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꽃다발을 받으시고 고맙다며 환하게 웃으시던 감독님의 모습이 눈에 선한 데 우리들만 남겨놓고 떠나시다니요"
17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 연현초등학교 운동장.
이날 교정에서는 지난 15일 숨진 이 학교 전인택 야구감독(44)의 노제가 열렸다.
노제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과 학부모들은 "감독님 이제 마음의 짐 내려놓고 편히 쉬시라"며 울먹였다.
전 감독은 스승의 날인 지난 15일 오전 9시20분께 안양시장기 야구대회에 출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훈련을 위해 25인승 버스에 야구부원들을 태워 교내 연습장에 내려 놓고 교내 언덕 위 야구부 사무실 앞에 세워 놓았다.
전 감독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경사로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을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
경사로 밑에서는 학부모와 학생 등 4∼5명이 걸어 올라오고 있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전 감독은 "위험합니다. 빨리 비키세요"라고 외치며 버스 운전석 문을 열고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다.
그러나 차의 가속도 때문에 버스에 올라 타지 못하고 핸들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버스가 10여m 아래 옹벽을 들이받는 바람에 머리와 허리를 다쳐 숨졌다.
당시 버스 안에는 야구부원이 타고 있지 않아 더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2007년 7월 연현초교 야구감독으로 부임한 전 감독은 아내와 딸 3명을 남겨두고떠났다.
전 감독의 영결식이 열린 이날 안양시장기 야구대회 결승전이 열렸으며 연현초교 선수들은 마음 속에 전 감독의 얼굴을 그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연현초교 선수단은 전 감독의 마지막 가는 길에 우승기와 트로피를 바쳤다.
이형진 안양시야구협회 회장은 "전 감독은 오직 야구밖에 모르는 진정한 스포츠맨이었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끝까지 핸들을 놓지 않은 전 감독의 살신성인 정신에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