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리는 계양산.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는 산이다.
하지만 계양산은 최근까지도
롯데건설의 골프장 개발 논란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수년간의 논란 끝에
최근 '백지화'라는
종지부를 찍은
이 산에 '둘레길'이 조성된다.
인천시는 조만간 현지조사를 마치고
안내판 등 시설물을 설치해,
10여㎞ 구간의 둘레길을 오는 2014년까지 조성할 방침이다.
연무정에서 시작해 낙엽송 군락지,
고랑재를 거쳐 하늘로 죽죽 뻗은
소나무가 일품인 솔밭, 피고개와
징매이고개, 삼림욕장, 계양문화회관,
다시 연무정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어른 걸음 기준, 3시간에서 3
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길을 새로 조성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계양산의 세월과
시간이 다져진 종래의 길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 시의 구상이다.
계양산만이 갖고 있는 자연의 정취와 함께,
때로는 오르고,
때로는 내리는 길은 걷는
즐거움을 더하며 일상의 고민을
잊게 하고 편안한 휴식을 주는 듯하다.
#도심속에서 만나는 자연의 정취
인천지하철 1호선 계산역에서 내려 경인여대 방향으로 10분 정도 오르면 계양산의 등산로 입구인 연무정에 도착한다.
'숲 탐방로'라는 안내판이 있는 곳이 길의 시작이다. 이 곳에서 솔밭을 향해 걷기 시작하면 당장에 숲 속 산길을 걷는 느낌이다. 이름 모를 새의 울음소리와 실개천(임학천)에 물흐르는 소리, 그리고 살랑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이는 한여름의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과 함께 어우러져 삭막하기만한 도시를 충분히 잊게 하고도 남는다. 이같은 즐거움은 그동안 수많은 등산객들이 이 길을 걸었던 이유이기도 할 터다.
걸음은 자연스럽게 길 속으로 빠져든다.
한여름 무더위에 땀이 흐르기 시작할 때쯤 '청수수목원'이라고 새겨진 큼지막한 바위 왼편으로 지나가면 '낙엽송 군락지'로 이어진다.

좁은 오솔길에 박혀있는 투박한 돌 사이로 빼곡히 쌓여있는 갈색 솔잎은 계양산이 갖고 있는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끝나듯 이어지는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는 이 길은 무당골을 거쳐 고랑재로 이어진다.
'감사합니다! 시민 여러분의 힘으로 계양산을 지켜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인천의 한 시민단체가 내건 이 현수막은 최근 시 도시계획위의 계양산 골프장 백지화 결정에 대한 환영의 뜻을 충분히 느끼고도 남게 한다. 한 숨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이어서 현수막 왼편으로 완만한 내리막길을 걸어가면 솔밭으로 향하게 된다.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는 계양산 솔밭은 롯데건설의 골프장 건설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1년여간 릴레이로 진행한 '소나무 시위'로 유명하다.
하늘을 향해 죽죽 뻗은 소나무들은 하늘과 산과 땅을 잇는 매개가 돼 장관을 이룬다. 이 솔밭은 시민들의 자연휴식처로도 인기가 높다.

미리 준비해 간 도시락이 있다면 이 곳에서 먹는 것도 좋을 듯싶다.
솔밭에서 왼편으로 돌면 피고개로 오르게 된다.
솔밭에서 피고개로 향하는 길을 따라 오르면 주변 산들과 함께 계양산 북사면쪽을 볼 수 있다. 아래로는 공항철도가 시원스레 내달린다.
가파르기가 '하느재' 올라가는 길보다 더 급한 길도 있다.
계양공원에서 주능선으로 올라가는 길로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하느재'보다 경사가 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돌길이 500여m 가파르게 이어져있어 둘레길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모였다.
이어지는 징매이고개로 가는 길. 일제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민중의 마음을 모아 성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중심성(衆心城)을 볼 수 있다.

징매이고개 부근에 도착하자 자동차가 시원히 달리는 도로 사이로 잘 꾸며진 생태이동 통로가 멀리 눈에 들어온다. 계양산과 원적산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도 한다.
하지만 사연을 알고 나면 조금은 슬퍼진다. 이 도로를 개설할 때 환경·시민단체들은 산을 깎지말고 터널 형태로 조성하라고 주장했지만, 이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 산이 깎인 채 도로가 뚫렸다. 그러다 시는 지난 2009년에서야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터널 형태의 이 생태통로를 만들었다. 예산이 이중으로 들어간 셈이다.
임학천 물소리 함께한 투박한 솔밭
일제침략에 맞선 역사 간직한 '중심성'
생태계보고 '남사면 습지' 까지
골프장 논란 접고 2014년까지 둘레길 조성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남사면습지쪽으로 향한다. 남사면습지는 비교적 볕이 잘 드는 곳임에도 습지가 넓게 분포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곳엔 도롱뇽을 비롯한 양서류가 많이 살고, 이삭귀개·땅귀개 등 여러 습지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또 중간중간에 작은 샘이 솟아 물이 마르지않는 특징이 있다. 발걸음은 둘레길 막바지에 달한다. 삼림욕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많은 꽃과 식물들로 잘 정돈된 이 곳은 주말이면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 조성된 삼림욕장은 소나무와 산사나무 등 계양산의 다양한 자생수종과 참나리 등 야생화와 튤립 등을 즐길 수 있다. 건강지압로와 산책로 등도 함께 마련돼 있다.
산림욕장을 나오면 이제는 도심이다. 계양문화회관을 거쳐 도심길을 따라 경인여대를 지나가면 처음 출발했던 연무정에 도착한다.
3시간 30분 정도 걸린 계양산 숲길 여행. 계양산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인천의 진산 계양산을 한 바퀴 크게 도는 둘레길.
멀리 떠나지않고 도심속에서 자연을 느끼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될 듯싶다.
글┃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