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시 송강 누리길 원당교 부근에 쭉벗은 수 십여 그루의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경인일보=고양/김재영·이윤희기자]고양시에 제주 올레길처럼 걸을 만한 길이 5코스가 있다고 하면 '정말이야?'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신도시가 밀집한 고양시를 삭막한 도심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은 '어디 걸을 만한 곳이 있겠어'하고 지레 짐작했으리라.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고양시 여기저기에서 한편의 CF배경을 떠올리게하는 수려한 길이 도처에 자리하고 있다.

도심에 지친 이들에게 산, 들판, 물, 역사, 문화 등 고양시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 느끼고, 즐기고, 감동하며 누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고양 누리길'은 한마디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고양'을 새삼 다시 볼수 있게 하는 길이다.

△행주누리길 △서삼릉누리길 △송강누리길 △고양동누리길 △고봉누리길 등 총 5개 코스로 나뉘는 고양 누리길 중 송강(松江) 정철의 흔적과 다양한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송강누리길'을 시원한 바람과 벗삼아 걸었다.

# 송강누리길

송강누리길은 공릉천을 따라 걷는 길로 산지 길은 없고 평지와 작은 언덕만 걷는 코스다. 총 구간 5.86㎞로 1시간30분이면 돌아볼수 있는 비교적 짧은 코스다.

출발은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에 소재한 테마동물원 쥬쥬 입구에서 시작한다. 동물원 입구로 들어가기전 좌측에 송강누리길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이를따라 길이 열린다.

비포장길이지만 평탄하게 잘 닦여진 길의 우측에는 동물원 쥬쥬가 좌측에는 너른 들판이 자리한다.

동물원 펜스 너머로 말이며 다양한 동물이 노니는 것이 보이고, 다양한 동물모양의 석상이 특히 눈길을 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을 보고 거닐다보니 정면으로 공릉천이 펼쳐진다. 참고로 쥬쥬 동물원의 개장시간은 3~10월은 오전 10~오후 7시, 동절기인 11~2월은 오전 10~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대인 9천원, 소인·중고생은 7천원.

앞쪽에 보이는 공릉천을 따라 동쪽을 향해 걸으니 북한산과 마주하게 된다. 공릉천 건너편은 관산동이며 그 좌우로 보이는 도로가 통일로다. 공릉천은 양주시, 고양시, 파주시에 흐르는 하천으로 한강권역의 한강수계에 속한다.

무언가 날개짓하며 비상해 하천을 바라보니 백로가 날아간다. 공릉천에는 억새 등 많은 야생식물과 오리, 왜가리, 원앙 등 야생조류도 빈번이 볼수 있다.

원당교 부근에 이르면 공릉천의 수량이 많아지고 좁은 길에 큰 키의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좌우로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길 건너편은 필리핀 참전비가 보이고 그 건너편 매봉재 아래로는 서울 교외선 철로가 지나고 있다.

쭉 벗은 메타세콰이어가 풍성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가운데 '정말 멋진 가로수다'하고 생각하는 찰나 동행한 시청 관계자가 얘길 덧붙인다. 메타세콰이어의 원산지는 중국 사천성으로 성장이 빨라 우리나라 각지에서 관상수로 널리 심고 있지만 수분을 좋아하고 뿌리가 많이 엉키다보니 상수도나 하수도관을 휘감는 등 부작용이 많아 도심에서는 퇴출당하고 있는 실정이란다. '아, 보기에만 멋지다고 전부는 아니구나'.

공릉천을 따라 계속 걸으면 정면으로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 인수봉, 만경봉, 원효봉, 노적봉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릉천의 시원한 바람과 함께 탁 트인 전망이 누리길의 정취를 돋보이게 한다.

그러나 현재 군데군데 공사가 진행중으로 하천을 따라 걸을순 있지만 흙먼지가 가득한 곳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특히 공릉천 코스는 인적이 드무니 혼자 걸으면 위험할수 있다.

대자동에서 신원동 방향의 경계지점에 들어오면 교외선 철로의 공릉천 철교가 보이고 이곳에서 원신동사무소 방향으로 나서면 눈에 들어오는 마을이 바로 송강마을이다. 조선조 중기 우리 시조 문학의 대가이며 정치가였던 송강 정철 선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진 곳이다. 송강마을은 정철 선생이 살아 생전 머물렀던 곳으로 마을 입구인 39번 국도변에는 송강의 시비가 서 있고 송강고개를 넘어가면 송강이 낚시를 했다던 송강보와 송강모퉁이 등이 있고 전시관 뒤에는 선생을 사모했던 강아의 묘가 있다.

송강마을에서 원당 고양시청 방면에는 신원동 능골마을이 있다. 월산대군의 묘소가 마치 능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 능골이다. 능골마을에는 성종대왕의 친형인 월산대군과 그의 부인 승평 부부인인 박씨의 묘소가 자리해 있다. 그리고 그를 기리는 월산대군 석광사가 있는데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고양누리길중 가장 짧은 코스라 별 준비없이 나섰더니 몸이 고달프다. 햇볕이 강한 만큼 모자를 챙겨오시고, 길이 평탄하긴 하지만 편한 신발을 신고 간식과 마실 물을 준비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