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호반

■ 산행지: 강원 춘천 삼악산(654m)
■ 산행일시: 2011년 5월 29일(일)

낭만 가득한 추억의 장소 강촌역에 서서….

중앙선을 이용했던 사람들이라면 강촌역을 한 번 이상 경험해 봤을 것이다. 깊은 시름에 잠겼던 역사에서 젊은이들의 해방구로 통했던 추억이 아련한 그곳 강촌역은 1939년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에서 1961년 들어서 승무원이 근무를 시작한 역사(驛舍)였다. 지금은 현대식 역사가 새롭게 들어서 여행객들을 맞고 있다. 옛 추억의 강촌역으로 가기 위해 새롭게 지어진 경춘선 전철역에서 내리던 날 쏟아져 내리는 사람들 사이로 나의 아버지와 형들의 모습이 아련히 스쳐간다. 비록 세월 속에 익숙지 않은 낯선 풍경으로 변했을지언정 두 손 가득 먹을거리를 든 채로 길을 가는 청춘들을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저절로 번져간다. 20여분을 터벅거리며 걸으면 구역사를 만나게 되는데 예전에 그려 넣었던 그래피티(graffiti art)가 피암터널까지 이어져 있다. 추억속의 강촌으로 떠나는 길은 언제나 즐겁고 기쁜 일이다.

▲ 등선봉 가는길

추억의 강촌 아스라이… 기억의 풍경 고스란히

■ 등선봉으로 향하는 가파르고 험한 길

많은 사람들로 붐빌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오전 9시에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급행전철 안은 등산객들로 발 디딜틈 없이 빼곡했다. 결국 40여분을 꼿꼿하게 서서 갔다. 다리가 아파 배배 꼬이는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 것조차 옆사람에게 민폐인지라 아무 말 못하고 서서 가는 길이 고행 그 자체다. 탈출하듯 내려선 강촌역까지, 이미 산행을 마친 것처럼 온 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간 기분이다. 지친 몸으로 버스를 타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보니 등산객들을 손님으로 맞기 위해 식당에서 운행하는 승합차량들이 눈에 들어온다. 차량 이동을 원하는 등산객들을 의암댐 매표소까지 태워다 준다고 한다. 승합차의 유혹을 뿌리치고 50번 시내버스를 이용해 구강촌역에 내리는 것으로 내심 합의를 보고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한 정거장을 더 갈 수도 있지만 구강촌역을 둘러보는 것으로 산행을 시작하려는 마음에서다.

강촌교를 건너 등선봉으로 오르는 길은 다소 가파른 데다 능선으로 이르는 구간은 암릉지대로 사시사철 사고가 빈번한 곳이다. 잡을 곳과 발 디딜 곳을 설치해 놓아서 주의해서 오르면 문제가 없겠지만 아이들이나 노약자의 경우 이 구간을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일단 능선에 서게 되면 보이는 곳에 따라 북한강과 의암호, 붕어섬, 춘천시내 등을 조망할 수 있으며 남쪽으로 검봉과 봉화산이 마주보인다.

젊은이들 해방구였던 舊 강촌역 둘러보고 산행 첫발
가파른 등선봉 능선따라 자리한 성터 궁예 축조설 유명
하산길 朴 전 대통령 별장이던 삼악산장서 '차 한잔 여유'

▲ 금선사 미륵

■ 푸른 꿈 꾸었던 청운봉 아래의 역사

삼악산(三岳山)은 삼국시대 이래로 강원도 지역에서 한양으로 향하는 관문 중의 하나로 중요 요충지였던 탓에 크고 작은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청운봉과 능선을 따라 성터가 남아 있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산성터에 대해서는 삼국시대 이전의 것이라는 의견과 궁예가 철원으로 도읍을 정한 뒤 쌓은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전설로 맥국의 성터로 태봉국의 궁예가 왕건에게 패한 뒤 이곳에 패잔병들과 함께 숨어들어 주능선을 따라 5㎞를 축조했다는 설이다. 삼악산의 흥국사는 이 성을 지키는 본영 역할을 하였다고도 한다.

한편 말을 타고 지날 수 없어 내려서서 걸어야 했던 석파령 길엔 산적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춘천시에서 조성한 트레킹 코스인 봄내길 '석파령 너미길'로 재조성돼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죽기살기로 넘었던 고개를 현대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넘는 셈이다.

비좁은 청운봉 고스락을 지나 암릉을 한 시간여 따르다 보면 삼악산 중 가장 높은 용화봉에 서게 된다. 비교적 한적한 길을 왔다고 치자면 이제부터는 다소 붐비는 등산로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상원사 방향에서 오른 뒤 등선폭포 방향으로 하산하기 때문이다.

▲ 선녀탕

남들과 다른 등산로를 따른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였는데 그것은 1967년도에 건립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별장이었던 삼악산장에서 오미자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함이었다. 오후 햇살을 받으며 그늘막에 앉아 의암호와 댐을 내려다보면서 갖는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옛 기억 때문이다. 애써 하산코스로 잡고 자리에 앉아 나만의 시간을 마음껏 즐겨 본다. 어느새 북한강을 굽어보며 물가를 따라 펼쳐진 은백의 백사장에 어둠이 내리고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모닥불과 함께 기타 소리에 열창하던 젊음의 목소리가 강변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하다. 무엇인가를 놓고 온 듯해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던 강촌을 뒤로 하고 전철에 오르니 술판을 벌인 등산객들이 통로를 점령하고 앉았다. 한때 낭만이던 것이 지금은 추태라 불리니 삼가야 할 행동이다.

 
 

산행 안내

■ 등산로

강촌교 ~ 등선봉 ~ 청운봉 ~ 용화봉 ~ 상원사 ~ 삼악산장 ~ 매표소(4시간30분)
상원사 매표소 ~ 용화봉 ~ 흥국사 ~ 등선폭포 ~ 금산사 ~ 등선폭포 매표소 (4시간)

■ 교통

1호선 수원역 ~ 중앙선 회기역 ~ 경춘선 강촌역 (3시간)
1호선 인천역 ~ 중앙선 회기역 ~ 경춘선 강촌역 (3시간)

※강촌역에서 상원사 매표소까지 30분 간격 버스 운행

■ 주변 볼거리

삼악산장 - 196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별장으로 지어진 건물로 의암호를 내려다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주차장에서 3~5분 거리로 가깝다. 매표소가 있으나 산장출입은 무료다.

구곡폭포 - 강촌역에서 4㎞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다. 봉화산 자락으로 높이는 약 50m에 달한다. 겨울철이면 많은 클라이머들이 빙벽을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입장료는 1천600원이며 유원지에서 자전거를 빌려 이동하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자전거 1시간 2천원, 휴일 3천원).

강촌유원지 - 예전에 비해 다양한 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다. 사륜오토바이, 산악자전거, 번지점프, 서바이벌 게임장 등이 있으며 숙박시설도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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