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동호회 회원들이 하남시 한강변 자전거도로를 시원스럽게 내달리고 있다.

[경인일보=글·사진 /김순기기자]건강도 챙기고 환경도 생각하는 자전거 도로가 인기다.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자전거 도로를 개설하는가 하면 자전거 마니아들은 꼭 가봐야할 '전국 베스트 자전거도로'를 지정, 순례하듯 페달을 밟는다.

하남시 선동에서 팔당대교까지 13.5㎞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는 '바이크 홀릭'들이 손꼽는 곳이다.

지난 25일 오전 11시께. 한쪽으로는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반대쪽으로는 한강이 바라보이는 신장동 구간. 평일 오전임에도 적잖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즐기고 있었다.

헬멧, 선글라스, 마스크에 장갑까지 중무장한 자전거 동호회원에서부터 간편한 운동복 차림의 일반 시민들까지 모습은 제각각. 20대 초반의 남녀에서부터 60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혼자 음악을 듣거나, 친구와 다정한 대화를 나누거나, 동호회 회원들과 친목을 다지지만 열심히 자전거를 굴리는 모습은 똑같다.

지난해 4월 개설된 하남시 자전거도로는 경사가 거의 없다. 자전거도로 코스도 조정경기장쪽 일방통행 코스와 한강변 양방향 코스 두개가 조성돼 있다. 일방통행 코스 위쪽으로는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어 걷기운동 등을 하는 시민들이 분주히 오간다. 자전거도로의 경우 조정경기장쪽 코스는 동호회에서 주로 이용하고, 양방향은 초보자나 어르신 등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제격이다.

하남시 자전거도로는 또한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한강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다. 특히 서울쪽으로 행주대교까지 약 60㎞가 이어져 있어 주말이면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 나선 자전거 마니아들로 북적인다. 일선에서 물러나 여생을 즐기고 있다는 이호선(64)씨는 "일주일에 2, 3회 이 곳을 찾아 2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며 운동도 하고 맑은 공기도 만끽한다"며 "주말에는 아직 현역으로 일하는 친구들과 같이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고 말한다.


하남시 자전거도로가 장거리 고속도로라면 안산시 갈대습지공원 자전거도로는 아담한 국도라 할 만하다. 호수공원에서 갈대습지공원까지 3.4㎞의 이 자전거도로는 안산천과 시화호를 사이에 두고 조성돼 있다. 호수공원쪽에서 시작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갈대습지 사이로 갯벌이 보이고 각종 새들도 반긴다. 자전거도로라기보다는 갈대와 갯벌과 새들이 있는 생태공원에 들어선 듯한 착각에 빠진다.

시화호 습지라는 특성을 살려 안산시는 자전거도로 곳곳에 갯벌전망대, 노을전망대 외에 각종 휴식 데크와 벤치 등을 갖춰놨다. 굳이 자전거를 타지 않더라도 산책로를 이용하거나 갈대습지공원 탐방에 나서도 괜찮다. 가족나들이나 연인들 데이트 코스로 제격이다. 주부 이효진(38)씨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평일에는 동네분들과, 주말에는 남편이나 아이들과 오후에 짬을 내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는데, 건강은 물론 주변 경치가 너무 좋아 스트레스도 풀린다"며 "전국에 이 만한 자전거도로가 또 있겠느냐"고 자랑한다.


경기도내에 '명품'이라 할 만한 자전거도로는 하남시, 안산시 외에도 여러 군데다.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창릉천에서 시작되는 자전거도로는 자유로옆 한강을 끼고 난지도 노을공원을 거쳐 한쪽으로는 홍제천, 또다른 한쪽으로는 팔당대교까지 이어진다.

안양시가 안양천변에 조성한 19.78㎞의 자전거도로 역시 시민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이 자전거도로는 안양천쪽에서 시작해 학의천, 삼막천, 삼성천 등 하천을 따라 이어진다. 성남시 탄천에 조성된 27.6㎞의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및 각종 운동시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자전거도로를 즐기는 '바이크 홀릭'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남양주시 왕숙천을 따라 조성되는 자전거도로 일부 구간이 지난 16일 개통됐다는 점. 남양주시가 50억원을 들여 지난 2009년 11월 착공한 이 자전거도로는 총 길이 11.9㎞로 이번에 왕숙천 내각교~임송교 구간이 완성됐다. 부평교~내각교 5.1㎞와 임송교~퇴계교 2.0㎞는 내년말 완공 목표인데, 이 구간이 개통되면 하남시 팔당대교쪽 자전거도로와 연결된다. 행주대교-팔당대교-왕숙천으로 이어지는 장장 70㎞가 넘는 자전거도로가 탄생하는 셈이다.


행정안전부가 계획중인 남한강변 자전거도로도 눈에 띈다. 팔당대교에서부터 양평 양근대교까지 구 중앙선 폐철도 26.82㎞를 재활용해 자전거도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구간은 빼어난 수변경관 때문에 오래전부터 연인들 데이트나 대학생 MT 장소로 널리 알려져왔다. 행안부는 옛 정취와 친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철도 노반에 사용됐던 자갈로 도로를 조성하고 북한강철교와 터널 등도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대신 철교와 터널 디자인을 새롭게 하고 안전시설도 확보해 명품 녹색 자전거도로로 변신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경우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연 700만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자전거는 친환경 교통수단이자 등산만큼이나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건강을 위한 레저다.

하지만 우리 도로여건상 교통수단으로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 주로 하천이나 강변을 끼고 조성되는 자전거도로가 늘어나면서 손쉬운 레저 활동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굳이 '바이크 홀릭'이 아니어도 좋다. 산악자전거처럼 전문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괜찮다. 이번 주말 일반 자전거에 간편한 복장으로 가까운 자전거도로에 나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