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대전시티즌의 창단을 시작으로 시민구단이 등장한 지 14년이 흘렀다. 현재 국내 프로축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팀은 대전을 비롯해 대구FC, 인천 유나이티드, 경남FC, 강원FC, 광주FC 등 15개 구단 중 6개가 시·도민 구단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 중 대전은 1997년 창단 당시 대기업 직영이 아닌 대전과 충청지역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창단했으며, 2005년 지역 기업들이 운영을 포기함에 따라 다음해 시민주주를 모집해 시민구단으로 전환했다. 이런 이유로 시·도민 구단의 최초 창단 사례는 2002 한·일 월드컵 직후 2003년 첫발을 내디딘 대구로 보고 있다.

세 번째로 창단한 구단은 바로 인천이다. 2004년 창단한 인천은 다음해인 2005년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31만6천여명의 관중을 동원해 돌풍을 일으켰고, 여기에 탄력을 받은 프로축구는 이후 경남(2006년), 강원(2008년), 광주(2010년)가 순차적으로 축구팀을 창단했다.

시·도민이 직접 주주로 참여한 구단들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보다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어 성적을 기대할 수 없지만, 그래도 시·도민 구단은 리그 중위권 이상에 이름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인천은 2005년과 2009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대전은 2003년과 2007년에, 경남은 2007년과 2010년에 각각 6강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시·도민 구단들의 병폐도 시작됐다. 바로 올해 축구계를 뒤집어 놓은 승부조작 사건으로 대부분 시·도민 구단에서 나타났다. 축구 전문가들은 승부조작 사건의 원인으로 시·도민 구단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시·도민 구단의 재정 문제는 선수단 숙소, 훈련 시설과 같은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에서 알 수 있다. 강원과 경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단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전용훈련장과 클럽하우스를 확보하지 못했다. 인천은 전임 시장 시절 수차례 클럽하우스와 전용 훈련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고, 대전도 후원을 포기한 계룡건설의 직업훈련소를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광주는 경기장 근처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고, 대구는 홈구장 근처 아파트를 빌려 4명이 함께 쓰고 있다. 게다가 이들 구단은 지자체가 보유한 운동장을 홈경기장으로 사용하지만 전용경기장이 아닌 탓에 각종 지역 행사가 있을 경우 사용할 수 없어 인근 축구장을 대여해 훈련한다.

선수들의 연봉도 프로축구 특성상 정확히 파악을 할 수 없지만 기업 구단과 시·도민 구단 연봉차가 크다는 견해다.

기업 구단의 경우 국가대표급은 보통 5억~7억원의 연봉을 받고 그 외 출전 수당과 승리수당, 득점 및 각종 공격 포인트 옵션을 걸어 경기당 수천만원씩 더 받는다. 주전급은 3억~5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시·도민 구단 중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인천은 리그 톱 공격수로 분류됐던 유병수(알힐랄 FC 이적)가 3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주전급 선수들은 7천만~2억원 수준이다. 비주전급과 2군 선수들은 프로축구연맹에서 정한 최저연봉인 1천200만원에서 5천만원 사이를 받는다.

지역 축구계 관계자는 "시·도민 구단의 활약으로 축구 붐이 일어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구조적인 모순과 열악한 재정 등으로 우승과 거리가 먼, 기량있는 선수들이 잠시 거쳐가는 구단으로 전락했다"며 "기업 구단 소속의 선수와의 급격한 연봉차이, 열악한 훈련 환경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승강제 도입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공동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종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