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택 정책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보금자리주택이란 공공이 짓는 중소형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포괄하는 새로운 개념의 주택으로 공공이 재정 또는 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 매입해 분양 또는 임대를 목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이다. 지난 2009년 하남 미사, 고양 원흥, 서울 강남, 서울 서초를 시작으로 보금자리 주택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른바 시범지구로 명명된 이들 지구는 사전예약 당시 인근 시세의 절반으로 서울에 입성하는 마지막 기회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로또'로까지 불렸다. 이후 정부는 지난 2011년 5월까지 과천지식정보타운과 서울 강동(고덕, 강일 3·4)등 총 5차례에 걸쳐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지정했다. ┃표 참조

이 외에도 위례신도시 및 수원호매실지구 등 기존 택지개발사업지구 가운데 일부 사업지구를 보금자리사업지구로 전환했다.


정부는 2018년까지 총 150만호를 공급하는 중장기 계획을 기반으로 같은 기간 수도권에 100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10년간 임대후 분양으로 전환되는 공공임대 20만호, 20년 장기 전세인 장기전세 10만호, 소득에 따른 차등 임대료 및 최저 소득층을 위한 국민임대(40만호)와 영구임대(10만호) 등으로 국민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보금자리 사업은 정부의 당초 계획과 달리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시세의 80% 수준이라는 저렴한 공급 가격 그리고 수요자가 입주 시기, 추정 분양가, 입지 등을 비교해 복수의 단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청약시기보다 1년여전에 미리 예약하는 방식인 '사전예약제'를 도입·운영중이다.

이에 따라 사전예약 당첨자들은 본 청약 시기에 맞춰 계약만 하면 되지만 보금자리사업지구 중 착공을 시작한 단지가 단 한 곳도 없고, 일부 지역은 사업지구내 원주민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사업 추진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 사전예약 당첨자들의 불안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보금자리주택이 기존 주택지구 또는 독립개별지구로 자립성을 갖기 어렵다는 점이다. 3차 지구인 광명·시흥지구의 경우 1천736만7천㎡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로 총 9만5천여세대가 지어지고 이 가운데 6만6천여세대가 보금자리로 지정되지만, 대부분의 보금자리 주택은 1만세대 미만의 소규모 택지지구라는 점이다.


그나마 시범지구와 2차 지구에는 서울 강남지역에 사업지구가 지정돼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나머지 고양 원흥, 구리 갈매, 남양주 진건, 부천 옥길 등 대부분이 1천세대 미만의 사업지구다. 현재까지 보금자리사업지구로 지정된 21개 지구 가운데 1만세대 넘는 지구는 하남 미사, 서울 내곡, 시흥 은계, 광명·시흥, 하남 감북 5곳이 전부다.

나머지 사업지구는 최소 3천에서 9천세대로 조성되며 이 가운데 보금자리는 2천에서 6천세대에 불과하다.

더욱이 보금자리사업의 특성상 GB(그린벨트) 지구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도시로의 접근성도 떨어지고 보금자리 지구의 대부분이 1만 세대 미만의 소규모 단지이기 때문에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정부가 대규모 신도시 형태의 사업지구로 지정된 광명·시흥 보금자리 이후 30만㎡ 미만의소규모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소규모 지구에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으로 1천가구 안팎의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대규모 지구보다 상대적으로 분양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토지보상비가 적게 들고 학교·도로 등 기반시설 비용 감소 등 빠른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GB는 특성상 도시 인접지역이 아닌 외곽에 위치해 있어 도로 등 기반시설을 잘 설치한다고 해도 기존 도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또한 보금자리로 지정된 사업 지구 위치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서울 서남부와 동남부에 밀집돼 있어 얼핏보면 사업지구간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구별 단계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도시 활성화를 기대하기에는 최소 10여년의 시간이 소요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도시활성화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보금자리사업지구는 지구 자체가 갖고 있는 특성을 살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뿐 아니라 도심 공동화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마저 높아진다.

더욱이 지난 2009년 리먼사태를 시작으로 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한민국 최고 노른자위 땅으로 불린 판교신도시마저 입주 초기 입주 지연 등에 따른 여파로 밤이면 '불꺼진 도시'로 전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보금자리지구 역시 이같은 현상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함께 지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거스르는 전셋값 상승의 주원인으로 '보금자리'가 지목되면서 '보금자리지구'는 정부의 예상과 달리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로 2차 지구까지 서울 강남지구가 포함됐을 때는 사전 예약당시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시범지구인 하남 미사 1차 미달 등 대부분 지구가 사전예약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정부의 예상과 달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내집인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발표한지 3년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까지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일부 지역은 주민 마찰이 거세지면서 지구 지정 취소 문제까지 거론되는 등 '보금자리'가 아닌 '문제자리'인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최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