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김선회기자]"전쟁 통에 살아가는 억척이 삶이 참으로 기구하다 싶다가도/ 아 요새 사람들 생각허면 억척스럽지 않고는 살아갈 엄두가 안나는/ 여기가 바로 전쟁터가 아니더냐."
의정부예술의전당은 20~22일 대극장에서 판소리 서사극 '억척가'를 선보인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을 원작으로 한 이번 공연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적벽가'의 중국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한반도의 한 여인(김순종)은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전쟁이 한창인 중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착하고 순박했던 이 여인은 전쟁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자식의 죽음 앞에서도 그것을 모른체 하는 비정한 어미로 변모해간다. 지난해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적벽가 완창을 마친 이자람은 억척가 역시 전쟁을 그리고 있어 자연스레 중국 삼국시대의 억척 어멈을 되살려냈다고 한다.
원작이 전쟁 통에 휩싸인 가족과 어머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억척가는 전쟁이란 극한의 상황 속에서 느끼는 인간의 여러 감정(공포, 연민, 죽음, 분노, 슬픔)들을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내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지 못하고 억척스러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특히 억척가에는 전통 판소리 5바탕의 여러 소리들이 자유롭게 변형, 삽입돼 판소리의 음악적 재미를 맛볼 수 있고, 다양한 리듬악기들이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 연주되며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더할 예정이다. 본명보다는 '예솔이'로 더욱더 유명한 젊은 소리꾼 이자람은 1990년 12세의 나이에 판소리에 입문해 1999년 최연소 나이로 8시간에 걸쳐 '춘향가'를 완창해 세계 기네스북에 올랐다. 서울대 국악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그녀는 졸업 후 국악뮤지컬 창작단체에서 활동하는 한편, '아마도 이자람 밴드'의 리더로, 영화음악 감독으로, 2010년에는 뮤지컬 '서편제'의 국악감독 및 배우로 참여해 호평을 얻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대본, 작창, 연기를 맡는 한편 1인 15역(억척어멈, 두 아들, 딸, 취사병, 뺑어멈, 천의도사, 병사, 해설자 등)을 혼자서 소화할 예정이다. 다양한 인물을 오가는 능청스런 연기와 맛깔스런 소리, 극 전체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로 2010년 폴란드 콘탁국제연극제에서 '최고 여배우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을 넘어 세계가 탐내는 소리꾼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이자람의 신작은 관객들에게 판소리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석 자유석 4만원. (031)828-58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