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촉촉히 내리는 가운데 탐방객들이 강화나들길 7코스중 오르막길을 걷고 있다. 오솔길을 따라 마주하는 숲은 벌써 짙은 녹음을 드러내며 여름이 가까이왔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경인일보=글·사진┃강화/김종호기자]역사의 고장 강화. 이곳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한 나들길은 강화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강화나들길은 모두 8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1코스 심도역사문화길, 2코스 호국돈대길, 3코스 능묘 가는 길, 4코스 해가 지는 마을길, 5코스 고비고갯길, 6코스 화남생가 가는 길, 7코스 갯벌보러 가는 길, 8코스 철새보러 가는 길 등 코스별로 골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코스는 단연 7코스와 8코스다.

강화나들길의 마지막 구간인 7코스와 8코스는 강화도의 서남단과 동남단에 위치해 있다. 세계 5대 갯벌과 국제적 보호종인 저어새 등 각종 철새를 보는 길이다. 여름철에는 해수욕장, 가을에는 황금 들녘의 풍광을 자랑한다. 일년내내 서해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전천후 길이기도 하다.

# 강화나들길 7코스(갯벌보러 가는길· 20.8㎞)

강화 화도버스터미널을 시작으로 15분 가량 걸어가면 고갯마루에 자리한 100년 전통의 내리성당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다시 마을길을 따라 20여분간 걸으면 '만걸음을 걷는다'는 일만보길의 입구가 나온다. 일만보길은 대부분 산길로 연결된 산책로로 초보자나 어린이, 노인들도 걷기에 좋다.

일만보길 이정표를 따라 언덕길에 이어 고갯마루에 오르면 우측으로 석모도와 강화본도 사이의 강화만이 아름답게 조망된다. 뒤를 보면 진강산이 멋진 자태를 뽐내며 넓은 평야지대를 품에 안은듯 우뚝 솟아 있다.

고갯마루에서 좌측 길로 들어서면 비포장의 임도가 시작된다. 완만한 길을 오르면 편안한 숲속길이 이어진다.

▲ 강화나들길 7코스중 만나게 되는 대섬이 썰물로 길이 열리자 우람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숲길을 나오면 18번 군도를 만나게 되고, 길건너 버들횟집 입간판 아래 해안가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걷다가 바다가 지척에 보일때쯤 좌측의 임도로 방향을 바꾸어 바닷가를 우측에 두고 편안하게 잠시 숲길을 따르면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바다 풍경이 들어온다.

제방길에는 일몰조망지를 비롯한 갯벌전망대가 위치해 있어 태양이 바다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서해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드넓게 펼쳐진 갯벌도 한눈에 들어온다.

방파제길을 따라 갯벌체험학습장 쉼터에 이르면 잠시 쉬는 동안 눈앞에 펼쳐진 바닷가를 감상하면서 혀 끝의 짭조름한 바닷가를 음미해 볼만하다.

갯벌이 펼쳐진 해안가 제방길을 지나 숲길 입구에 설치된 폐타이어 계단길을 오르고 내리면서 뒤돌아보는 제방길과 갯벌, 제방길에서 좌측으로 펼쳐지는 마리산의 전경은 나들길을 걸으며 쌓였던 피로를 풀어주는 듯 하다. 이곳에는 우측에 군 초소가 있고, 초소앞 바닷가에는 작은 돌섬인 대섬이 보인다. 대섬은 밀물때는 섬이 되고 썰물에는 육지가 되는 광경을 연출한다.

초소에서 좌측으로 오르면 조선 숙종 5년에 함경·황해·강원 3도의 승군 8천명과 어영군 4천300명이 동원돼 40일 만에 완공했다는 북일돈대(일명·뒤꾸지돈대)가 나타난다. 장곶돈대 관할이었던 북일돈대는 동쪽의 미루돈대와 3㎞, 서쪽의 장곶돈대와 2.7㎞ 떨어진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 높이 2.5m, 둘레 120m 규모의 정방형 돈대로 4문의 포좌와 32개의 치첩(성위에 낮게 쌓은 담)이 있었던 곳이다. 돈대위에 올라서면 북쪽으로 서도면의 볼음·아차·주문도가 보이고, 남서쪽으로는 장봉도와 삼형제섬인 모도·시도·신도가, 남쪽 저멀리로 영종도가 조망된다.

