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말로 '자연을 벗으로 삼는 낭만'과는 거리가 있다. 새들이 재잘재잘 부르는 노래와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 자연 속에서 누리는 '특권'도 없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호젓함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송도미래길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도심의 풍광을 보며 인공미를 감상하고, 서해를 조망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인공호수를 가운데 둔 공원길을 걷고자 하는 도시인들에게 송도미래길은 적합한 코스다. 상전벽해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송도미래길은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 4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23일 오전 인천지하철 간석오거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30분가량을 가 센트럴파크역에서 내렸다.
4번 출구로 빠져나오면 조개 모양 같기도 하고, 미확인 비행접시 같기도 하고, 밥그릇모양과도 비슷한 트라이볼(Tri-Bowl)이 있다. 인천시가 2009년 세계도시축전을 기념해 세운 이 건물은 2010년 국토해양부로부터 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사진 동호회원들의 출사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바닥이 좁고 깊은 모양의 볼(Bowl·서양 식기) 3개는 각각 하늘, 바다, 땅을 상징한다. 인천공항과 인천항, 광역교통망을 잘 갖춘 인천의 지리적 이점과 비전이 이 건물에 담겨 있다. 현재 트라이볼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인 '헬로키티 플래닛'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트라이볼 앞 길 건너편에는 포스코 E&C타워가 있다.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자인 포스코건설이 건축해 1천500여명이 근무하는 사옥으로 쓰고 있다. 높이 185m, 지상 39층의 쌍둥이빌딩인 포스코 E&C타워의 1~2층은 공연장, 미술·사진 상설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지하로 내려가면 커피숍과 식당 등이 있어 포스코건설 직원이 아니어도 누구나 드나들며 이용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 사옥을 지나 인천대교 전망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센트럴파크역 2번 출구를 지나면 호수가 옆 인공정원을 만날 수 있다. '정형식정원'으로 이름지어진 이곳에는 청단풍, 은행나무, 해송, 자작나무, 주목, 칠엽수, 무궁화 등의 수목이 식재돼 있다. 인공호수에는 수상택시 안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유치원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정원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인천아트센터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을 전후한 시기에 정형식정원은 '예술인 거리'로 조성될 예정이다.
인천대교 전망대는 5개의 컨테이너로 구성돼 있다. 3개의 컨테이너는 각각 인천대교, 서해, 서쪽하늘을 조망할 수 있게 돼 있다. 도시내륙을 향하는 컨테이너 2개는 상설전시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인천대교 전망대를 디자인한 장길황 작가는 이 작품으로 세계 3대 디자인공모전 중 하나로 평가받는 '레드닷디자인어워드(Red Dod Design Award)'에서 건축조형물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인천대교를 나와 커낼워크까지 1.4㎞ 구간을 걸어가는 동안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외관의 고층건물을 볼 수 있었다. 정면에 있는 포스코건설의 더샵 센트럴파크Ⅱ는 일명 '춤추는 아파트'(Dancing Tower)로 유명하다.
바람을 맞아 흔들리는 대나무가지를 본따 외관을 만들었다. 멀리서 보니 지상 42~29층의 건물 3개동이 춤을 추는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더샵 센트럴파크Ⅰ도 커튼월 방식의 세련된 외관을 자랑한다.
커낼워크(Canal walk)는 유럽형 쇼핑스트리트형 상가를 표방해 2009년 완공됐다. 중앙수로를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콘셉트로 한 건물이 이어져 있다. 1블록(봄)은 만남의 광장, 2블록(여름)은 패션 아이템 공간, 3블록(가을)은 음식문화 공간, 4블록(겨울)은 가족·연인·친구들의 문화공간으로 특화돼 있다. CF와 드라마 촬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고, 경인방송iTVFM은 이곳에 공개 오픈 스튜디오를 열어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커낼워크에는 340개의 상가가 있지만 아직도 상당수가 비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들어 커피숍, 한의원, 유럽풍 레스토랑 등이 하나둘씩 입점했다. 내달 중에 개장을 준비하는 명품아웃렛, 고급 카페 등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커낼워크를 한바퀴 돌아나와 송도센트럴공원에 들어섰다. 뉴욕 맨해튼(Manhattan)에 있는 센트럴파크를 본따 조성한 공원이다.
산책공원과 테라스정원, 초지원 등 5개 테마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공원 한가운데는 바닷물을 끌어들여 만든 인공호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바닷물을 활용해 조성한 호수는 이곳이 처음이라고 한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남은 시간에 공원을 산책하는 인근 직장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주말이면 이곳에는 송도국제도시뿐 아니라 인천 타 지역 시민들과 송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몰려와 휴식을 즐긴다.

송도센트럴공원을 나와 송도컨벤시아를 거쳐 출발지인 센트럴파크역으로 돌아오면 약 6㎞의 송도미래길이 끝난다. 오전 10시30분에 출발해 약 2시간을 걸어 낮 12시20분에 도착했다. 송도미래길은 인천관광공사가 작년 10월에 개발해 관광코스로 홍보하고 있다. 처음에는 4시간 거리였지만 참가자들이 부담을 느껴 2시간 거리로 축소했다. 지난 달부터는 야간(오후 7~9시) 도보탐방코스를 운영하는 데 호응이 크다고 한다.
인터넷 카페(cafe.daum.net/songdo-miraegil)를 통해 신청을 받고, 참석자 10명당 길라잡이 1명을 배치해 안내한다. 인천관광공사 관광마케팅팀의 이새배나 대리는 "송도는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송도미래길에서 앞으로 더 멋진 송도의 건물들과 조경을 보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글┃김명래기자
/사진┃임순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