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항 신항의 조감도.

[경인일보=강승훈·김성호기자]인천항이 변화하고 있다. 환황해권 허브항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 중심에 인천신항이 있다. 세계시장과 경쟁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 물류기능을 도입한다. 과거 신항으로 역할했던 내항은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삶과 문화가 함께하는 미래형 도시공간으로 탈바꿈된다. 주변의 연안항은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거듭나 국가 차원의 물류대란에도 대비할 수 있다. 이런 발전상에 최대 글로벌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이 인천항을 교역 거점항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관광객의 이목도 집중되며 미국과 이탈리아 선사에서 올해 첫 인천항을 크루즈 모항 기항지로 확정했다. 제16회 바다의 날(31일)을 맞아 나날이 달라지고 있는 인천항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 그간 발자취

1974년 최대 10m에 달하는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하기 위해 동양 최대 갑문시설이 세워졌다. 인천항의 역사적 순간이다. 이곳의 안쪽을 내항, 바깥쪽을 외항으로 구분한다. 내항은 48척의 선박이 동시 접안할 수 있고, 갑문 사용으로 정온 수심이 유지, 자동차와 반도체 장비, 정밀기계부품, 양곡 및 일반잡화 화물 처리에 최적이다. 외항은 컨테이너 터미널이 있는 남항, 산업원자재를 취급하는 북항, 연안여객터미널을 갖춘 연안항, 그리고 송도국제도시 남단에 조성 중인 신항으로 나뉜다.

지속적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인천항 컨테이너 처리 실적은 연안과 수출·입을 통틀어 지난해 190만TEU로 집계됐다. 2009년 157만TEU보다 21% 증가한 수준으로 인천항이 열린 뒤 최고의 물동량 실적이다. 올해 목표량은 200만TEU로 정했다. ┃표


인천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활성화 차원에서 2006년 선사를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 매년 지급액을 늘리고 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이 제도를 포워더(운송사업자), 화주, 보세창고로 확대시켰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접, 해·공 복합운송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해상운송의 저렴성과 항공운송의 신속성을 결합시킨 형태다. 운송시간을 줄이고 비용은 절감하는 등 취급상의 문제를 최소화시켰다.

세계적으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크루즈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달 미국 '실버시 크루즈(Silversea Cruise)'와 이탈리아 '코스타 크루즈(COSTA Cruise)' 선사가 인천항을 모항 기항지로 결정했다. 인천항에서 모든 승객이 승·하선하는 기능을 처음 수행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인천에는 연간 2~5차례 들를 예정이다.

■ 인천신항시대 눈앞에

인천항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신항은 인천항이 본격적 외항시대로 발전하려는 첫 걸음이다. 급속히 증가하는 컨테이너의 원활한 처리와 북중국 항만에 대응하기 위해 최첨단으로 만들어진다. 신항이 완공되면 인천항은 환황해권을 넘어선 세계 속 물류중심항만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1단계로 2013년 컨테이너 6개 선석이 개장되면 1년에 120만TEU 이상 처리능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사업이 모두 완료되는 2020년 컨부두 23선석,일반부두(잡화) 7선석, 616만㎡ 항만배후부지가 들어선다. 최대 8천TEU급 선박 접안이 가능하며 총 7천760m 안벽, 연간 388만TEU 컨테이너 하역 능력을 갖추게 된다. 사업비는 국비 1조5천843억원을 포함해 4조5천444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2009년 4월에 공사를 시작한 신항은 2010년 말 기준으로 컨테이너부두 하부 누적 공정률 50%를 달리고 있다. 올 연말 75%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 1단지 전면 해상 263만㎡ 부지에 만들어질 아암물류2단지의 조감도.

인천항만공사(IPA)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천신항 부두건설(1조9천579억원), 부두운영(734억원), 배후단지개발(5천347억원)로 인한 경제효과는 생산유발 4조8천125억원, 부가가치유발 2조619억원, 취업유발 4만4천171명.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4월 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 선정 때 치열한 경쟁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다. 1-1단계 A터미널은 대한통운, B터미널은 선광컨소시엄이 운영회사로 각각 낙점됐다. 14m 수심에서 1만TEU 선박을 안벽에 댈 수 있다.

