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역사가 1천년 이상 지속돼 오는 동안 사찰음식이 우리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첫째, 채식문화의 발달과 산채류의 활용을 들 수 있다. 우리 나라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 가축을 귀하게 여겨 자연히 육식을 절제하게 되었으며, 더불어 스님들은 앞장서서 채식문화를 주도했다. 산이나 들에서 나는 제철의 나물들을 국·무침·쌈 등으로 먹고, 그대로 말리거나 소금물에 데쳐서 말린 다음 가루를 내어 쓰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개미취·수리취·더덕·잔대순·다래순·당근·각종 버섯류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채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장류가 발달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절메주라는 것이 생기면서 궁중에서는 절메주를 가지고 장을 담갔다.
셋째, 육류 절제로 부족한 열량과 단백질을 채우기 위해서 튀김류 및 부각류 등이 개발됐다.
넷째, 저장음식이 발달했다. 겨울을 나기 위하여 제철이 지났어도 필요한 영양소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저장음식이 개발·발달했다. 대표적인 저장식품으로는 김치, 된장·고추장·간장 등 장류와 장아찌류가 있다. 절에서는 들, 산, 바다 해초 등 모든 재료가 다 장아찌로 활용된다. 노스님께서는 아궁이에서 재를 긁은 뒤 체에 걸러 항아리에 담아놓았다가 호박, 가지 등을 그 속에 집어넣어 보관하셨다.
다섯째, 다양한 약용식품을 섭생했다. 속가와는 달리 사찰음식에는 약용식품이 많다. 마지막으로 일반 조미료나 화학 조미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 조미료를 개발했다. 조미료는 음식의 맛을 도와주는 것이다. 김치에 생강을 넣는 건 맛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잡다한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한다. 이렇듯 절에서는 약이 되지 않는 조미료는 쓰지 않는다.
도움말/선재 스님(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
이번 주에는 호박들깨국수와 깻잎조림, 오이장아찌를 만들어보자.
■ 호박들깨국수(밀가루, 애호박, 깻잎, 들깨가루(들깨즙), 소금, 다시마)
1. 밀가루에 애호박과 깻잎을 갈아 넣고 소금을 약간 넣어 국수 반죽을 한다.
2. 반죽을 얇게 밀어서 칼국수를 뽑아 놓는다.
3. 다시마 국물이 끓으면 다시마를 건지고, 밀어 놓은 국수를 넣어 끓인다.
4. 국수가 끓으면 들깨가루를 넣고 소금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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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깻잎조림(깻잎, 청·홍고추, 조림장(간장·들기름·고춧가루))
1. 깻잎을 깨끗하게 씻어 놓는다.
2. 청·홍고추를 다져서 간장, 들기름, 고춧가루를 넣어서 양념장을 만든다.
3. 깻잎을 여러 장씩 겹쳐 놓고 양념장을 조금씩 끼얹어 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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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장아찌(오이, 간장, 식초, 설탕, 풋고추)
1. 오이는 가늘고 연한 것으로 골라 깨끗이 씻어 알맞은 크기로 썬다. 풋고추도 알맞은 크기로 썬다.
2. 간장과 물, 식초, 설탕으로 간하여 끓인 후 오이에 붓는다.
3.맛이 들면 피클처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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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에서 본 사찰음식의 효능
들깨, 혈관 노화 예방… '성인병'에 좋아
■ 들깨=들깨는 자양강장제로서 효험이 있다. 비타민 E, F가 들어 피부가 거칠고 주근깨나 기미가 많은 사람, 임신중인 사람, 신경과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에게 효과가 좋고 머리카락에 윤기를 준다. 또한 풍부한 식물성 지방이 혈관의 노화를 방지해 주고 성인병을 예방하고 천식에도 좋다. 들깨를 그대로 씹어 먹으면 심한 변비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들깨는 피를 만들어주는 '조혈작용'이 아주 뛰어난 식품이다. 나이 드신 분들이나 큰 병이 든 이후, 아이를 낳은 이후 들깨죽을 먹게 되면 체력을 회복시키고 입맛을 돋우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
영양이 풍부한 견과류의 땅콩과 잣을 가루 내어 함께 죽을 쑤면 효과가 더욱 높다. 동의보감에 '들깨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매우며 독이 없다. 기(氣)를 내리게 하며 기침과 갈증을 그치게 하고 중초를 보하고 골수를 채워 준다'고 하였다. 위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들깨 가루는 미리 빻아 놓으면 향기가 달아나므로 먹을 때마다 볶아서 먹는 것이 좋다. 또한 들기름으로 만들어 먹을 시 쉽게 산패된다는 문제점이 있는데 볶을 때 강한 불로 잠깐 볶을수록 좋다. 도움말/이종철 한의학박사(수원 성심한의원장)
정리/이준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