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글┃고양/김재영·이윤희기자]고양시를 대표하는 말 중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고양'이란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혹시 이 말에 의문이 들거나 의구심이 생긴다면, 고양누리길 중 하나인 서삼릉누리길을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고양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재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서삼릉의 명칭을 딴 서삼릉누리길은 고양시의 다양한 매력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편의 CF가 되는 서삼릉누리길
서삼릉누리길은 총 구간 8.28㎞로 2시간20분가량 소요된다. 지하철역과 역이 연결돼 부담없이 도전할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원당역에서 내려 6번 출구로 나오면 길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10분가량 걸으면 배다리술박물관이 나타난다.
이곳은 술을 주제로 한 박물관으로 고양시에서 5대째 술도가를 이어오고 있는 박관원 관장이 세웠다. 양조가에서 전통술의 맥을 이어가고 소중한 역사를 보존·계승시키고자 설립했다고 한다. 5대째 소장해 온 전통술 관련 각종 기구와 도구는 물론 제조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전시·연출해 놓았으며 체험도 할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제2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밀랍인형. 1966년 여름, 평소 막걸리를 즐기던 박 전 대통령은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과 고양시에 있는 골프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막걸리 생각이 났던 박 전 대통령은 인근 삼송동 '실비옥'이라는 고양막걸리 주막과 인연을 맺게 됐고, 그날부터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1979년까지 14년간 청와대에는 능곡양조장(지금의 고양 쌀막걸리)에서 만든 막걸리가 지속적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밀랍인형은 박 전 대통령이 막걸리를 마주하고 있는 모습으로 무척 인상적이다. 관람은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주말은 오후 7시까지) 개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박물관을 경유해 나무그늘이 좋은 수역이 고개를 넘어 수역이마을먹거리촌과 만난다. 이곳은 매운주꾸미볶음촌이 형성돼 주말이면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한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어 식도락가들에게 인기라고 한다.
수역이마을에서 서삼릉 미공개 구역인 태실을 지나는데, 이곳에는 조선조 역대 왕의 태실비 및 후궁, 공주, 왕자 및 연산군의 생모인 폐비윤씨의 무덤, 조선조 제12대 인종대왕의 효릉이 자리해 있다. 그러나 공개되지 않고 있어 관람이 필요하면 사전에 출입을 허가받아야 한다.
허브나라를 지나 조금 걷다 보면 아름다운 가로수 길이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태풍에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 가로수 길이 예전만 못한 것이 다소 아쉽다.
여기 가로수는 은사시나무 숲길. 은사시나무는 사시나무와 은백양 사이에서 자연잡종으로 생겨난 품종으로 생장이 매우 빠르다고 한다. 잎 모양은 뒷면이 하얗고 은백양처럼 흰 솜털로 덮여 있어 잎새가 나부끼는 모습이 은빛으로 사시나무 떨듯 떠는 것처럼 보여 은사시나무라고 불렀다는 속설이 있다.
여기서 경마연수원까지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특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자동차 드라이빙 코스로도 널리 알려져 자동차를 이용한 데이트족들이 많이 찾는다고. 이날도 평일임에도 여러 커플이 자동차를 이용해 혹은 손을 마주잡고 걸으며 정취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나무숲과 그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 그 사이를 걷는 연인. 한 편의 CF를 본 듯한 느낌이 든다.

벚나무와 은사시나무길이 끝나는 곳에 서삼릉(사적 제200호) 공개 지역인 조선 중종의 장경왕후 윤씨의 희릉, 조선조 후기 철종의 예릉, 효창원 및 의령원이 나온다. 개장시간은 3~10월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11~2월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30분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참고로 입장료는 7~18세 500원, 19~64세 1천원이다.
서삼릉은 누리길의 중간지점에 자리해 문화재, 조경, 건축물, 예술적 가치 등으로 서삼릉누리길의 핵심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바로 인근에 이색적인 곳이 있다 해서 찾았다. 말이 뛰노는 초원지대인 경마연수원이다.
경마연수원은 한국마사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경주마와 우수한 종마의 육종, 보호를 위해 말들이 휴식과 안정을 취하는 곳이다. 주변의 푸른 초원과 함께 이국적인 경치를 볼 수 있다. 이곳은 드라마, 영화, CF촬영지로도 많이 이용돼 초원을 보면 정말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며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경주마는 물론이거니와 평소 보지 못했던 다양한 품종의 말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생각보다 말을 가까이 볼 수 있고 운이 좋다면 쓰다듬어 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개장 시간은 매주 수~일요일(주 5회)이며, 3~10월은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11~2월은 오전 9시~오후 4시30분까지다. 입장료는 무료.
다시 허브나라 부근에서 농협대학을 지나 솔고개 천일농원 인근에서 숲길로 들어서 약수터로 이어지는 소로길로 걷게 된다. 약수터에서 잠시 목을 축인 뒤 사탑말산 등성이를 따라 걸으면 멀리 북한산과 삼송동, 동산동 일대를 조망하게 된다.
그러나 삼송택지지구 등 인근에 공사 구간이 많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코스가 끝나는 인근에 지하철 삼송역이 있고, 버스 정류장도 많아 대중교통과 연계성이 좋다.
서삼릉누리길 코스내 차량통행이 많지는 않지만 인도가 따로 없어 안전에 신경써 줄 것을 당부한다. 약수터 이후 등산로는 인적이 드물어 혼자 걸으면 위험하다. 앞서 언급했듯 구간내 도로공사 지점이 있는 것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장마철을 맞아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각 마을을 연결하는 작은 마을길과 고개, 문화재와 나뭇길, 그리고 숲속 길을 거니는 만큼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해발 50m 이상의 산이 없어 평지와 작은 언덕으로 연결돼 일반인 및 어린이도 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만큼 주저하지 말고 운동화와 물 한 병을 챙겨 당장 내일이라도 나서 보는 것은 어떨까.
※ 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