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연합뉴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6일 오전 11시30분(이하 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연임 출사표를 던졌다.
반 총장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중적인 범세계적 위기속에서 유엔이 직면해 있는 여러 현안을 완수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지지해 준다면 영광된 마음으로 5년 더 이 위대한 기구를 이끌고 싶다"고 연임 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반 총장은 또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보다 강한 유엔을 건설하겠다는 것이 나의 슬로건"이라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지난 4년 반을 돌이켜 보면 유엔과 국제사회에 큰 도전의 시간이었지만 우리가 함께 이룬 성취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 의제 선도, 미얀마.아이티.파키스탄 위기 대처 및 최근 `아랍의 봄'에 대한 대처 등을 성과로 꼽았다.
그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인권과 국제정의를 향상시키며, 기아와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며 "모든 국가와 유엔 가족들이 함께 일해야 유엔의 고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함께 일해야 세상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서 `변화속의 통합'(unity amid change)을 미래 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192개 전 회원국 정상과 국가수반에 연임 도전 의사를 담은 친필 서한을 보냈으며 아시아그룹과의 회동을 시작으로 8일까지 유엔내 5개 지역그룹 소속 대사 전원을 접촉해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사무총장 추천 권한을 갖고 있는 안보리는 빠르면 금주중 반 총장의 연임 추천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달 하순께 열릴 것으로 보이는 총회에서 반 총장의 연임이 최종 승인될 전망이다.
유엔 관계자는 "지금까지 반 총장에 맞서겠다는 도전자는 없으며, 반 총장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전 회원국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연임이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의 연임 도전 의사 발표 직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 프랑스 등은 앞다퉈 성명을 통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유엔은 여러 힘든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런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반 사무총장과 건설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리바오동(李保東)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반 총장의 재선 도전을 지지한다면서 그가 모든 이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매우 환영할만한 뉴스"라면서 "지난 5년간 반 총장은 평화와 개발에 대한 유엔 업무를 추진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아시아그룹 53개 회원국들도 반 총장의 연임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 총장의 1기 5년 임기는 올해 말 만료되며 `2기 반기문 체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공식 출범한다.
그러나 반 총장은 연임 결의안이 통과되면 오는 9월 전세계 정상들이 참석하는 유엔 총회에서 새천년 개발 목표를 넘어서는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 의제를 제시하는 등 향후 5년의 청사진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반 총장 2기 체제의 공식 취임사가 될 것이라고 유엔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반 총장은 한국 특파원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와 국민의 한결같은 성원에 감사한다"며 "유엔 가입 20주년이 되는 한국이 이룬 그간의 놀라운 경제발전과 성숙한 민주화는 유엔이 추구하는 이상과 목표를 향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찬사를 보냈다.
AP, AFP, 로이터 등 외신들은 한국 외교장관 출신인 반 총장이 카리스마 부족과 저자세 외교 스타일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기후변화를 지구촌 최고 이슈로 부각시켰고, 비핵화 노력, 여성과 아동 인권신장 노력 등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면서, 특히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강한 지도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