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와 집중호우로 한바탕 곤혹을 치르고 났더니 이젠 폭염이다. 푹푹 찌는 날씨에 어디 나서고 싶은 마음도 사그라진다. 그렇다고 방 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이럴때 일수록 적당하게 몸을 움직이고 활동을 해야 몸이 처지지 않고 더위와의 싸움도 이겨낼수 있다. 멀리 나가지 않고 도심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의 길이라면 한번 가볼만 하지 않을까. 과천 숲길은 거리는 짧지만 숲과 계곡을 걸으며 여유를 누릴수 있는 길이다. 총 13코스로 이뤄진 과천숲길은 도심속에서 짧게는 40분, 길게는 5~6시간의 다양한 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 3코스인 천혜수 탐방로는 총 2.1㎞ 구간에 1시간이면 코스를 돌아볼수 있어 더운 여름, 가벼운 걷기 탐방로로 제격이다.
#용마능선 따라 걸으며 맞는 여유
과천숲길의 3코스 천혜수 탐방로는 과천교회 앞 건너편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과천에서 관문로를 이용해 과천초교 입구로 진입한 후 중앙동 주민자치센터 앞에서 좌회전해서 100m 지점에 있다.
산행길 시작지점에는 천혜수 탐방로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으며, 능선을 따라 크게 한 바퀴를 도는 코스다.
첫발을 내딛는데 집중호우가 쏟아진 뒤라 그런지 진흙에 발이 질퍽거린다. '앞으로의 탐방이 고행이 되겠군' 하고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기우였음을 깨닫게 된다. 초보자도 무리없이 걸을 수 있도록 길 옆가에 밧줄이 이어져 있고, 계단식으로 꾸며진 잘 정돈된 탐방길은 진흙길이 아니라 어느새 잘 다져진 탄탄한 흙길로 바뀌어 있었다.
계단길을 조금 오르자 나무숲 한가운데 들어서며 울창한 그늘이 만들어졌다. 분명 과천교회 앞 주차장까지는 무척 더웠는데 탐방을 시작하자 오히려 시원해진 느낌이다.
생각보다 인적도 드물어 갑자기 낯선 세계로 들어선 듯하고 오싹함마저 들었다.
숲 한가운데서 한가로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본격적으로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 시작됐다.
봄이면 야생화들이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뜨려 볼거리가 많다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온통 울창한 숲의 짙은 녹색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얼마쯤 갔을까. 은근히 힘에 부치는 듯해 거리를 따져 보니 이제 300m가량 왔다.
예상보다 가파른 길에, "도심에 자리한 길이 뭐 힘들겠어" 하고 얕봤다가 일격을 당한 기분이다.
등줄기까지 땀이 난다 싶었더니 오르막길이 끊어지고 중간에 쉼터가 나타났다.
쉼터1이라고 이름된 곳. 정말이지 적재적소에 쉼터가 배치돼 있다. 쉼터라고 해 봐야 기다란 나무벤치 2개가 전부지만 그 반가움이란.
잠시 벤치에 앉아 쉼을 청하려는데 멀리서 중년 남성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노래 연습을 위해 산을 찾았는지 이름 모를 가곡을 연방 불러댄다.
그 노래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다 힘을 내 발길을 옮겼다.
다시 탐방이 시작되고 이번엔 암벽코스(?)가 등장했다. 지난번 집중호우에 흙이 많이 쓸려가며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낸 듯하다.
그러나 긴 구간은 아니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암석들이 부서지고 굴러 내려오니 주의를 당부한다.
산 중턱에 과천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의 키 작은 소나무와 어울려 마치 깊은 산중의 기암괴석 위에 올라선 듯하다. 시야를 둘러보니 왼쪽으로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가 보이고 반대편에는 각종 기관의 사무실 건물들이 즐비하다. 바로 정면에는 아파트와 빌라단지가 눈에 들어오는데 지붕이 다홍빛을 띠며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능선길에서 마치 산 정상을 오른 듯 그럴싸한 포즈를 취해 본다. 그러나 주의하시라. 바위 밑이 급경사여서 추락 위험이 있다.
과천 조망을 뒤로 하고 다시 탐방을 시작해 숨이 찰 무렵 또 쉼터2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오른편은 계속 용마능선으로 오르는 길이고, 왼편은 과천성당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전진했다.
이윽고 탐방로의 정점인 산불감시탑이 모습을 보였다. 해발고도 250m인 용마능선의 끝자락 봉우리로 인근 조망감이 좋은 곳이다. 산불감시탑부터는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들었다. 시작이 관악산 북쪽 능선을 바라다 보았다면 하산길에는 관악산 정상과 남쪽 능선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하산길 중턱에서 무당바위 약수터가 일행을 반겼다. 코스가 짧아 별 준비 없이 길을 떠나 목이 마르던 차에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곳에는 편히 쉴 수 있는 정자도 있고, 새벽에는 체조 프로그램도 운영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산행의 끝자락이 보이고 몇 분을 걸었을까. 관악산 매표소 지점으로 이어진다. 관악산계곡에서 본격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나온 것이다. 과천 향교를 거쳐 출발지인 과천교회까지 오니 1시간이 걸렸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어 호젓하게 자연을 느낀 시간이 됐다. 간혹 불어온 바람은 땀만 씻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근심걱정까지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듯하다.
/글┃과천/이석철·이윤희기자
/사진┃김종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