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가을이 성큼 다가 왔음을 알려 준다. 하지만 도심의 하루하루는 가을이 왔음을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많다. 가을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기 위해 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북한강변 남이섬으로 발길을 옮겨 봤다. 남이섬은 조선 중기 명장 남이 장군의 묘소가 있는 것에서 연유해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원래는 홍수 때에만 섬으로 고립되던 곳이지만 청평댐의 건설로 완전한 섬이 됐다. 이런 연유로 가평에서 유람선을 타고 10여 분간 강을 건너야 남이섬에 들어갈 수 있다. 한류 열풍을 이끈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 장소로 알려지며 연인들의 낭만적인 데이트코스에서 한류 관광의 중심지로 성장한 남이섬. 또 유원지의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나 호젓한 일상을 보내기 위해 북한강변으로 산책을 나섰다.
■ 아름다운 상상과 동화가 있는 '나미나라공화국'
연인들의 낭만적인 데이트 코스 또는 국내 대표적인 한류 관광지 남이섬.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유람선이 운항하는 가평 나루터에는 '나미나라공화국 입국장'이라는 재미 있는 문구가 있었다. 입국장이라고 쓰여진 곳에서 배를 타고 10여분쯤 강변을 가로질러 갔을 때 남이섬이 나타났다.
요즘은 스산한 겨울에도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더니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다.
남이섬은 지난 2005년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남이섬세계책나라축제'가 열린 이후 지난 2008년까지 4년 동안 책나라 축제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운전을 할 줄 모르는 뚜벅이 인생인 필자가 여러 여행지 중 불편을 무릅쓰고 굳이 버스를 타고 2시간이 넘는 길을 달려간 이유는 책을 읽어 볼까 해서다.
별로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단지 바쁘다는 이유로 손에서 책을 놓고 있는 거 같아 가을을 맞아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이나 읽어 보자는 단순한 이유였다.
낙엽이 떨어지는 호젓한 나무의자에 앉아 책을 들고 있으면 꽤나 운치 있어 보일 것 같았다.
■ 자연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남이섬
"책을 먹고 마시고 베고 깔고 날리며 책속에서 뒹굴어라…."
남이섬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한 전시관에서 발견한 문구다.
남이섬은 아름다운 자연으로 인해 어린이의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해 주는 곳이었다. 굳이 겨울연가를 촬영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과 찻집을 찾지 않더라도 섬 곳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옆구리에 끼고 온 책을 자연스럽게 펴서 읽게 만드는 곳이었다.
또 하나 귓가에 꼽고 있던 MP3에서 나오는 전자음을 끄고 나무를 간질이거나 잔잔한 강변에 여울지게 하는 바람의 장난기 넘치는 소리를 감상하게 하는 곳이었다.
활자에 지친 눈을 숲속에 난 오솔길로 옮겼을 때 중년 부부들이 대화를 나누며 산책하는 모습과 젊은 연인들이 자전거를 타며 깔깔대고 지나는 모습을 보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풍경도 아름답다. 누렇게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과 가을을 상징하는 갈대가 파란 하늘 아래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나무로 아무렇게나 만든 거 같은 헛다리, 은행나무와 잣나무길 등 거닐며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마음껏 거닐며 자연을 만끽하고 난 후 길가의 나무 의자와 작은 정자, 잔디밭에서 갖는 휴식은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남이섬의 매력은 이런 여유로운 휴식에 더해 각종 전시실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아늑한 찻집과 편의시설들은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 강변에서 하루를 돌아보는 여유
2시간 남짓한 시간을 들여 찾은 가평에서 만끽한 여유로운 하루를 두고 번잡한 도시로 가려니 아쉬웠다. 강변에서 노을진 풍경을 보고 싶은 충동도 일었고, 가로등이 켜진 강가에서 땅거미가 진 강변 풍경도 감상하고 싶었다. 이른 아침 강물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물안개도 보고 싶었다.
가을 강변에 대한 환상에 빠진 필자는 남이섬에서 멀지 않은 펜션 중 강가에 위치한 호젓한 곳을 찾았다. 펜션들 대부분이 조경이 예쁘게 꾸며져 있지만 인공적인 조경보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에 강가에 놓여 있는 길을 따라 2시간 정도 거닐어 찾은 곳이 남이섬 강변펜션이다. 좀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펜션 앞 작은 선착장에서는 수상스키나 바나나 보트를 타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고, 넓은 주차장 곁에는 바비큐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준비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것은 강변 산책을 할 수 있는 점과 주인 대신 인사를 하려는 듯 함께 여행객을 맞아 주는 6마리의 고양이 가족이 좋았다. 펜션에 짐을 풀고 강가로 다시 나왔을 때는 달빛이 강물을 비추며 멀리서 찾은 여행객들의 산책을 돕고 있었다.
여행객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를 뒤로하고 선착장에 앉아 강물 흐르는 소리와 달빛이 강물에 부서지는 모습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김종화기자
※취재지원 :남이섬 강변펜션(http://www.namisumpens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