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월 '핫이슈페이퍼'를 내 2011년을 바이오·제약 산업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삼성그룹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바이오 제약 산업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본사를 둔 바이오신약업체 셀트리온은 대표적인 '슈퍼 가젤형' 벤처기업으로 분류된다. 슈퍼 가젤형 벤처기업은 3년 연속 매출이 20%이상 급증한 기업을 뜻한다. 2008년 836억원이던 셀트리온 매출액은 2010년 1천809억원으로 급상승했다. '바이오 메디 파크'로 계획된 송도국제도시는 올해 바이오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그 중심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있다.

아직 인천 바이오산업은 미약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한국바이오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인천의 바이오산업 기업체는 전국의 1.4%에 불과하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미래 신수종사업의 하나로 선택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무한한 성장잠재력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셀트리온의 성장세를 볼 때, 인천 바이오산업의 성장력이 클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이밖에도 인천에는 '알짜 바이오기업(연구소)'이 많아 바이오클러스터로서 입지적 강점을 견고하게 쌓아가고 있다.

 
 

# 송도 바이오 산업 세계화 견인차, 삼성

삼성이 바이오 산업 진출을 공식 발표한 날, 지식경제부는 "삼성의 공장부지로 결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을 국내 바이오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플랜트 기공식에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인천 송도가 명실상부한 바이오메카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삼성의 송도 바이오 플랜트 건립을 '신성장동력 육성 정책의 하나인 스마트 프로젝트 정책 성과가 본격화된 것'으로 홍보했다. 삼성바이오 송도 진출 이후 정부 발표 자료를 들여다보면, 송도 바이오 플랜트를 국내 바이오·제약 시장 세계화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읽을 수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13조9천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은 내수가 아닌 글로벌 시장을 보고 바이오 제약 산업에 진출했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22억달러다. 매년 40% 이상씩 급성장해 2020년 905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자료를 보면 2011년을 기점으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에 출시된 주요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와 시장독점권이 만료될 전망이다. 2009년 매출 기준으로 2015년까지 특허가 만료되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 잠재 매출 규모는 약 390억달러로 추정된다. 삼성은 2013년 특허가 만료되는 류머티스관절염약인 레미케이드(Remicade), 대장암 치료제인 리툭산(Rituxan)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의 바이오 산업 진출은 국내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해외 시장 진출을 촉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풍부한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삼성의 공격적 전략이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 개방에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인천은 바이오산업 중심 도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은 송도를 사업부지로 선택한 이유로 '냉장·냉동 항공 물류 우수', '해외 제약업체 입·출국과 외국인 임직원 주거 편리', '수도권에 있으면서도 뛰어난 확장성 보유' 등을 내세웠다.

# 글로벌 시장 진입 선두주자, 셀트리온

삼성의 바이오산업 진출 선언을 전후한 시기에 '셀트리온 인수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 셀트리온은 삼성보다 5~8년은 앞서 있다. 현 시점에서 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장 우수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2분기 매출액 686억원, 영업이익 43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59.8%, 영업이익은 47% 상승했다. 지난 1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 10%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415억원을 기록해 2분기 연속 400억원을 뛰어넘었다. 셀트리온의 2분기 실적은 분기 단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기록이었다.


셀트리온은 지난 2002년 설립 후 7천억원 이상을 제품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투자했다. 5만ℓ의 항체의약품(mAB)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현재 9만ℓ 증설 설비의 기계적 준공을 끝내고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올해 연간 예상매출액은 약 2천930억원. 금년 유방암 치료제와 관절염 치료제 바이오 시밀러 출시가 예정돼 있어 향후 큰 폭의 매출액 증가가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지난 7월 본격적인 제품 판매 승인 절차 진행을 위해 글로벌 임상·허가 컨설팅 기관인 파락셀(Parexel)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파락셀은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제품을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인허가받을 수 있는 컨설팅을 담당한다. 지난 5월에는 세계적 임상 대행 기관인 PPD와 전략적 제휴 양해각서를 주고받았다.

PPD는 세계 44개 나라에 1만1천여명의 임상전문가를 보유한 전문 기관이다. PPD는 셀트리온이 개발하는 제품의 임상계획 수립과 진행을 맡게 된다. 이처럼 셀트리온은 개발 인프라 구축, 임상, 판매 인허가 구축 등 바이오 시밀러의 세계 시장 출시를 위한 절차를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관절염 치료제와 유방암 치료제 출시가 예정돼 있다.

# 바이오 클러스터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외에도 송도에는 우수한 바이오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우수한 바이오 기업도 몰려 있어 향후 송도 입주를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송도동 7의48에 2008년 설립된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KBCC)는 미국 FDA 기준에 적합한 cGMP, 유럽 EU-GMP 기준에 부합되도록 설계된 미생물 발효 시스템과 동물세포 배양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용 항체와 다양한 종류의 의약품 생산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규모 투자가 불가능한 중소 제약사, 바이오의약품 자체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 후발 기업들이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를 생산기지로 이용하고 있다.


