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역차별 왜 생기나
공간이 균질적이지 않은 이상 어느 사회에서나 불균형 발전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시와 농촌지역간, 대도시와 중소도시간,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경부축과 비경부축간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 수백년간 권력의 중심지였던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은 면적만으로는 전국의 11.8%에 불과하지만 인구로는 48%, 국내총생산(GDP)의 50%(2008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 이처럼 수도권의 인구와 경제 집중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동안 국토균형발전의 패러다임이 집중화 방지에 맞춰진 이유다. 이런 정부의 정책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경쟁적 상대로 설정하는 원인이 됐다. 한쪽의 이익이 다른 쪽의 손해로 연결되는 '제로섬 게임' 양상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수도권 규제가 돼야지 비로소 비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특히 역대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통하여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와 장기발전방안에 대한 합의의 실패가 되풀이 됐고, 수도권 현안문제는 뚜렷한 원칙과 기준에 의해 해결되기 보다는 다분히 '反수도권'이라는 정치적인 성격을 띤 채 부분적인 해결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 '평등의 원칙' 흔드는 고무줄 잣대 '수도권 역차별'
현재 수도권 역차별은 기업규제, 생활규제 등 전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우선 기업지방이전 정책은 수도권 규제를 강제하고 수도권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수도권 주민에 대한 역차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 주민들 입장에서는 국가 재정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일자리까지 줄어들면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지방이전책은 실효성도 떨어진다. 도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09년 9월까지 경기도에서 다른 시·도로 이전한 기업은 모두 173개이고, 경기도로 전입한 기업이 328개로 전입기업이 전출기업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한강 줄기지만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평군 단월면 지역은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돼 있어 어떤 개발 행위도 할 수 없다. 반면, 강 건너 강원도 홍천지역은 1천123만9천669㎡ 규모의 대명콘도가 입지해 있는 등 지역개발에 있어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양평군 양동면과 여주군 강천면 유역의 계정천 역시 같은 상황이다. 인접한 강원도 지역엔 1천123만9천669㎡의 대형 오크밸리가 들어서 있지만 이 지역은 최대 5만9천504㎡만 개발 가능, 제한을 받고 있어 그 어떤 시설도 찾아 볼 수 없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개발면적이 180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수도권은 기회마저 박탈하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와 관련해 당초 입지선정계획과는 다르게 평가대상으로 비수도권 165만㎡ 이상의 개발가능 부지를 확보한 시·군으로 , 수도권을 아예 제외했다.
헌법에 보장된 '평등의 원칙'도 흔들리고 있다. 국회의원 지역선거구간 인구 불평등 때문이다. 수원시 권선구의 인구는 2011년 6월말 현재 30만7천374명이다. 국회의원 정수는 1명이다. 반면 부산시 남구의 인구는 권선구보다 적은 29만7천335명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정수는 2명이다.
■ 해결방안 없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이 생기는 원인은 서로 같은 기능을 갖겠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 또는 역차별을 둘러싸고 계속되고 있는 소모적 갈등과 대립은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살 수 있는 상생의 해법을 찾는데도 힘써야 한다.
우리나라의 장기적 발전 전망을 볼 때, 가장 입지 환경이 좋은 수도권은 제조업보다는 생산자 서비스 산업 쪽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국제금융과 업무활동 지원서비스를 비롯한 국제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수도권은 수도권만이 지닌 장점을 살려 세계적 비교우위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하여갈때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맞춰 비수도권 지역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특화산업을 세계적 경쟁력을 지닐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서 수도권에 입지해 있는 기업조차도 특화산업에서는 해당 지역으로 가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수도권 집중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수도권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과 동시에 수도권의 기능과 재원을 이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5월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획기적인 제도가 탄생했다. 서울·경기·인천 3개 지자체에서 연 3천억원을 출연한 지역상생발전기금이 그것이다. 지방소비세의 일부를 재원으로 삼아 지역발전을 위해 사용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율로 운용되기 때문에 지역 사정에 특화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지난해에는 일자리 창출에 기금을 투입해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수도권을 억압해 지방으로 억지로 내려 보내려 하지 말고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발전시키고 지방은 지방대로 발전시키는 상생정책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결국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우리나라 국가 경제 속에서 유기적인 분업 관계와 차별적인 특화 관계가 형성될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이 해소되고 상생의 여건이 마련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