신항으로 기능이 대체된 내항은 재개발이 이뤄진다. 해양문화와 도심을 잇는 지속가능한 '워터프런트'가 주요 골자다. 공간배치는 1·8부두 해양공간, 6부두 월미지역을 잇는 레저공간으로 밑그림을 잡았다. 국내·외 해운 및 물류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고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추진된다.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인천항 종합개발계획과 남항, 북항, 인천신항에 1천36만㎡의 배후물류단지가 건설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아암물류2단지 사업은 기존 1단지 전면 해상에 263만㎡ 부지에 만들어진다. 여의도 크기와 비슷하다. 항만배후단지의 절대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원활한 화물 처리를 돕는 고부가가치 창출형이다. 2015년 본격 운영에 돌입하면 일렉트로닉·푸드·글로벌브랜드·그린·자동차부품 존(zone) 등 7개의 전문구역으로 세분화된다. 세계적 제조·유통·물류기업이 입주해 제품 제조, 가공, 포장을 원스톱으로 진행한다. 또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은 가변적이고 자연친화적 복합레저공간으로 탈바꿈된다.


■ 인천항이 나아갈 방향

인천항이 연간 인천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역 내 총생산의 30%가 넘는 12조5천억원으로 조사됐다. 2009년 9월 인하대가 마련한 관련 세미나에서 이상윤(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상운송, 항만, 기타운수업을 토대로 이 같은 생산유발액을 집계했다. 다시 말해 인천항이 지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천항이 지역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주요 항만으로 육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하대 김연성(경영학부) 교수는 지역산업단지의 인천항 의존도가 수출보다 수입에 치중됐다고 지적하며 "인천항이 지자체와 산업단지 등과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성이 크다"며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출물량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IPA는 2020년 인천항의 미래상으로 인간과 자연(바다), 경제가 공존·번영하는 풍요로운 항만이라 정의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물적, 인적, 문화와 정보가 종합적으로 교류되는 공간,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경쟁력 있는 인프라 확보 등으로 봤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컨테이너 항만 'top 20' 실현을 예상했다.

'top 20' 진입 수단으로 제4세대 항만을 들었다. 항만 이용자에게 신속 정확한 서비스를, 제조업체에는 생산과 판매가 용이한 시설을 제공하는 풍부한 배후단지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북한 개성공단을 잇는 공동물류기지 설립, 항만과 산업의 집적을 통한 클러스터, 지속가능한 친수공간화 등으로 언급하고 있다.

※ 인터뷰 / 김종태 인천항만공사 사장

'다시 찾고 싶은 항만' 인식 심겠다

"세계 해운·물류경제는 점차 아시아의 비중이 늘어가고 있으며 기존 대형 규모에서 쉽고 빠른 지능적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다른 항구보다 발전 요소가 큰 인천항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국제물류 패턴을 분석한 인천항만공사(IPA) 김종태 사장은 인천항의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내다봤다. 지리적 여건과 각종 인프라를 그 근거로 든다. 인천은 소비자가 밀집한 서울과 가깝고 국가공단 밀집지역으로 우수한 기반시설을 갖췄다. 이와 함께 취약점으로 꼽혔던 부족한 배후부지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IT(유비쿼터스) 항만을 택했다. "입항 정보와 선석에서 처리되는 화물 및 화물의 이동경로가 실시간으로 검색되고 검색된 정보가 고객 입맛에 맞게 제공되는 형태"라고 설명한 김 사장은 시간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관련업계에 '인천항=다시 찾고 싶은 항만'이란 인식을 심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2010년 국내 최초로 RFID 기반 출입시스템을 구축했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민원처리체계를 갖췄다.

인간적 리더십으로 잘 알려진 김 사장은 효(孝)를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서 모든 구성원이 아끼고 존경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능력과 성과중심의 인사제도를 도입, 유능한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에게 성과급을 차등·확대 지급한다.

IPA가 추진하는 올해 계획으로 신규 항로 개설과 항로 다변화를 비롯 ▲한·중·일 복합운송 및 연안해운 활성화 ▲물동량 증대를 위한 목표마케팅 추진 등을 꼽았다. 특히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LCL(Less than a Container Load) 화물 반입을 늘릴 방침이다. 적기 운송과 신속 통관을 지원하는 강점으로 대중국 네트워크가 왕성하다.

친환경 연안해운을 구현 중인 김 사장은 " 연안해운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하는 환경친화적 운송 수단"이라며 "새로운 컨테이너 물동량을 창출하는 등 그린물류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제물포고 출신으로 국토해양부 등에서 25년 넘게 공직생활을 경험한 행정전문가다. 또 IT기업 등 민간업체 CEO를 역임하며 전문적 안목을 갖췄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