갯벌센터는 나무로 지어 예스럽고 주변은 드넓은 갯벌이 자리하고 있어 경치가 볼 만하다. 생태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들러 갯벌 생물 전시관을 보며, 생태학습을 하는 것도 권한다. 갯벌센터를 출발, 4.5㎞가량 아래로 발걸음을 옮기면 바닷가로 향하는 제방길이 나오고, 이 길을 따라가면 미루돈대가 나온다. 조선시대 바다를 지키던 미루돈대(인천시 기념물 제40호)는 군내에 산재한 53개의 돈대들과는 달리 윗부분이 무지개 모양을 하고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7㎞가량을 걸으면 동막돈대와 동막해수욕장에 다다른다. 해수욕장에 도착하면 산길과 숲길에서 만나보기 어렵던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서 나들길이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먹을 거리와 쉬어갈 수 있는 음식점들이 있는 곳인 만큼 음료수 등으로 목을 축인 후 분오리 돈대에 이르면 멀리 영종도를 비롯한 인천이 마주 보이고, 발아래에는 분오리 어장에 정박된 배들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 8코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돌과 흙길. 탐방객들이 뭉툭한 돌로 이어진 제방을 걷고 있다.

# 강화 나들길 8코스(철새보러 가는길·17.2㎞)

강화도 동남쪽에 위치한 강화나들길 8코스의 출발점은 초지진이다.

이 길은 아스팔트 대신 제방 사이사이의 뭉툭한 돌과 흙길을 밟고 걷는 곳이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닥이 두꺼운 운동화를 선택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탁 트인 바닷가를 왼편으로 끼고 걸으면 보이는 곳 마다 군침을 돌게하는 횟집을 자주 만나게 되는 곳이다.

초지진 주차장 출발과 함께 펼쳐진 초지대교의 웅장한 풍경은 시작부터 무언가 남다르다.

초지대교를 지나 1.9㎞가량 지나면 갯벌 위에 설치된 나무다리가 보인다. 황산도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황산도는 주로 야트막한 산을 지나는 오솔길로, 선착장을 지나 숲길에 들어서면 이곳저곳에서 먼저 다녀간 이들이 표시해놓은 안내리본과 나무팻말이 눈에 띈다.

수풀을 헤치고 나와 황산어시장을 지나 황산도를 도는 산책길과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두툼한 돌로 깔아놓은 제방길을 걸으면, 들고 나는 물길로 형성된 갯벌계곡과 넓은 갯벌 그리고 섬과 산의 어우러짐이 최고의 도보여행지임을 느끼게 한다. 여름엔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고, 겨울엔 철새도래지인 동검도 주변에서 재두루미를 볼 수 있다. 요즘엔 제방에 편안히 앉아 갯벌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마를 타고 내려오던 땀방울이 저절로 식는다.

승마체험장 입구를 지나 마을로 접어들면 논물을 대던 옛 농기구인 용두레가 눈에 들어온다. 마을을 지나면 갯벌을 따라 걷는 길이 이어진다. 마을로 통하는 샛길과 돌담 사이로 선두포구와 어시장이 걷는 이들을 반기는가 싶더니, 넓게 펼쳐진 갯벌을 가르고 있는 물길로 고기잡이 배가 쉼없이 오간다.

선두어시장에 들어서자 고기가 가득 담긴 파란 통을 옮겨받는 어부들의 손길이 바쁜 가운데서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가롭게 시간을 즐기는 강태공들이 함께 어우러져 대조적이다. 택지돈대를 거쳐 도착한 선두선착장에도 고기잡이 배들이 늘어서 있고, 코끝에는 비릿한 냄새가 스며든다. 코끝에서 묻어나는 선착장을 뒤로 하고 넓은 바다풍경을 감상하면서 3.5㎞가량 걷노라면, 겨울철 빙어잡이로 유명한 분오리 저수지가 나오고, 이어 목적지인 분오리돈대가 수고했다는 듯 탐방객들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