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소풍길의 대구간중 5코스인 '부용길'은 동네 뒷산을 오르는 듯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갔다 추억을 한아름 안고 오는 길이다. 부용산 능선을 따라 가다보면 어린 시절 뒷산에 널려있던 밤송이며, 정겨움을 더했던 이름 모를 들꽃에 눈이 가고, 산불감시초소와 유적지, 군대 등을 지나면서 절로 얘깃거리가 쌓여간다.
#새록새록 추억이 쌓이는 '부용길'
부용길은 의정부시 고산동에 위치한 부용산 입구에서 시작된다. 306보충대까지 총연장 11.4㎞ 거리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인근 시민들은 평소 산책로로 이 길을 많이 이용해 평일에도 이용객들이 많은 편이다.
코스는 부용산 입구에서 산불감시초소~부용산 능선~경전철 기지창 앞~306보충대로 이어진다.
부용산 입구는 내년 완공 예정인 의정부경전철 탑석역 인근에서 가깝다. 이곳에서 도보로 10분거리에 부용산 입구가 자리하고, 의정부 만가대에서 포천 방향 가는 대로 옆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입구가 나온다. 아직 정비가 되지않아 다소 초라하다 생각될 수도 있는데 길따라 텃밭 옆으로 조그맣게 난 샛길이 바로 부용산 입구로 이어지는 길이다.
샛길을 따라 들어서니 '발파주의'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인근에 도로공사가 한창이라 터널을 뚫는 공사관련 발파작업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길을 나서니 발밑에 날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입을 벌린 밤송이에 작지만 알이 꽉찬 밤들이 모습을 드러난다. 밤송이에 눈길이 사로잡혀 있다 고개를 들어보니 길가에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린다. 능선을 따라 코스모스가 자리해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부담 없이 길에 들어서는가 싶더니 다소 경사진 구간이 이어진다. 누가 설치했는지 모르지만 길을 따라 로프가 연결돼 있고, 힘이 들다 싶을 때 이것을 잡고 오르니 훨씬 수월하다.
평일에도 이용객이 많다더니 물병 하나씩을 챙겨든 탐방객들과 심심찮게 마주치게 된다.
참고로 이 길은 중간중간 휴게시설이 일정거리마다 있어 쉼터는 잘 돼 있지만 목을 축일 약수터가 없는 것이 흠이다. 간단한 산책이라도 작은 물병 하나 챙겨가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길은 거의 외길이기 때문에 다른 둘레길보다 수월하지만 다소 경사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경사가 높다 싶으면 그곳에는 계단식으로 발판이 마련돼 있고, 로프도 연결된 만큼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정상에 다다르자 전망대를 연상시키는 산불감시초소가 나타나고, 인근 공터에서는 탐방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부용산 정상 인근에는 경기도 기념물 제88호인 신숙주 선생묘(申叔舟先生墓)가 자리한다.
조선 초기의 대학자이며 문신이었던 보한재(保閑齋) 신숙주(1417∼1475) 선생은 여러 관직을 두루 거쳤으며, 세종 25년(1443)에는 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오기도 했다. 세조가 즉위한 뒤 예문관대제학, 우의정, 좌의정을 지냈으며 예종 1년(1471)에는 영의정에 올랐다. 훈민정음을 창제하는데 참여해 큰 공을 세웠으며, 왕명으로 명나라 황찬(黃瓚)의 도움을 얻기 위해 요동을 13차례나 왕래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뛰어난 학식과 글재주로 모두 6명의 임금을 섬기면서 국조오례의, 동국통감, 세조실록, 예종실록을 비롯한 많은 편찬사업에도 참여했다.
묘는 부인 윤씨 묘와 나란히 쌍분을 이루고 있으며, 봉분은 2기가 있다. 봉분 사이에는 1897년에 세운 묘비가 있고, 앞에는 상석과 향로석이 있다. 봉분 좌우에는 문인석 2쌍이 서 있다. 묘역 아래에는 이승소가 글을 지어 성종 8년(1477)에 세운 신도비(神道碑: 왕이나 고관 등의 평생 업적을 기리기 위해 무덤 근처 길가에 세우던 비)가 있다.
다시 부용산 능선을 따라 길을 나섰다. 길 중간중간 의정부시를 조망할 수 있는 조망권이 눈에 들어오고 먼곳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된다. 경전철기지창 앞을 지나 도심길 중간에 자리한 306보충대를 지난다.
306보충대는 지난 11일 가수 겸 연기자 비(본명 정지훈·29)가 현역으로 입대하면서 이곳에 입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참고로 비는 306보충대에서 사흘간 교육을 받은 뒤 별도로 지정받은 신병교육대에서 5주간의 신병훈련을 거쳐 21개월간 현역으로 복무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걸으면서도 자연스레 군대 얘기를 주고 받게 된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이야기중 하나가 군대이야기라는데 여기서는 왠지 군대얘기가 정겹게 들리며 탐방에 재미를 더하는 듯하다. 당초에는 이 길을 대한민국 남자들의 추억이 담긴 306보충대길로 명명할 계획도 있었다고 하니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부용길은 높진 않지만 일부 구간이 가파르게 느껴진다. 특히 일부 부용산 능선은 급사면으로 된 곳도 있어 걸으면서 안전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때 단순한 코스같지만 능선에서 의정부시내를 조망할 수 있고, 인근에 신숙주선생묘 등 유적지도 자리해 생각보다 둘러볼 곳이 많다.
아직 둘레길 조성이 완료되지 않은 만큼 다소 불편한 점도 있으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느끼는데는 오히려 그러한 점이 낭만을 더한다.
애국가 3절에 나오는 높고 구름없이 공활한 가을 하늘이 어디 먼곳에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부용길을 탐방하며 그러한 하늘과 만났다.
글┃의정부/김환기·이윤희기자
사진┃김종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