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지자체들이 부푼 꿈을 안고 추진했던 대학 캠퍼스 유치 사업들이 걸림돌을 만나 삐걱거리고 있다. 지자체와 대학간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며 떠들썩하게 홍보했던 사업들이 뒤늦게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하남시와 중앙대학교가 하남 캠프 콜번 일대에 추진하던 중앙대 캠퍼스 이전 사업은 대학측이 캠퍼스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땅을 주택용지로 개발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시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최근 큰 관심을 모았던 이화여대 파주캠퍼스 유치도 대학측이 포기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서로간에 법적 문제까지 비화될 상황이다.
물론 일부 지역의 캠퍼스 유치는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지역과 대학들 또한 똑같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내 대학 캠퍼스 유치 현황과 문제점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 지역 발전과 대학 경쟁력 강화 위한 선택
경기도에 대학 캠퍼스 유치 사업들은 공여지특별법 시행으로 미군기지 반환에 따라 대규모의 땅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이유가 됐다. 경기북부지역을 중심으로 각 지자체들은 미군기지 반환 부지에 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봇물처럼 캠퍼스 유치를 추진했다.
지난 2006년 10월 이화여대 파주캠퍼스 유치 사업을 시작으로, 2007년 11월 중앙대 하남캠퍼스 유치사업 등 최근까지 11개 대학이 각 지자체와 캠퍼스 유치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특히 경기북부 지자체들은 주민들의 고등교육 욕구 충족과 지난 60여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접경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 및 지역발전을 위해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을 중심으로 대학 유치에 온 힘을 쏟아부어 왔다. 지금까지 MOU를 체결한 대학 외에 현재 서울대와 서강대도 경기도내 캠퍼스 설립 추진을 하고 있고, 또다른 여러 대학들도 경기북부지역으로의 대학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시화된 성과를 낸 대학 유치 사례도 있다. 올해 처음으로 동국대가 일산에 바이오메디융합캠퍼스 건립 공사를 완료하고 지난 3월2일 1단계 개교했다. 이 학교는 내년에 의생명과학캠퍼스 등 2단계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 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 의한 최초의 지방대학인 예원예술대학교 양주캠퍼스 역시 올해말 공사를 완료한후 내년 3월 개교한다는 계획하에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학들은 지역에 캠퍼스를 조성하면서 지역민들을 위한 혜택도 내놓았다. 동국대 약대의 경우 정원의 20%, 을지대 및 침례대 등의 경우 입학정원의 10% 이상을 지역 고교 출신자 특례입학으로 우선 선발할 계획이다. 대학들은 또 유치지역 고교 출신자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 지역주민을 위한 교양강좌 등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 취업 증대를 위한 재취업 교육 등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들이 경기도내 캠퍼스 조성을 위해 지자체와 적극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지역에 혜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포화상태에 달한 서울 캠퍼스를 벗어나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지역에 새 캠퍼스를 조성함으로써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미군공여지 등의 비교적 싼 땅을 제공받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인 이익도 대학들을 캠퍼스 조성에 나서게 하는 이유라는 분석이다.
■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대학유치 '빨간불'
이처럼 지자체와 대학이 상호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도내 대학 캠퍼스 유치 사업은 최근들어 여러가지 갈등과 내부 반발 등이 빚어지며 설립 포기와 보류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19일에는 이화여대가 파주캠퍼스 조성사업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해 논란이 빚어졌다.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반환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드 부지 등 28만9천㎡ 규모로 추진되던 이화여대 파주캠퍼스 조성은 사실상 MOU를 체결한지 5년만에 백지화 위기를 맞았다.
이화여대는 사업 포기 이유에 대해 "캠프 에드워드 감정가액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토지 소유자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의지만을 근거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반값 등록금 논란 등 대학 재정 운영 문제 등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파주시와 경기도는 이화여대의 이같은 이유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하면서 책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지난해 8월 총장이 바뀌면서 대학 내부 사정으로 사업이 백지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주시측은 "이화여대가 사업 포기에 대한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며 "이화여대측에서 전 집행부와 현 집행부의 성향 차이, 내부 알력 관계 등이 불거진 것이 사업 포기 결정의 주요 이유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현재 경기도와 파주시는 이화여대 캠퍼스 유치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했는데도 부정적인 결과나 나오자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으며, 캠퍼스 유치에 따른 재산가치 상승을 기대했던 시민들도 심각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중앙대의 하남시 캠퍼스 유치도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중앙대는 학생 1만명과 교수 500명 규모로 IT, 바이오기술(BT) 연구 중심의 캠퍼스를 2018년까지 설립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중앙대가 학생수를 5천명 정도로 축소하고 캠퍼스 용지를 줄이는 대신 남는 땅을 주택용지 등으로 개발해 그 이익금을 캠퍼스 건립에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계획서를 하남시에 제출하자, 지난달 8일 하남시가 이를 거부해 사업이 표류 위기를 맞았다.
■ 준비없이 급조됐다는 지적
대학들 대부분은 값싼 부지를 가장 큰 이점으로 캠퍼스 유치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학들의 지방캠퍼스 설립 계획이 치밀한 준비없이 급조되면서 문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학의 지방 캠퍼스 건립 계획이 수도권 미군기지 반환 부지 활용 논의가 불거지면서 준비없이 발표됐고, 대학의 장기 발전 계획에 따른 추진이라기보다는 반환 부지를 싼값에 인수하기 위해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대학들의 등록금 의존도가 높아 새로운 시설에 대한 투자가 쉽지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유치경쟁에 뛰어든 것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유치 실패에 따른 부작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성급한 사업 추진으로 주변의 땅값만 높여 투기를 부추긴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전 준비가 진행되면서 해당 지역 인근의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고, 토지를 매입하려는 외지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캠퍼스 조성사업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보상이나 토지 매각을 예상하고 미리 대출 등을 받아놓았던 주민들은 기약없이 엄청난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불행을 맞게 되었다.
/조영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