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캐나다에서 온 루게릭병 환자가 치료차 한국에 왔다가 제 사찰음식 수업을 청강하러 왔었다. 저를 아는 원자력병원 의사가 우엉, 연근에 대해 누구보다 제가 잘 안다고 배우라고 추천했다는 것이다. 우엉이나 연근은 항암작용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우엉은 장에 비피더스균을 도와줘 위와 장의 소화기능에도 도움을 주므로 환자들에게는 최고의 음식이다. 그런데 보통 우엉을 썰어 물이나 식초물에 데치는데 그러면 안 된다. 우엉을 너무 하얗게 쓰면 약효가 없다.
따라서 주의할 것은 우엉의 손질방법. 옛 스님들은 지푸라기에 우엉을 쑥쑥 훑어서 씻어 드셨다. 껍질 부분에 몸에 좋은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보통 새하얀 속살이 보일 정도인 필러를 쓰면 껍질을 너무 두껍게 벗기게 돼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손실된다. 그러므로 물로 씻은 후 칼등으로 살살 긁는 게 좋다.
우엉은 껍질을 깎으면 색이 까맣게 변하는데 이는 특유의 떫은맛 성분, 리그닌 때문이다. 리그닌은 중금속을 해독하고 암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우엉을 물에 담그거나 껍질을 두껍게 벗겨 먹는 것은 마치 약효는 다 빼고 껍데기만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한 우엉은 성질을 늘어뜨려 조급한 마음을 다스려 인내심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어린 아이나 수험생에게 많이 먹이는 것이 좋다. 정진(精進)을 하는 스님들이 우엉을 즐겨 먹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잡채 만들 때 우엉을 넣으면 보통 후루룩 넘기던 당면을 씹게 돼 소화가 더 잘 된다.
도움말/선재 스님(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
정리·사진/이준배기자
# 한의학에서 본 사찰음식의 효능
저혈압·냉증의 경우 과다섭취 피해야
▲녹두와 숙주=한약을 먹는 동안 녹두는 먹지 말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동의보감에는 '녹두는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독은 없다. 기를 보하고 열독을 없앤다. 또한 음식과 술의 독을 푼다'고 되어 있다. 즉 약을 잘못 먹었거나 독버섯 등 독이 있는 음식을 먹고 해독을 위해서 녹두를 먹었다. 그런데 녹두는 독한 음식뿐 아니라 몸에 좋은 약도 중화시켜 그 효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 녹두는 몸에 쌓인 노폐물을 직접 해독하며 열을 내리고 식욕을 돋운다.
또한 비타민, 단백질, 탄수화물 등이 풍부하고 요즘에는 피부염 치료에 효과가 있어 화장독이나 여드름 예방제로도 사용된다. 단 녹두는 몸을 차게 하므로 저혈압이나 냉증의 경우 과다 섭취하면 안 된다. 녹두를 물에 불려 싹을 나게 해서 기른 식물이 녹두채 즉, 흔히 알고 있는 숙주나물이다. 숙주는 원기를 돋워 마음을 안정시키고 눈을 맑게 하고 간기능을 회복시키는 효능이 탁월하다. 또한 녹두에 비해 비타민 A가 2배, 비타민 B가 30배, 비타민 C가 40배 이상 함유돼 있다. 이러한 숙주는 소고기와 궁합이 잘 맞아 소고기 요리에 많이 응용된다.
도움말/이종철 한의학박사(수원 성심한의원장)
이번 주에는 우엉잡채와 가지 양념구이, 풋콩조림을 만들어 보자.
■ 우엉잡채(당면, 우엉, 풋고추, 들기름, 간장, 조청, 다시마, 흑설탕, 식용유, 참기름, 흑임자, 후춧가루)
1. 당면을 찬물에 충분히 불려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2. 우엉은 칼등으로 껍질을 벗겨 곱게 채썰고 풋고추는 반으로 갈라 채썰어 살짝 볶는다.
3. 팬에 들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우엉을 넣어 우엉이 부드럽게 볶아지면 간장과 조청을 넣어 조린 후 꺼낸다.
4. 우엉을 볶은 팬에 물, 다시마, 간장을 넣어 끓으면 흑설탕, 당면 순으로 넣어 졸인다.
5. 다 졸여지면 우엉을 넣고 살짝 볶은 후 불을 끄고 참기름, 후추, 볶은 풋고추, 흑임자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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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양념구이(가지, 간장, 고춧가루, 통깨, 참기름, 생강즙, 식용유)
1. 가지를 씻어 반으로 가른 다음 김이 오른 찜통에 넣어 살짝 찐다.
2. 찐 가지가 식은 뒤 물기를 살짝 짜고 넓적하게 펴준다.
3. 간장에 고춧가루, 생강즙, 참기름, 통깨를 넣어 구이 양념장을 만든다.
4. 넓게 편 가지 안쪽에 양념장을 바른 후 잘 달군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양념이 묻지 않은 쪽부터 굽고 뒤집어 살짝 굽는다.
5. 팬에서 꺼낸 후 다시 한 번 양념장을 바르고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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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콩조림(풋콩, 간장, 조청, 설탕, 참기름)
1. 풋콩은 껍질을 벗겨 손질해서 냄비에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어 끓인다.
2. 끓으면 뚜껑을 열어 물을 조금만 남기고 따라 버린 후 간장과 조청을 넣어 졸여준다.
3. 다 졸여지면 설탕과 참기름을 넣어 살짝 졸여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