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일본 도쿄전력이 15일 발표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사고 전개 과정에 대한 잠정 해석 결과는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태 악화 속도가 지금까지 판단보다 만 하루 이상 빨랐다는 걸 보여준다.

   도쿄전력은 주제어실(MCR) 각종 계기에 남아있던 온도나 압력 등 자료 등을 근거로 쓰나미가 덮친 3월11일 오후 3시30분께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가 원자로 냉각기능을 상실했다고 가정한 뒤 이후 사태 전개 과정을 추정한 잠정 해석 결과를 내놓았다.

   원자로는 지진이나 쓰나미 등의 비상사태로 가동을 멈추더라도 연료봉에서 계속 열이 나오기 마련이고, 냉각기능을 상실하면 냉각수가 조금씩 줄어든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냉각기능을 상실한 직후부터 원래 약 300℃였던 노심의 온도가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연료봉 윗부분보다 약 5m 위쪽까지 차 있던 냉각수가 줄어들었다.

   3월11일 오후 6시께에는 냉각수 수위가 연료봉 위쪽 부분까지 내려가 '연료봉의 일부 노출'이 시작됐고, 1시간30분 후인 오후 7시30분께에는 냉각수 수위가 4m 정도 더 내려가 연료봉이 전면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전력은 같은 날 오후 7시50분께에는 노심 내부 온도가 연료봉 피복관의 용해점인 1천800℃를 넘었고, 노심의 가운데에 있는 연료봉부터 녹기 시작했으리라고 해석했다.

   이어 오후 9시께에는 노심 내부 온도가 연료 펠릿(핵연료심)이 녹기 시작하는 2천800℃에 이르렀고, 다음날인 12일 오전 6시50분께에는 연료봉이 대부분 녹아 압력용기 바닥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측됐다.

   이 같은 잠정 해석 결과는 도쿄전력의 지금까지 판단과 크게 다르다.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12일 오전 9시께 노심이 일시적으로 냉각수 밖에 전면 노출됐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료봉도 이때부터 녹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이때는 이미 연료봉이 대부분 녹아 떨어진 뒤인 셈이다.

   연료봉에서 수소가 발생해 폭발로 이어진 속도도 지금까지 판단보다 훨씬 빨랐다.

   수소는 피복관에 포함된 금속 지르코늄과 고온의 증기가 반응해서 생긴다. 연료봉이 일부라도 녹기 시작하면 수소가 발생하는 만큼 11일 오후 7시50분께 수소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리라는 의미다.

   하지만 수소가 생긴다고 해서 무조건 폭발하는 건 아니다. 원전 운전 중에는 격납용기에 산소가 거의 없어서 수소가 압력용기를 둘러싼 격납용기 쪽으로 새어나가도 폭발할 리 없다.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는 건 이 수소가 격납용기 밖으로 새어나갔다는 의미다. 실제로는 12일 오후 3시36분께 폭발이 일어났다.

   도쿄전력은 지금까지 지진 발생 후 한동안 연료봉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봤고 12일 오전 10시17분께 연료봉 용융을 막겠다며 격납용기의 증기를 밖으로 배출했지만 뒤늦은 대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