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성옥희기자

경인일보경인발전연구원 공동기획

얼마전 하늘에서 구멍이 뚫린듯 엄청난 비가 내렸다. 경기북부지역에서 기상관측 사상 최고 강우량이 기록될 만큼 물폭탄이 쏟아졌고, 인명·재산 피해가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홍수위험지수가 높은 나라 중의 하나다. 홍수위험지수를 낮추는 노력이 절실하지만 그동안 간과해 온 것이 사실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한국형 날씨시스템을 감안한 구체적이고 현실성있는 도시 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계획과 개발단계 이전의 각종 도시시설비용 계획과 함께 그 비용부담 주체가 정부나 민간, 공동부담이냐에 따라 도시계획(개발)의 책임성을 구체화해야 한다.

■ '온대'→'아열대' 기후가 변한다

2010년 이상기후특별보고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온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후 1~10월 동안의 지구 평균 기온이 지난해 가장 높았다. 지구가 온난화되면서 2001~2008년 기상재해로 우리나라 연평균 재산 피해액은 약 2조3천억원. 90년대 7천억원이었던데 비하면 3배 이상 증가했다. 1916년 기상재해로 재산피해액이 가장 컸던 10번 중 6번이 2001년 이후에 발생했다.

지구 온난화는 우리나라 기후를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꾸고 있다. 올 여름처럼 장마가 지나간 이후에도 아열대의 국지성 호우인 '스콜'을 연상시키는 집중호우가 자주 내리는 것도 단적인 사례다. 물론 이번 집중호우가 스콜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사 현상이 한반도에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기도 강유량 누계 표 참조

 
 
 

■ 도시계획,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

최근 집중호우로 생겨난 산사태나 하수도 역류현상은 단순히 하수도 시설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의 부재 자체에 있다. 우리나라 도시계획은 많은 재원을 들여 설계해 놓고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에 그치고 있다. 나라에는 헌법이 있고 도시에는 도시계획 관련 법률이 있다. 헌법이 함부로 개정될 수 없는 것처럼 도시계획 관련 법률 또한 너무 자주 바뀌면 혼란과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 정치·경제·사회적 여건이 바뀜에 따라 법률을 개정하거나 관련 법률이 생겨나서 도시에서 주민이 불편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 차별성없는 도시계획

도내 31개 시·군만 해도 각각 전혀 다른 배경과 여건 및 입지를 갖추고 있다. 도시계획은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초조사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현실성있는 도시계획이 될 수 있다. 기초조사에는 지역적 여건, 인문·사회 환경분석, 기반시설 현황 및 전망, 토지적성평가, 환경성 검토 등이 포함된다. 기초조사는 철저한 현실적 조사 및 시민의 계획의지 도출 작업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기초조사를 바탕으로 공청회를 개최하고 주민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지만 대부분 기초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 이후 절차 과정도 형식상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도시계획 체계 역시 형식상으로는 단계적으로 잘 조직된 구조처럼 보인다.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은 대동소이하다. 현행 도시계획은 목표연도의 계획인구가 결정되면 이에 따라 용지의 규모나 각종 도시기반시설 용량이 일률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차별성을 찾아볼 수 없다.


■ 지역 여건 반영한 도시계획안

도시계획은 '모토피아'라는 이상도시를 만들어가는 가장 근본이 된다. 주민이 생활하는데 편리하고 불편함이 없는 도시가 바로 어쩌면 이상도시, 우리가 꿈꾸는 '모토피아'인지 모른다. 그동안 중앙집권적 도시계획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특성화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도시계획'이다. 국토종합계획, 도종합계획은 큰 틀에서 비전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그 하위 계획까지 일률적으로 따를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도시계획을 처음부터 뒤엎을 수는 없다. 현 상황에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정책을 펴가야 할지가 관건이다. 지자체별로 지역 여건에 맞는 도시계획을 창의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 "도시기본계획" 사회·경제적 미래상 제시, "도시관리계획" 구속력 있는 구체화 작업

'도시계획'은 도시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정립하고 이를 시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도시의 장래발전 수준을 예측, 사전에 바람직한 형태를 미리 상정해 두고 이에 필요한 규제나 유도정책, 혹은 정비수단 등을 통해 도시를 적정하게 관리해 나아가는 그림이다. ┃국토·도시계획 체계 표 참조

우리나라 도시계획 체계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이 중에서 광역도시계획은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도시기본 계획과 유사하다. 하지만 2개 이상의 행정구역에 대한 계획이라는 차이가 있다.

또 광역도시계획은 광역계획권 전체를 하나의 계획 단위로 보고 장기적인 발전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는 도시계획 체계상의 최상위 계획이다. 광역계획권내 시·군들의 도시기본계획·도시관리계획 등에 대한 지침이 된다.


'도시기본계획'은 대상지역에 대해 공간구조의 변화에서 사회경제적인 측면까지 미래상을 제시하는 반면 '도시관리계획'은 이러한 미래 발전 방향을 도시공간에 구체화하고 실현시키는 계획이다.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도시기본계획과는 다르다.

또 광역도시계획 및 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시·군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공간에 구체화하고 실현시키는 중기 계획이다.

용도지역·용도지구·용도구역에 관한 계획, 기반시설에 관한 계획, 도시개발사업 또는 정비사업에 관한 계획, 지구단위계획 등을 일관된 체계로 종합화해 단계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물적으로 표현하는 계획이다.

/글┃윤재준·전상천·조영달기자

/자문┃강현철 경인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