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에 차 있었다. 송도는 2016년이면 한국의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송도의 집약적(compact)인 개발 방식과 세계 어느 경쟁도시와 비교해도 우수한 입지를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겸손했다. 인터뷰 '그'의 취지를 설명하자 그는 '그 정도값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송도국제업무단지(송도IBD)를 개발하는 미국 게일인터내셔널사의 스탠 게일 회장을 지난달 26일 오전 그의 자택인 더샵퍼스트월드 펜트하우스에서 만났다. 국내 언론 중 스탠 게일 회장의 펜트하우스에서 인터뷰한 건 경인일보가 처음이다. 푸근한 웃음으로 취재진을 맞은 게일 회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 정부의 규제 등 송도 개발의 어려운 점을 말하면서도 철저한 계획과 송도의 뛰어난 입지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부동산 디벨로퍼로의 삶은 한 사람의 생각과 아이디어로 하나의 도시를 건설하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취재진에 다가왔다. 그와 송도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송도를 개발하겠다고 결정했던 게 2001년도였다. 올해로 꼭 10년째 된다. 지난 10년동안 송도가 바뀐 모습에 대한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송도로 초대받은 지 10년이 지났다. 어떤 식으로 보면 길고, 다르게 보면 짧은 시간이다. 송도 완공 시점은 2016년으로 보고 있다. 송도 개발은 3단계로 진행되어 왔다. 처음 5년은 계획을 세우는 단계였다. 송도의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것이다. 투자유치 등에 대해 계획을 세웠다. 두 번째 5년은 삶의 질 증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였다. 학교·센트럴파크·동북아트레이드타워·오피스·지하철 등이 이 시기에 구축됐다. 세 번째 5년은 실질적으로 송도를 완공하는 단계다. 이렇게 총 15년을 송도 개발에 필요한 단계로 보고 있다.
올해 2011년은 실질적인 송도 개발의 시작점이다. 최고의 사무실과 상가 등이 갖춰져가는 단계가 시작된 것이고, 앞으로 5년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를 이끌어 낼 것이다. 현재까지 송도는 40%정도 추진된 상황이다. 나는 송도가 세계적 수준의 높은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다들 첫 10년동안 개발이 빠르길 바라왔겠지만 우리는 높은 질을 유지해 왔다. 그러면서 35~40%정도의 개발을 해왔다. 나 역시도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왜 원치 않겠는가. 하지만 높은 품질을 유지한 세계 유명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속도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본다. 송도는 수십 년 동안 한국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도시로 태어날 것이다.
―송도를 이 정도 수준까지 만들기까지, 우리나라의 복잡한 행정 절차와 규제 등이 걸림돌이 됐을 것 같다.
나는 송도를 새로운 싱가포르·홍콩으로 만들고 싶다. 그런데 한국은 싱가포르나 홍콩이 가지고 있는 세금 인센티브조차 없어 해외기업 유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송도에 사는 사람에게 더 좋은 삶의 질, 더 좋은 정주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입주 기업에 혜택을 줘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다. 송도가 진정한 국제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여러 규제에서 벗어나 좀더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하지만 송도는 싱가포르나 홍콩이 가지지 못한 우수한 위치성을 갖고 있다. 송도에서 세계적 수준의 공항까지 18분이면 도착한다는 장점이 있다. 우수한 위치로 송도가 가지지 못한 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더 좋은 정주환경을 구축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좋은 위치를 활용할 것이다. 또한 포스코와 게일이 합작해 만든 NSIC(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는 인천과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천시와 50대50의 계약을 맺었다. 송도의 수익을 반씩 나눠간다는 것이다. 좋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본다. 인천시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노력한 결과 삼성·시스코 등 국내·외 유수 기업이 입주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들이 송도에 들어와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예전에는 미국에 있으면서 인천에 가끔씩 왔다. 요즘에는 거의 눌러앉아 계시는 것 같다(웃음). 생활 패턴은 어떻게 바뀌게 됐나.
지적하신 부분이 맞다(웃음). 처음에는 계획을 세우는 단계여서 뉴욕에서도 진행할 수 있어 인천에는 가끔씩만 왔다. 사실 송도를 설계하는 것은 밖에서 하는 것이 더 좋았다. 밖에서 할 경우 좀더 혁신적인 디자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랍엔지니어링과 같은 회사를 통해 뉴욕이나 보스턴 등에서 디자인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 5년은 한국에 디자인을 가져오는 단계였다. 이 단계에서는 해외에서 송도에 왔다갔다 했다. 이제 3번째 단계이기 때문에 송도에 있어야 한다. 이제는 송도를 직접 만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뉴욕이나 중국으로 출장이나 여행을 가지 않는 경우에는 송도에 머물고 있다. 나의 모든 것은 송도에 쏠려 있다. 이것은 단순히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송도를 즐기고 있다.
