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혜민기자]국제결혼 증가와 함께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언어장벽과 편견 속에서 고통받으면서도 이들은 한국사회의 한 축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빈곤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교육 기회가 적은데다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한국사회의 한 일원이자 인재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언어 장벽과 혼혈인 편견=5일 어린이재단 경기지부와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에 재학중인 경기도 다문화가정 학생은 7만176명. 이는 4년 전과 비교해 3.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갈수록 외국인 어머니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외모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필리핀, 베트남, 태국, 러시아 어머니가 점차 늘고 있다.

때문에 어린이들이 정규 학교에 입학하면서 겪는 문제점은 언어 장벽과 혼혈인에 대한 편견이다. 지난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서 발표한 '경기도 다문화가정 청소년 생활실태와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66%가 단순히 부모가 외국인이라는 이유와 별다른 이유 없이 차별과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아이들은 심한 경우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반대로 폭력성 또는 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이는 등의 정서 장애까지 보이기도 한다. 이로 인해 다문화가정 중 학령기 아동의 83%만이 정규 학교를 다니며 고등학교 취학률은 70%(일반 가정은 93%)에 불과하다. 더구나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가정의 경우 그 자녀들은 정규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 생활난으로 인한 방치=현재 한국 내 이민자 중 60%는 월소득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여성 결혼이민자는 생계유지 목적과 자녀교육비 충당을 위해 직업을 갖지만 상대적으로 격무에 시달리고 적은 월급을 받는 음식점 종업원이나 공장에서 종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생활비를 버는 어머니의 부재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정서에 영향을 끼친다. 다문화가정에서는 낮시간대 양육자나 양육기관 없이 미취학 자녀 혼자 지내는 비율도 7.2%에 달하고 있다.

■ 빈번한 부부갈등과 이혼=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의 갈등과 다툼도 아이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성장하면서 관습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한 경우에는 한국인 남성의 아내 무시, 폭력과 학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3년 전과 비교해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느끼는 가정의 화목도는 낮아졌고 부모 불화와 가출 충동은 증가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외국인 부모를 친구에게 알리기 싫어하는 등 부정적 피해의식도 늘어났다. 일반 학생들의 부모 불화와 가출 충동이 3년 전보다 감소한 것에 비해 대조적이다.

전경숙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문화가정 학생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교육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일반학생의 다문화 이해와 수용성을 증진하고 교사와 외국인 학부모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의 시민 의식수준 제고도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