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의 대표시인 천상병의 '귀천'에서 우리의 삶으로 비유된 시어 '소풍'에 착안한 길, '소풍길'이 다음달말 조성사업 완료를 목표로 추진중이다.
어릴적 소풍가는 마음으로 의정부의 곳곳을 즐기고 느끼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소풍길. 아직 조성사업이 진행중이지만, 이 길은 기존에 시민들이 즐겨다니던 등산로나 샛길을 활용하기에 지금 탐방하더라도 큰 무리없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다만 아직 제대로 다듬어진 길이 아니다보니 쉼터와 편의시설, 안내시설이 다른 둘레길에 비해 부족하다 느껴질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을소풍을 편하게 지내자고 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높은 가을하늘과 구름, 바람, 나무와 꽃 등 자연을 벗삼아 계절을 느끼고 호흡하고자 가는 이유도 클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의정부의 소풍길은 그 의미에 딱 들어맞는 곳이다.
탐방에 있어 큰 불편이 없는 만큼, 조용하게 가을 정취를 즐기고 싶다면 이번 주말 소풍길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
# 장수의 상징 소나무와 약수가 함께 하는 '불노장생 길'
소풍길은 도봉산, 수락산, 천보산, 홍복산 등 주요 산을 연결한 6개 코스(대구간) 49.9㎞와 중랑천, 부용천 등 하천변을 잇는 3개 코스(소구간) 21.8㎞로 나누어 조성된다.
이중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으면서도 의정부의 곳곳을 살필 수 있는 대구간 3코스를 탐방했다.
장수의 상징 소나무와 약수가 함께한다는 의미로 '불노장생 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길은, 의정부 녹양역에서 시작해 중랑천지류~천보산입구~영화사~화릉군묘~금오초교~화창군이연묘~성모병원~토끼굴~금곡마을~현충탑으로 이어지는 10.5㎞ 구간으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전체적으로 소나무가 무성한 숲길을 걷는다고 보면 되며, 높지 않고 완만한 길 곳곳에 약수터가 자리해 여유롭게 탐방이 가능하다.

일행과 함께 천보산 입구에서 탐방을 시작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녹양역에서 천보산 입구까지 중랑천 지류를 통해 15~20분 가량 걸으면 이곳에 당도한다.
천보산 입구에 들어서자 두 갈림길을 놓고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은 불암사와 군 레이더기지로 통하는 길이고, 오른쪽은 천보산과 소림사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다. 3코스는 천보산 방향에 들어서며 시작한다.
참고로 천보산은 의정부와 양주 및 포천의 접경구역까지 잇는 장방형인 11㎞의 산으로 높이는 336.8m 정도다. 양주시와 포천시의 경계가 되는 산줄기 중앙에 솟아 있는데 능선은 바위봉우리로 돼 있고 소나무 군락이 많아서 사계절 푸르름을 간직한다. 천보산에는 문화재가 많이 산재해 있는데 이 코스에서는 의정부의 향토유적들을 만날 수 있다.
행여 산 정상까지 언제 오르나 하고 부담을 가지는 탐방객이 있다면 걱정마시라. 이 코스는 정상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완만한 능선 정도를 걷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 들어서자 바로 오른편에 거대한 공터가 눈에 띈다. 이전한 미군부대의 토지정화작업이 진행중인 곳이다. 지금은 거의 작업이 완료된 듯 보여 이곳이 미군부대였음은 설명을 듣지 않고는 모를 듯하다.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오솔길을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다소 버겁다는 생각이 들면서 경사 구간이 나온다.
말이 경사 구간이지 큰 무리는 없으나 흙이 미끄러워 힘겹게 느껴진다. 얼마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몇번이나 미끄러졌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탐방객들을 위한 자연의 배려라고 해야하나 뿌리를 드러낸 나무들이 발디딤돌 역할을 해 그나마 수월하다.

주변을 보니 계곡도 많이 눈에 띄지만 물이 메말라 있어 계곡의 시원한 정취를 느끼기엔 한계가 있다. 대신 소나무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청량감을 더한다.
2㎞정도 걸으니 가볍게 이마에 땀이 흐르고, 마침 주변을 보니 약수터가 눈에 들어온다. 목을 축이고 옆 공터에 간이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어 눈길을 끈다. 지름이 1.5m는 족히 돼 보이는 훌라후프가 놓여있다. 운동삼아 돌려보려했으나 역부족이다.
길을 다시 나서려니 중간에 보여야할 흰색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참고로 소풍길은 현재 조성작업이 한창인 관계로 길 중간중간 나뭇가지에 묶어놓은 흰색리본이 표식이다. 이를 따라 길을 걸어야 하는데 보이질 않는 것이다. 일부 등산객들이 흰색 리본을 풀어 생긴 일이라고 한다.
여러 갈림길을 돌다 다행히 원길을 찾고 길을 계속해 나간다. 실제 이곳의 옛지명은 갈라짐이 많다하여 '갈립산'이라 불렸다는 얘기도 있다고 한다. 갈림길이 무수히 많다보니 흰색리본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혹 이곳을 지나는 탐방객이라면 다음 탐방객들을 위해 리본을 조성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풀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다.
다시 완만한 능선 길이 이어지고 산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박한 느낌의 사찰 영화사를 거쳐 길을 걷는다.
이번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의정부 향토유적이 차례로 나타난다.
첫번째 만나는 유적은 의정부시 향토유적 제6호로 지정됐다는 화릉군의 묘. 화릉군은 인성군 공의 제3자인 해원군의 여섯째 아들로 현종 원년(1660년)에 출생해 영조 9년(1733년) 74세의 일기로 하세했다고 한다. 분묘는 화릉군과 부인 안동 김씨의 묘가 나란히 있으며, 묘 둘레는 낮은 호석을 둘렀고 쌍분 앞 중앙에는 묘비와 상석 향로대를 배치했다. 탄흔이 역력한 비신 뒷면에 음각된 '황명숭정기원후 재갑인오월일'의 기록으로 보아 묘비는 화릉군이 하세한 다음해인 영조 10년(1734년)에 세웠음을 알 수 있다. 또다른 유적은 의정부시 향토유적 제10호인 화창군 이연묘. 화창군은 인성군의 제3자 해원군의 아들이니 선조의 증손이 된다. 인조 18년(1640)에 출생해 47세에 일기를 마쳤다. 현재 분묘가 많이 훼손되어 있고 특히 묘역을 보호하는 담장은 완전히 파손됐다. 뒷면에는 '숭정기원후재무오십월일립'이라 했으니 1738년이 된다. 화창군이 하세하고 난 50여년 후 건립한 것으로 추측된다.

유적지까지 돌아보면 거의 코스의 막바지다. 아직 조성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터라 이후에는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없고, 성모병원을 거쳐 토끼굴과 금곡마을, 현충탑에 도착하는 것으로 코스가 끝이 난다.
길 중간중간에 작은 갈림길이 많아 탐방시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 구간은 교행이 힘든데다 밑으로 경사진 곳도 나타나 추락 위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아울러 다소 길이 미끄러운만큼 가급적 등산화를 신고 무릎이 약하거나 노약자라면 폴대를 지참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여기에 더해 중간중간 자리한 약수터를 이용함에 있어 일부 사용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약수가 있는 만큼 주의를 살피고 물을 마실 것을 권한다.
글┃의정부/김환기·이윤희기자
사진┃김종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