- 외국인으로 송도에 거주하고 있다. 송도의 콘셉트 가운데 하나는 '외국인이 살기좋은 환경 조성'이다. 실제로 송도에 살면서 외국인으로 불편한 점은 어떤 게 있나.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보나.
송도에는 실제로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예전에 송도를 처음 개발했을 때는 대부분 한국인들이었다. 한국인의 거주지 역할을 하다가 한국의 사업체가 송도로 들어왔다. 그러다가 여러 외국 회사들이 송도에 들어오고 있다. 나는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이 올 것이라고 본다. 한국화된 송도의 환경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송도에 '국제기업'(Global Corporation)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SK·LG는 왜 없냐는 것이다. 이제는 롯데와 삼성 바이오가 송도에 들어온다. 큰 기업들이 송도를 보고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다음 5년동안에도 송도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영어를 말하는 한국인이 많아질 것이며, 외국의 교포들도 송도를 찾고, 즐기게 될 것이다. 캘리포니아나 뉴욕의 생활 방식을 송도에서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이 고향인 교포들이 송도를 방문해 센트럴파크 등을 보면 송도가 매력적인 도시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생활하는데 병원이 필요한데, 국제병원을 놓고 찬반 논란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찬반 모두의 의견을 이해한다. 한국병원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병원을 반대하는 의견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나의 의견을 물어본다면 나는 국제병원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꼭 내가 개발하는 송도에 국제병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 영어가 통용되는 병원의 설립은 기본이라고 본다. 홍콩·싱가포르에는 영어가 통용되는 병원이 있다.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꼭 유치할 필요가 있다. 또 병원을 통해 중국 등에서 의료 관광객을 유치할 수도 있다. 그들은 병원에 왔다가 송도까지 보게 될 것이다. 나는 반드시 국제병원이 들어와야 한다고 본다.
―공항을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를 뜻하는 에어로트로폴리스(aerotropolis)의 7대 도시로 송도가 선정됐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에어로트로폴리스는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 송도는 다른 경쟁 도시와 비교해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나.
과거에는 항구를 중심으로 주요 도시가 형성됐다. 뉴욕·런던이 대표적인 예다. 그 이후로는 열차·철로를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했다. 그 이후에는 고속도로에 대한 접근성이 중요했다. 이제는 공항 접근성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본다. 해외 출장객들을 위한 공항의 역할이 커진 것이다. 공항을 따라 도시들이 발달하고 있다. 송도의 경우 상하이·도쿄 등 인구 100만 이상인 대도시와 1일생활권을 형성하는 최적의 지정학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 송도는 인천국제공항과 가깝다. 나의 경우에도 아침에 상하이에 있는 아들을 만나고 저녁에 송도로 돌아올 수 있다. 송도의 경우 인천대교 위치 등이 기본 계획(master plan)속에서 체계적으로 결정됐다. 공항이 있는 상태에서 도시가 개발된 다른 에어로트로폴리스와 달리, 교통 등 인프라가 전체 계획 아래 만들어졌다는 게 송도의 최고 장점이다. 송도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18분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기본계획 안에 에어로트로폴리스가 구축된 곳은 송도 한 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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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는 3단계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2008년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부산이나 대구 등에서 부동산 열기가 반짝하긴 했지만 서울·인천·송도에는 경기침체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3단계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관건이 아닌가. 어떻게 전망하는가.
금융 위기로 전세계 경제가 큰 영향을 받았다. 안정화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도 이런 부침이 있어 왔다. 내 할아버지는 대공황을 거쳤고,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나 역시 35년간 활동하는 중 4번의 부동산 요동을 겪었다. 매번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시장은 금방 회복했다. 시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시장도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새 집, 새 학교를 원하기 때문에 주택 수요는 늘 있다. 올해는 느리게 회복되더라도 2012년에는 주거·산업용 부동산의 회복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송도IBD는 인천의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장점이 있어 부동산 침체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IBD에는 이동시간(Commute)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IBD에 살면 앞문이 센트럴파크고 옆문이 직장일 것이다. 일하는 곳, 사는 곳, 노는 곳이 한 곳에 있는 것이다. 더이상 장거리 출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IBD에서 제공되는 거주지 물량 자체는 제한돼 있는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장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IBD 분양은 크게 성공할 것이다. 집약적(Compact)인 시설 아래 모든 것을 걸어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IBD에 있다. 특히 이제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기업유치 단계로 접어든 만큼 향후 점진적으로 결실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담=장철순 인천본사 경제부장
/정리=홍현기기자·사진=김범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