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한국/120분/분단 드라마
감독:전재홍
출연:윤계상, 김규리
개봉일:2011.6.23. 목. 청소년 관람 불가
별점:★★★★★☆(5.5/8개 만점)

[경인일보=이준배기자]김기덕 특유의 '광기어린 독기'는 살짝 빠졌다. 그러나 상반된 것을 대비시키는 그의 독특한 실험은 스크린 곳곳에 심심찮게 묻어난다.

특히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물들을 몰아넣고 동물적인 본능-그것이 내재된 것이든, 학습된 것이든-을 극대화시키는 김기덕의 거친 남성성은 여전하다.

영화 '풍산개'는 2011년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귀환한 김기덕 감독이 3년만에 제작한 영화로 화제가 됐다. 메가폰을 잡은 전재홍 감독은 단편 '물고기'로 2007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초청돼 존재를 알린 뒤 장편 데뷔작 '아름답다'로 후쿠오카 아시아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거기에 주연 배우인 윤계상과 김규리를 비롯해 모든 조·단역 배우들과 전 스태프들이 노개런티로 영화 '풍산개'에 참여해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배경인 한반도 분단 상황은 다분히 현실적이고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이산가족의 깊은 슬픔과 한과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도 어렵지않게 술술 풀어 나간다. 휴전선을 넘나들며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3시간만에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윤계상). 그는 이산가족들을 위해 소식을 전달한다. 그는 어느 날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고위층 간부의 애인 '인옥'(김규리)을 빼오라는 주문을 받는다. 그런데 생사를 뛰어넘는 과정에서 두 남녀는 미묘한 감정을 경험하면서 일이 조금씩 꼬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강한 메시지에 집착한 듯 부분부분 매끄럽지 못하다. "그것이 키스네, 인공호흡이네"하는 실소를 자아내게 만드는 북한 사투리 대사들은 익히지 않은 날고기를 씹는듯 무척 생경하다. 물론 순수한 그네들의 담백한 정서를 반영한 측면에선 거친 손맛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을 배려하는 상업영화라면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세심한 가공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60년간 이념의 대립으로 인해 가장 큰 희생자는 이산가족이란 사실을 주입하듯 자주 보여주는 것도 사족이다.

호랑이를 잡는 개라고 불릴 정도로 용맹스러우면서도 주인에 대한 충성심은 어느 동물보다 뛰어나다는 풍산개. 사람으로 형상화됐으나 어쩌면 주인공 배달부는 바로 이런 풍산개에 비유된다. 너무나 충직하지만 오히려 이용만 당하는 그의 가련한 순수, 바보같을 정도로 말없이 주인을 따르는 그의 믿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다.

최근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훈남 한의사로 분해 특유의 자상하면서도 로맨틱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윤계상은 극중 배달부로 나와 대사 한마디 없는 표정연기만으로 강한 개성을 살려내 김기덕의 페르소나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올 여름 100억원대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 대기중인 가운데 순수 제작비 2억원의 '풍산개'가 얼마나 선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