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시민들의 '재정 자치권 찾기운동'이 펼쳐진다. 전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이 운동의 중심에 박준복(53)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있다. 33년동안 공무원 생활을 한 그에게도 '예산'과 '재정'이란 말은 어렵기만 하다. 그러나 중앙정부이건 지방정부이건 그 예산은 투명하게 집행돼야 한다는 점은 잘 안다. 그래서 나섰다. 곧 인천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주권과 재정자치권 찾기 시민행동'이 출범한다. 인천의 15개 시민·사회단체가 여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이 됐는데 아직도 재정 분야는 자치와는 거리가 멉니다. 자치를 위한 주권은 재정에서 나오는데, 그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겁니다. 특히 인천시의 재정 여건은 말 그대로 비상상황입니다. 주권행사를 위해 시민이 나서야 할 때인 것입니다."
박준복 위원장은 시 정부가 솔직하게 재정문제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 본청 뿐만 아니라 각 공사·공단 등 공기업의 수많은 사업의 재정상황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게 인천시 재정문제 해결의 출발이 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인천시가 추진하는 공사·공단 통폐합 작업은 자칫하면 형식에 그칠 수 있다"면서 "좀더 근본적인 대안부터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2010년 2월말, 1976년부터 시작한 공직생활을 명예퇴직한 박 위원장은 2000년대 초반 전국공무원노조 총파업 문제가 거셀 때부터 시민단체와 인연을 맺었다. 이 때 총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임됐고, 이듬해 법원에서 복직 명령을 받았다. 힘들게 복직한 공무원 생활을 접기로 한 것은 공직생활과 시민단체 활동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보니 공무원 본연의 일을 못하게 되는 부담감이 컸습니다. 여기에 고참보다는 후배들이 많다는 점도 명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0년에 정부가 주는 청백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한 박 위원장은 옹진군 소청도가 고향이다. 소청도에서 중학교를 나온 뒤 소청도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박 위원장은 인천의 재정문제를 위해 뛰다보니, 정작 본인의 살림살이가 힘겹다면서 웃었다. 그는 또 이제는 소청도에 지은 펜션도 돌볼 생각이라고 했다.
/정진오기자