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 분당지역 아파트단지.

경인일보경인발전연구원 공동기획

[경인일보=글┃윤재준·전상천·조영달기자]수도권이 또다시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적정 생활권을 전제로 한 개발방안을 담지 않은 낡은 도시계획안이 누더기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용인은 지난 2000년대 초 준농림지에 대한 묻지마식 아파트 건설 허가를 무더기로 내줬다가 '난개발지'란 오명을 썼다.

부동산 디벨로퍼나 건설사에 아파트 분양은 천문학적인 이익을 남겨줬으나 도로사정은 물론 공원과 주차공간, 상업·문화시설, 교육시설 등 주민의 생활편의를 위한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 시민들의 원성이 컸다. 최근에도 용인 성복지구를 비롯, 전역에서 한창 아파트 개발이 추진되다 경제 한파에 된서리를 맞아 약간 주춤하지만 그 기세는 꺾을 수 없다.

광주는 최근들어 농지, 전답 등지에 소위 연립 난개발이 한창이다. 광주 목현동은 연립주택만 수백가구가 잇따라 건립, 분양에 한창이다. 주진입도로는 하나인데 연립주택은 조만간 수천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가 개발수요 등을 감안한 도시기본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은 채 법률 위반 여부만 따져 연립주택 건축 승인을 잇따라 내 준 뒤 도로 등 기반시설 확보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무분별한 주택공급계획으로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기본계획조차 누더기가 되고 있다. 이와함께 현정부 들어 서민주택 정책으로 내세운 보금자리가 대표적 사례. 광역교통계획조차 없는 보금자리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하남시는 미사지구에 이어 감일·감북지구, 그리고 서울 강일지구 등이 잇따라 보금자리로 지정됨에 따라 도시기본계획을 새로 세워야 한다.

특히 현행 법규상 일정 규모 이상이면 광역교통계획을 수립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보금자리를 추진하는 국토해양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천문학적인 기반시설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쪼개기 개발로 일관하고 있다.

보금자리로 지정된 하남 미사지구와 하남 감일·감북·서울 강일 등은 오랫동안 교육권과 교통권, 상권 등이 한 생활권으로 묶인 지역이다. 하지만 하남 감북·감일지구는 도로 하나를 끼고 맞닿아 있어 사실상 한 마을임에도 둘로 나눠 개발한다.

또 서울·경기간 연담화 방지 기능을 한 녹지공간을 모두 개발하고 있다. 서울 강남과 성남을 구분지어 줬던 녹지공간(GB)인 서울 내곡과 세곡, 서울강동과 하남의 경계선 역할을 했던 GB인 하남 감북·감일 등지에 보금자리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도시 연담화가 확산되고 있다.

보금자리는 결국 도시만 무계획적으로 확산시켜 녹지공간과 농업용지를 잠식토록 방치한 것에 불과하다. 주변 환경에 대한 고려없는 고층 아파트 개발이나 주된 오염주범인 공장이 산발적으로 난립, 도로, 학교와 같은 기반시설과 공공시설이 턱없이 부족, 시민들의 주거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판교신도시 전경.

마찬가지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가다 보면 서울과 부천, 그리고 인천이 어디가 어딘지 구분되지 않고, 국도 1호선도 안양과 의왕, 군포가 무분별한 도시확산으로 경계조차 모호하다. 하나의 대도시에 주변 도시가 종속, 교외화되는 폐해가 발생한다. 자족도시로 조성돼야 할 용인 수지나 성남 판교 등지도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전국토 개발에 대한 적정한 도시계획의 결여로 일선 지자체의 공간구상이나 개발계획도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로 등 기반시설과 경찰서 등 공공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도시에서 사람의 삶은 불편하고 불안하기 까지 하다. 녹지공간 등도 없어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없어 건강한 삶도 영위할 수 없다.

국제디지털대학교 이동영 교수는 "분당·판교, 그리고 동탄, 광교, 세종신도시까지 잇따라 만들어지는 주거율과 녹지율 등의 기준이 고무줄처럼 오락가락 하는 게 현 실정으로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며 "생활권 위주의 살기좋은 적정도시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수립을 위해선 각 도시에 필요한 기반시설 등에 대한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도시정보망 구축이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 모토피아(Mortopia)란 무엇인가?

인류가 편리하고, 자유롭게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이상도시 '모토피아'(Mortopia).

자동차(motor)와 유토피아(utopia)가 결합된 모토피아(Mortopia)는 인류의 현대적 창조물인 자동차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정보통신기술(ICT)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한시도 쉬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휴먼웨어가 융복합된 도시다.

이상도시 조성을 위해 통합적 도시정보망 구축의 선행을 주창하고 있는 노춘희 경인발전연구원장은 "모토피아(Mortopia)는 이상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도시계획을 세울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여러가지 큰 축들, 이상도시를 준거 틀로 삼아 현실속에 구현키 위해 필수적인 7가지의 핵심개념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우선 Mortopia에서 M은 'Milieu'(환경)를 의미한다. Milieu는 보통 사회적 환경을 의미하는데 여기에선 물리적인 환경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사회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토대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주거 문제 등에 관한 물리적인 환경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O는 'Opportunity'(기회)로 단순히 기회부여를 통한 평등의 의미 뿐 아니라 일자리, 교육, 의료 등을 모든 시민에게 균등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R은 'Region'(지역)으로 도시+교외 공간을 모두 포함한다. 기초자치단체에서부터 광역단체까지 지역성(Locality)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발전 역할과 전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T는 'Transportation'(교통)으로 자동차·기차 등 교통수단을 이용한 공간이동 측면 뿐 아니라 현대 첨단과학과 기술의 집약체로서, 최신 기술의 향연장이 되고 있음을 상기할 때 그 중요성이 크다.

O는 'Operation'(기업)을 의미한다. Operation은 보통 작업, 작전 등을 의미하지만 기업, 사업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은 이상도시를 꿈꾸는 도시의 가장 기본적 요소이다. 기업을 통해 재화를 생산·소비하며 일자리 창출, 도시의 경제적 활동 및 다양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다. 특히 요즘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이 부각돼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다시 환원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P는 Practice(교육)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Practice란 배움 방법(learning method)의 의미로 교육의 중요성을 지칭한다. 이상도시에서 사람은 올바른 교육을 받고 이상도시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I는 IT(기술)와 Information(정보)이다. IT는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가장 효율적 방법으로 수집 및 처리해 전달하기 위한 총체적 기술이다. 기술발전과 함께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우리에게 이상도시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A는 Art(문화)다. 예술(Art)로 대변되는 문화는 한 사회,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신적인 가치 체계의 표현이며 생활 방식이다. 한 사회가 어떤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하는, 그래서 다른 사회와 구별될 수 있도록 하고, 각 구성원들을 사회적으로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