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여름내 두꺼운 초록옷을 입었던 산들이 알록달록한 '색동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할 때다. 나뭇잎 속의 엽록소와 당분 등이 화학작용으로 분해돼 색소를 만들기 때문에 나타난다는 단풍은, 과정이 어찌됐든 여행자들에게는 '신이 주는 선물'이나 다름없다. 커다란 산에 물감이 뿌려진 듯, 불이 붙은 듯 빨간색, 노란색 물이 들어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가을 산이 주는 시원한 바람과 짙은 산내음, 그리고 머리위로 흩날리는 색색의 단풍을 보러 미리 짐을 꾸려보자.
# 단풍 절정기
설악산에는 지난 4일 첫 단풍이 들었다. 작년보다 하루 빠르고 최근 20년 평균보다 6일 가량 늦은 단풍이다. 기상청은 올해 단풍이 대부분 지역에서 작년보다 1~5일 가량 늦을 것으로 내다봤다. 설악산과 오대산 등은 작년보다 1~2일 빠를 것으로 예보했고, 실제로 설악산 단풍은 작년보다 하루 빠르게 시작됐다. 가장 관심이 가는 '단풍 절정기'는 작년보다 1~5일 정도 빠를 전망이다. 단풍 절정기는 첫 단풍 이후 보통 2주 정도 뒤에 나타나는데, 중부지방과 지리산은 10월 중순 후반~하순께, 남부지방은 10월말~11월 상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설악산과 오대산이 10월 18일, 치악산이 10월 23일, 속리산은 10월 27일, 내장산은 11월 7일께 단풍이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그래픽 참조
|
# 경기도내 단풍 여행지
■ '경기의 소금강', 동두천 소요산 = 소요산은 수도권 단풍의 으뜸 비경으로 꼽힌다. '슬슬 거닐며 돌아다닌다'는 뜻을 가진 산 이름처럼 높이 587m의 나지막하고 평탄한 산이지만, 주차장부터 시작되는 약 1㎞의 산책로는 가히 절경이라고 할 만하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소나무 숲길과 단풍길을 오르다 보면 자연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색의 잔치에 감탄이 절로 난다. 또 소요산에는 원효대사가 앉아 고행수도하였다는 원효대와 자재암, 백운암 등의 사찰, 그리고 요석공주가 살았던 궁터 등 다양한 문화재가 곳곳에 숨어있어 산행에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 한폭의 동양화 같은 단풍, 의정부 도봉산 = 북한산과 함께 북한산 국립공원에 포함돼 있는 도봉산은 북한산 능선이 동북쪽으로 뻗어 우이령을 넘어가는 곳에 우뚝 솟아있다.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서 가을 단풍철이면 산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도봉산 단풍의 절정은 달맞이 명소 중 하나인 망월사의 단풍이 꼽힌다. 절집의 운치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는데, 사찰의 처마 선을 따라 수려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원도봉 계곡을 따라 오르면 망월사를 만날 수 있는데, 조금 한적한 코스여서 느긋하게 걸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또 망월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포대능선에 다다르게 되는데, 서울시와 의정부시의 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보며 걷는 포대능선 단풍길도 으뜸가는 단풍산행 코스로 꼽힌다.
■ 바위와 어우러진 단풍, 양평 용문산 = 양평 용문산 하면 천연기념물인 용문사의 은행나무를 떠올리지만, 용문산의 단풍 또한 가을의 볼거리 중 하나다. 용문산은 정상에서 뻗어 내린 암릉과 암릉 사이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계곡들과 단풍 숲이 가을이면 절경을 이룬다.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며 담홍빛으로 물든 가을 들녘과 유명산, 중원산, 도일봉 등의 높고 낮은 산자락이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용문산 남쪽 끝의 바위봉우리인 해발 900m의 백운봉은 평지인 주변의 형세에서 갑자기 찌른 듯이 솟아올라 있어 '한국의 마테호른'이라 불릴 만큼 절경이 돋보인다.
# 가까운 공원에서 즐기는 단풍
■ 미술품과 어우러진 단풍, 양주 장흥아트파크 = 장흥아트파크는 색색의 전시건물과 조각공원의 미술품들이 울긋불긋한 가을단풍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장흥아트파크는 미술관과 놀이를 함께 할 수 있는 온 가족 가을 여행지이자, 선선한 바람과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며 자연을 공부할 수 있는 예술과 감성체험이 공존하는, 말 그대로 문화체험공간이다.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도 마련돼 있고, 손수 만든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세심하게 배려되어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 동물원에도 찾아온 가을, 과천 서울대공원 = 청계산 자락에 자리한 서울랜드는 본격적인 단풍철에 접어들면 운치가 더해진다. 동물원 주변 숲에도 알록달록한 단풍이 물들고, 봄이면 벚꽃이 절경을 이루는 어린이 동물원과 미술관 가는 길 역시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특히 아름다운 단풍과 놀이, 축제가 어우려져 온 가족 하루나들이 코스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 호수위로 드리워진 단풍, 고양 일산호수공원 = 석양 무렵 호수에 깃든 가을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두워지는 것조차 잊는다. 음악이 흐르는 호숫가를 걸으면 노을에 빛나는 갈대숲이 찬란하고, 불어오는 바람 한줄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족과 연인이 함께 단풍이 물든 산책로를 걸을 수 있고, 2인승이나 4인승 자전거를 타고 단풍이 물든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며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따듯한 점퍼와 도시락, 음료, 돗자리 등을 준비하면 하루 동안의 낭만풍경여행으로 그만이다.
# 추천 단풍여행지
■ 내장산 오색단풍길 = 내장산의 단풍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고로 손꼽혀 왔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내장산은 가을이면 온 산야가 붉게 타오른다. 특히 국지도 49호선에 위치한 길이 9㎞가량의 '내장산 오색 단풍길'은 내장산 단풍길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내장저수지를 끼고 내장사에 이르는 이 아름다운 길은 미당 서정주 시인이 읊은 대로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계절에 절정을 이룬다.
■ 치악산 구룡사길 = 치악산 구룡지구 매표소를 지나 구룡사와 구룡소까지 이어지는 금강 소나무길은 산책 코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길 옆으로 이어진 계곡과 천연림 속으로 난 길을 산책하는 사이 머리위로 단풍나무와 느티나무 등에서 흩날려 떨어지는 색색의 나뭇잎이 운치를 더해준다. 길을 따라 심겨진 아름드리 금강 소나무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구룡사에서는 맞은 편 산등성이에 아름답게 물든 단풍도 구경할 수 있고, 구룡소를 덮고 있는 붉은 단풍을 계곡과 함께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 오대산과 방아다리약수 = 오대산의 단풍은 곱기로 유명하다. 중후한 산세가 품어 키운 울창한 숲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은은한 단풍 빛이 매력이다. 오대산은 월정사에서 관터골을 거쳐 상원사까지 가는 길이 최고로 꼽힌다. 상원사에서 중대사로 가는 길과 비로봉 정상 일대의 단풍도 장관이다. 오대산을 다녀가는 길에는 유명한 방아다리약수도 잊지 말고 찾아야 한다. 진부IC 인근에 자리한 방아다리약수는 약수터로 오르는 길의 울창한 전나무숲이 장관이고, 첩첩이 겹쳐진 골짜기에 자리한 약수터는 가을이면 그림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