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화도는 일몰과 일출이 아름답다. 해안에서 바라본 국화도의 일몰.

여름이면 "이번 휴가는 또 어디로 가야하나"하는 걱정을 한번쯤은 하게 된다. 매번 남들이 다 가는 곳은 싫고, 한가하면서도 여유롭고 뭔가 색다른 추억을 만들고픈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여기에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터. 그렇다면 올 여름 '섬'은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3천여개의 섬이 있다. 그중 경기도 서해안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보물같은 매력을 지닌 곳이 많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있고 섬 치고는 멀지 않고 붐비지 않아서 좋은 곳. 그에 더해 여기저기 둘러보면 길따라 볼거리가 넘쳐나고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섬들이 있다. 이들 섬길은 기존의 ○○길, △△길처럼 따로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고 섬 이름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걷기코스 대명사가 된다. 지난해 경기도가 '경기도 문화보물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숨은 매력을 발굴해 다양한 볼거리를 심어놓은 섬. 4곳을 소개한다.

#들국화의 섬 '국화도'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들국화의 섬, 국화도는 화성시 우정읍 국화리에 소재한다.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섬으로 동쪽은 온통 바위로 어우러져 있고 서쪽은 활처럼 휜 해수욕장이 자리한다.

해수욕장은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물놀이하기에 좋으며, 500m 쯤 되는 국화도와 토끼섬 사이에는 썰물때에 갯바위와 모래밭이 드러나 걸어서 건너갈 수도 있다. 이 바닷길 주변에는 고동을 비롯한 각종 조개가 지천으로 깔려있어 호미와 망태기를 하나 들고 나서면 1시간 만에 가득 채울 정도로 많다.

국화도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일몰과 일출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서해의 일몰은 어디가나 아름답지만 국화도는 그 아름다움이 특별해 사진 출사지로도 매력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작은섬으로 우럭, 도다리 등 자연산 회도 일품이다.

지난해 '경기도 문화 보물섬' 프로젝트를 계기로 대학생들이 직접 발굴·설치한 매표소 대기실, 입체지도, 우체통 등의 아기자기한 볼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섬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산 정상의 산등성이를 따라 난 길은 평지처럼 평탄한데 주변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어 '꽃길 산책로'라 불린다. 형형색색의 이름모를 꽃들이 만발하고 산책로는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준다. 정상에서는 주변의 입파도, 제부도 등의 섬까지 조망할 수 있다.

▲ 입파도.

#화성 8경의 하나인 홍암의 '입파도'

화성시 궁평항에서 40여분간 뱃길을 따라가면 짙푸른 바다 위에 한가롭게 떠있는 작은 섬을 만날 수 있다. '서서 파도를 맞는다'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입파도(立波島)는 서해안에서도 청정구역에 속한다. 입파도는 앞서 얘기한 국화도 인근이며 행정구역도 우정읍 국화리로 같다. 총면적이 0.44㎢ 정도로 넓지 않은데다 전체 표고가 50m 이하의 구릉으로 연결돼 있어 조금만 걸어도 한눈에 전체 풍경을 볼 수 있는 작은 섬이다.

해풍을 맞으며 해안을 따라 걷다보면 한편의 드라마가 연상될 만큼 환상의 경관을 자랑한다. 그러나 중심부 동서의 완만한 능선과 해안의 모래 및 조약돌밭을 제외하면, 섬 전체의 30% 이상이 급사면을 이루고 있다. 남북해안가는 30도 이상의 급경사를 이루는 절벽으로, 붉은색 기암괴석인 홍암이 장관을 연출한다. 홍암 절벽 곳곳에는 푸른 해송이 우거져 있고 갈매기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바닷새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입파도 홍암은 궁평 낙조와 함께 화성 8경의 하나로 꼽힌다.

광어, 도다리, 놀래미가 많이 잡히고 밤에는 붕장어를 낚는 손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어서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직선으로는 서울에서 70㎞, 인천에서는 40㎞, 수원에서는 50㎞의 거리에 위치한다.

▲ 풍도.

#섬 특유의 푸르름 간직한 '풍도'

총 50여 가구 100여명의 마을 주민이 사는 풍도는 봄이면 야생화와 달래, 두릅 같은 봄나물들이 나고 초여름에는 더덕이며 둥글레 등의 약초가 난다. 봄이면 노란 복수초가 무리지어 피어나고 노루귀, 변산 바람꽃, 꿩의 바람꽃, 대극, 중의무릇까지 봄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 사진 동호회나 야생화 동호회에서 많이 찾는다.

여름철은 섬 특유의 푸르름이 사진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야생화 뿐 아니라 어획자원도 풍부한데 늦은 봄에는 우럭과 꽃게, 소라가 많이 나고 물때만 잘 맞추면 개 우럭도 많이 잡힌다. 5~10월은 우럭, 9~10월은 농어와 망둥어, 6~9월은 놀래미가 많이 잡힌다.

은행나무 정자코스, 사각돌 해안가 코스, 바다 위 학교 코스로 구성된 풍도 관광코스는 육지의 길들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걷기 코스다.

한편 이곳 풍도의 유의점은 숙박예약이 필수이며 가게가 없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은 육지에서 꼭 준비를 해가야 한다.

▲ 육도.

#6개의 섬이 모인 '육도'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 육도리에 있는 육도를 가려면 인천여객터미널로 가야한다. 하루에 한번 운행되는 배는 육도까지 두시간 남짓. 떠나는 날이 짝수일 경우 풍도를 들렀다 가서 30분 가량 지체될 수 있다.

6개의 섬이 모여 있어 육도라 불리는 이 섬은 2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로 육지만큼 밭이 비옥해 옥수수, 상추, 고추, 감자 등 온갖 작물들이 풍요롭게 자라고 있다. 육도는 굴, 바지락, 낙지가 많이 잡히지만 외부인의 채취는 금하고 있으니 채취보다는 바다낚시를 권하고 싶다.

서쪽 해안가에서 직접 낚시를 하거나, 낚싯배를 빌려 타고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다. 자갈이 깔린 해변가를 걸으며 바다를 즐기는 것도 좋다. 바닷물이 워낙 맑아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해가 진 해변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넘기는 맥주 한잔은 운치를 더한다. 육도도 풍도와 마찬가지로 가게가 없어 먹을 것은 미리 챙겨가야 한다. 숙박예약도 필수다.

/글┃이윤희기자

/사진·자료제공┃경기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