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손가정에서 자라는 손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족 해체를 경험한데다, 유일한 가족인 조부모의 질환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해 정서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마땅히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조차 없어 정신적·경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멘토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보건복지부와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조손가정 초등학생 손자녀들의 대다수는 조부모와의 사이가 좋지만, 일찍이 부모의 가출 등 가족 해체를 경험하면서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정서적 스트레스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와 조부모의 건강 악화로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재단측은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아이들이 조부모와의 생활에서 가장 바라는 점을 '가족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로 꼽았다.
조손가정 중·고등학생 손자녀들은 좀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조부모와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데다, 10명 중 4명은 상급학교에 진학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하루빨리 가정 경제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조급한 생각이 원인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조손가정 자녀들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의지할만한 어른이 없다. 조부모는 손자녀들과 상당한 세대 차이가 나는데다 건강 악화로 정상적인 생활마저 불편한 경우가 많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때문에 부모의 역할을 해줄 교사나 상담자들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의 손길은 없는 상황이다. 초등학생 손자녀들은 '부모처럼 의지할만한 교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54%가 '아니다'라고 답했으며, 고민 의논 대상자가 전혀 없다는 중·고등학생 손자녀들도 16.7%에 달했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조손가정의 아이들은 의지할만한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면서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어 아이들이 삐뚤어지는 것을 볼때면 안타깝다"고 전했다.
/김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