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선선한 바람은 벌써 가을의 중턱에 왔음을 알린다. 올 여름은 유난히 비가 많았다.

맑고 높은 하늘 아래 두둥실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당장 어디로 떠나고 싶다. 가을만이라도 온전하게 느껴 보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 때문일까. 힘든 일상의 번민을 잠시 제쳐 두고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함께.

그렇게 깊어가는 가을속으로 빨려들어가려는 것은 바람도 가르고 자연의 내음도 느끼려는 설레는 마음의 발로일터.

수도권여행은 막상 떠나려면 앞이 막막하다. 어디로, 어떻게 무슨 콘셉트로 떠나야 할지. 천편일률적인 여행사 코스는 성미에도 맞지 않고. 수도권 여행은 대개 일정이 길지않고 당일이거나 1박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체로 가을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는 강과 바다. 올해의 경우 4대강 사업이 완료되면서 강 따라 가는 가을여행이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

한강 8경이 그곳. 강을 거슬러 가다보면 옛 중앙선 폐철도에 자전거길도 조성돼 있고, 남양주 양평 여주로 이어지는 강변에는 다양한 볼거리도 즐비하다. 우리네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한강의 다양한 풍경들이 가을 자락을 수채화로 물들이고 있다.

 
 

■ 양평 두물머리는 일몰이 아름다운 한강의 1경

서울 올림픽도로나 강변북로 동쪽 끝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예술과 낭만이 가득한 새로운 세계가 나온다.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을 배경으로 주변에는 사진 찍기 좋은 두물머리를 비롯하여 각종 갤러리와 종합촬영소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핑크빛 연인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정약용 선생은 생전 자신의 고향인 남양주를 가리켜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천혜의 경치라고 자랑하곤 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서로 만나 하나의 물이 되는 이곳 두물머리는 4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유명하다. 강물과 어우러지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한껏 멋을 내고 있노라면 가을에 잘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해넘이 풍경이 좋기로 유명한 이곳은 음악당, 수질관리체험관, 자전거도로, 인라인트랙과 초지군락, 둔치 숲이 들어선 한강의 대표적 조망공간이다.

■ 은물결 넘실대는 양평 억새림은 한강 2경

바람에 날리는 강변의 억새림과 자연학습원으로 한강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문화·체육행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과 제방 및 둔치 숲이 조성돼 있다. 가을 풍경의 한 자락을 완성하는 이곳에서 저녁 노을을 바라보고 서 있노라면 어느새 한 폭의 풍경화의 주인공이 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와 MT장소로 유명한 것이 이 때문이리라.

■ 여주군 '이포보'는 8경 중 3경

중부지방의 대동맥과 남한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여주로 들어가면 전통의 고장다운 문화와 역사를 만날 수 있다. 경기도 끝자락으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남한강 풍경과 푸른 나무들이 있는 식물원 등 볼거리가 많다. 4대강 사업의 하나인 이포보와 인근에 조성한 초지경관은 가족과 함께 찾기에 좋은 피크닉 장소로 일품이다.

■ 여주보와 물억새군락이 펼치는 4경

생명이 살아 숨쉬는 자연을 만끽 할 수 있는 곳이다. 여주군 능서면 왕대리 100의1 일대 물억새 군락지에서 물 오른 억새풀을 보고 거닐며 추억을 만든다면 올 가을 여행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억새 군락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세종대왕 발명품을 형상화한 여주보 주변의 갈대언덕과 야생초화원, 사계절테라스가든, 세종광장, 피크닉장, 잔디광장 등을 조성해 놓고 있다.

■ 강천보와 황포돛배의 명소는 5경

남한강을 따라 옛 황포돛배도 타보고 천년사찰 신륵사 앞에서 노을과 어우러지는 강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또한 저렴하게 명품을 살 수 있는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이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쇼핑 천국이기도 하다. 금빛 모래 너머 황포돛배와 백로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수변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 자연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단양쑥부쟁이 자생지는 6경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 강천섬에는 4대강 사업으로 환경이 살아나면서 단양쑥부쟁이를 다시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6경에 선정된 이곳은 생명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단양쑥부쟁이 자생지로서 대체 서식처와 초화원,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최소한의 시설을 조성하고, 섬 주변으로 둔치, 제방숲, 생태수로, 산책로, 자전거도로를 조성했다. 고려조와 조선을 거쳐 살아 숨쉬는 한 민족의 예술혼이 깃든 도자기의 멋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곳이다. 인근의 세계생활도자관과 목아박물관, 명성황후생가도 꼭 둘러볼 명소다.

■ 희귀 수생동식물의 서식지 충주 능암리섬은 7경

상류로 좀 더 올라가면 철새 도래지이자 물억새 군락지로도 유명한 충주시 능암리섬을 만날 수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각종 희귀 수생동식물의 서식지로 유명한 능암리섬은 샛강 복원과 갈대 군락, 능수버들 수변림, 철새 도래지 조성을 통해 생태거점 기능이 강화돼 7경의 기품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아 생태계 복원과 생태체험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 마지막 8경 탄금

마지막 8경은 신라 3대 악성(樂聖) 우륵(于勒)이 가야금을 연주했다는 충주 탄금대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경관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