송도테크노파크 미추홀타워 별관에 입주한 (재)유타·인하 DDS 및 신의료 기술 개발 공동연구소는 인하대와 미국 유타대가 정부와 인천시 지원을 받아 2009년 설립한 비영리 연구소다. 약물전달기술과 나노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인하의료원의 임상·기초의학 연구자들과 유타대 약대 연구진이 공동연구를 벌이고 있다. 대웅제약, 태준제약, 태웅메디컬, 에이엔지 바이오텍, 일동제약, 아모레퍼시픽, 부광약품 등과 산학연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2008년 송도테크노파크 기술산업단지에 설립된 이길여암당뇨연구원은 암·당뇨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제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실험동물 사용 국제 표준을 충족하는 실험동물센터(CACU), 유전성출혈성모세혈관확장증을 연구하는 HHT 센터, 유전단백체센터(CGP), 아시아 최초의 마우스대사기능형질 연구센터(KMMPC) 등이 운영되고 있다.

세계적인 기초생명공학 연구소인 미국 솔크연구소가 출자해 2008년 송도에 설립된 JCB(Joint Center for Bioscience)는 지난 해 신약 개발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생체막 단백질 구조를 첨단화학기기를 사용해 초고속으로 결정하는 방법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함께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네덜란드의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인 크루셀(Crucell)의 한국 자회사다. B형 간염 백신인 헤파박스-진, 독감 예방 백신인 인플렉살 브이, A형 간염 백신인 이팍살 베르나, 경구 콜레라 백신인 듀코랄액을 국내에 공급한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작년 7월 본사를 경기도 성남에서 인천 송도로 옮겼다. 이와 함께 최첨단 백신제조·연구 시설을 송도에 이전해 본격적인 '인천시대'를 개막했다.


첨단바이오센서 기술의 자가혈당측정기, 혈액분석기 등을 개발하는 아이센스는 송도 바이오단지에 제2공장 설립·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센스는 지난 2007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토지매매계약을 맺었다. 미국, 홍콩 등 해외관련기업에서 547만 달러를 유치해 의료용 계측기 제조·연구 시설을 건립하는 내용이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아이센스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혈당측정기로 미국, 일본, 유럽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다.

케이디코퍼레이션은 송도 바이오단지에 의약품 분리기기 제조·R&D 시설을 운영할 계획이다. 1996년에 설립돼 실리카겔, 크로마토그래피용 실리카겔 제조업을 운영하는 이 기업은 2008년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등록됐다. 케이디코퍼레이션 송도 사업에는 일본에서 600만달러를 직접투자했다. 케이디코퍼레이션이 송도국제도시에서 의약품분리기기 생산을 본격화하면, 현재 국내 기업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인천경제청은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CJ제일제당통합연구소, 이원생명과학연구원, 한일과학산업(주) 등이 송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 송도 바이오단지 구상 가속화

인천시는 지난 달 '바이오산업 육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구상 단계에 있던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 계획을 구체화하는 전략이 담겨 있다.

송도국제도시에는 대규모 바이오단지 조성이 예정돼 있다. 송도테크노파크는 송도사이언스빌리지 2차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2차단지는 R&D구역, 비즈니스구역, 복합시설구역으로 구분돼 국내외 우수한 연구인력이 24시간 연구활동이 가능하도록 연구와 주거, 상업 시설이 혼합된 복합단지로 개발된다. 송도사이언스빌리지 2차단지는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 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일시 중단된 상황이지만, 인천시와 송도테크노파크는 민간투자를 이끌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송도사이언스빌리지 2차단지에서는 현재 BT센터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 기술 관련 제조업, 서비스업, 유통업 등이 이 건물에 입주하게 된다.

사이언스빌리지 외에도 5공구에는 바이오 리서치 콤플렉스(BRC)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가천길재단, IBM, 인천도시개발공사는 2013년까지 8천억원을 투자해 연구동과 지식산업센터, 연구지원시설을 조성한다.

이밖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 4·5공구에 바이오 메디파크 조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셀트리온 등 앵커기업의 입주가 예정돼 있거나 공장이 운영되고 있고 이 곳의 문을 두드리는 국내외 기업이 많다.


시는 바이오 신산업 육성을 위해 바이오의약, 바이오화학, 바이오식품, 바이오융합, 바이오의료기기, 바이오에너지 산업 분야에 오는 2019년까지 72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바이오기업 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해 (가칭)인천바이오산업진흥본부가 설립된다. 바이오산업진흥본부는 소재개발실, 산업지원실, 제품인증센터로 구성된다. 또 송도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을 지원하고 해외 네트워크 강화를 지원하는 행정 체계가 구축된다.

현재 송도 미추홀타워 별관에는 (사)아시아생물공학연합체(AFOB)가 입주해 있다. AFOB는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하고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아시아지역 바이오산업 네트워크 구성에 힘을 기울이는 기관이다.

송도테크노파크 생물공학실의 노범섭 실장은 "현재 인천경제청이 추진하는 외자기업, 외국병원 유치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바이오메디파크 조성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송도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바이오 산업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등과 같은 앵커기업이 존재해 바이오산업 전후방 연관산업의 동반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