍니다."
납덕골 마을을 일약 벽화마을로 유명세를 타게 한 장본인 서양화가 김형태(사진)씨는 수줍게 말을 꺼낸다.
서양화가로 예형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2분과이사, 일원회이사, 수리산갤러리 관장 등 굵직한 직함을 갖고 있는 그는 서양화가들 사이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다.
그가 군포의 작은 마을로 들어온 것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케치를 위해 우연히 들른 이곳의 풍경에 반한 그는 방앗간을 개조해 조그마한 작업실을 만들었고, 이것이 지금 수리산을 대표하는 '수리산 갤러리'가 됐다.
"첫눈에 반한 납덕골에 점점 애정을 갖게 됐고, 마을을 아름답게 꾸며야겠다는 생각이 깊어졌다"는 그는 지난 2008년 가을 마을 주민들에게 마을을 아름답게 꾸며보자는 제안을 했고 흔쾌히 동의한 주민들의 허락을 받아 마을 벽화그리기 작업을 시작했다.
"아는 화가 10여명이 봉사해준다는 의지를 밝혀 그림 그리는 것은 문제가 없었는데 물감값이 문제였다"는 김씨는 고민끝에 주민들과 일명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기금 모금을 위한 음악회'를 열었고, 200만원을 모아 본격 작업에 들어갔다.
이듬해 벽화가 완성됐고, 등산을 위해 마을을 지나던 등산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마을이 널리 알려지며 시에서도 마을 지원에 나섰다.
작업기간 위암판정을 받아 큰 수술까지 하면서도 벽화그리기에 열정을 쏟았던 그는 "벽화도 벽화지만 납덕골은 사계절 다양한 매력을 발산해 그 자체로도 아름다움이 많다"고 납덕골의 자랑을 늘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